brunch

나물 ― 오미오색(五味五色)의 조화를 완성하는 손맛


나물 ― 오미오색(五味五色)의 조화를 완성하는 손맛


손의 수고가 보답받는, 야키니쿠 삼대 요리 중 하나





야키니쿠의 삼대 요리를 꼽으라면,


그것은 갈비(カルビ), 김치(キムチ), 그리고 **나물(ナムル)**이다.





이 세 가지는


1970년대 이후 ‘야키니쿠의 상징적 3요리’로 불리며,


각각이 고기, 절임, 채소의 세계를 대표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갈비와 김치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지만,


‘나물’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요즘은 나물이 없다.”


이런 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물은 본래 야키니쿠의 밸런스를 맞추는 필수 조연이었다.


뜨거운 고기, 차가운 김치, 그리고 중간 온도의 나물 ―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야키니쿠는 비로소 ‘한 상의 조화’를 이룬다.





나물의 쇠퇴, 단지 ‘맛이 없어졌기’ 때문인가





나물이 쇠퇴한 이유는 단순하다.


맛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물은


하루에 한 번, 숙련된 손으로 직접 무쳐내던 ‘정성의 요리’였다.





기름의 향, 채소의 색감, 식감의 조화 ―


그 어느 것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손맛의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





기계화와 대량생산이 보편화되면서


나물은 손으로 무치는 대신,


기계에 넣어 섞는 ‘공장식 나물’로 대체되었다.





냉장 유통에 의한 장기 보존은


신선도를 떨어뜨렸고,


결국 ‘맛이 없는 나물’이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손님은


‘나물은 맛이 없다’는 인상을 갖게 되었고,


결국 주문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악순환이


나물 품질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돌판(石焼)의 유행이 품질 저하를 가속시켰다





2000년 무렵부터는


‘돌판비빔밥(石焼ビビンバ)’의 유행이


나물 품질 저하를 가속화시켰다.





비빔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식당들은 ‘비빔용 나물’을 대량으로 미리 무쳐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비빔용 나물’은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고유의 풍미가 줄고 수분이 많아져


진한 참기름 향이 사라져버렸다.





이는 비빔밥의 확산이


야키니쿠 본래의 ‘나물 미학’을 약화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작업 효율화’가 초래한 손맛의 상실





나물을 미리 만들어두면


시간은 절약되지만,


그만큼 맛은 떨어진다.





대량생산과 손맛의 분리 ―


이것이 나물 쇠퇴의 본질이다.





원가 절감과 회전율을 중시한 나머지,


식당의 현장에서는


‘한 그릇의 정성’을 잃어버렸다.





결국 ‘만들기 쉬운 나물’만 남았고,


‘기억에 남는 나물’은 사라졌다.





나물은 점심의 결정타(決め手)





조조엔의 런치 메뉴에서


나물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조조엔의 대표 런치 세트는


나물 4종 + 김치 + 샐러드,


총 6종의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색감은 ‘오미오색(五味五色)’이라 불리는 전통 미학을 따른다.


빨강(고추), 노랑(달걀), 초록(시금치), 하양(무나물), 검정(버섯).


이 오색의 조화가 한 접시 위에 어우러질 때,


야키니쿠의 상이 완성된다.





조조엔의 점심 세트는


매일 2000식 이상이 판매된다.


그중 70%가 여성 고객이며,


그들은 나물의 색감과 정갈함에 만족한다.





‘손의 수고’가 품질을 만든다





나물은 한 접시 한 접시를 개별적으로 조리해야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요리다.





기름의 온도, 간장의 염도, 채소의 수분 ―


그 미묘한 균형은


숙련된 감각 없이는 잡을 수 없다.





이 수고를 게을리하면,


즉시 맛이 무너진다.





그러나 바로 그 ‘손의 정성’이


나물을 일품 요리로 승화시킨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나물은 손맛의 예술이다.”






나물은 고기와 김치, 밥을 잇는


‘야키니쿠의 연결고리’이자


‘밸런스를 잡는 제3의 요리’이다.






해설


이 장 「ナムル ― 五味五色の彩りを奏でる決め手を怠るな」(나물 ― 오미오색의 조화를 완성하는 손맛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저자 **신아이 야스미치(新井泰道)**가


야키니쿠 문화 속에서 나물이 지닌 미학적·기능적 역할을 재조명한 부분이다.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나물은 야키니쿠의 삼대 요리 중 하나다.


 갈비와 김치와 함께 야키니쿠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


‘손맛의 상실’이 나물의 쇠퇴를 초래했다.


 기계화, 냉장 유통, 효율화가 나물의 신선도와 감각을 무너뜨렸다.


비빔밥 유행의 역설.


 비빔밥의 대중화가 오히려 나물의 품질 저하를 가속시켰다.


조조엔의 나물 철학.


 오미오색의 조화, 한 접시 한 접시의 정성,


 그리고 손맛의 복원을 통해 나물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결국 신아이 야스미치는 나물을


‘정성의 요리’, ‘색의 요리’, **‘연결의 요리’**로 정의하고 있다.


그에게 나물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야키니쿠의 생태계를 완성시키는 하나의 문화적 장치’였다.






img_(74)_(1)_(1)_(1)_(1)_(1)_(1).jpg?type=w773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치 ― 절임이나 반찬이 아니라, 하나의 일품 요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