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맛있는 돼지고기 시대로의 패러다임 시프트
건국대학교 축산경영연구소 김태경 박사
일두 백미라는 한우는 여러 가지 요리 방법과 메뉴가 개발되어 있지만 돼지고기 소비 형태는 단조롭고 삼겹살의 극도로 집중되어 있는 건 우리 역사속에서 돼지고기가 지금처럼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내일을 준비하는 무기다. 오늘 돼지고기 소비 트렌드를 살펴 보고 앞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어떻게 변화할지 과연 돼지고기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필자는 최근 돼지고기 시장의 트렌드를 첫째 느리게 키우기 둘째 종의 다양성 셋째 돼지곰탕의 출연 넷째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다섯째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여섯째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일곱째 돼지샤브샤브 식당의 출현 여덟 번째 냉동삼겹살의 뉴트로열풍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들 새로운 돼지고기의 트렌드를 살펴 보면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들 트렌드는 생산성 중심, 가격 중심의 돼지고기 시장이 더 맛있는 돼지고기로의 패러다임 전환(시프트) 되고 있음을 말한 준다.
한돈산업의 놀라운 양적 성장의 시대가 서서히 맛과 품질을 중요시하는 질적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럼 새로운 돼지고기 시장의 트렌드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1) 느리게 키우기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최고의 삼겹살집이다.
일반인들은 그냥 수요미식회에서 소개된 집 혹은 우리나라 10대 삼겹살집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겠지만 사실 이들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은 일반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그건 이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식당의 삼겹살과 목심이 일반적인 돼지 삼겹살과 목심과 다르다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흑돼지예요?” “ 제주돼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 식당의 돼지들은 느리게 키운 돼지다. 일반적으로 규격돈으로 유통되는 돼지들은 생후 180일을 키워서 생체중이 110 ∼120kg 사이 인데 이들 돼지는 그 사육기간이 일반돼지들 보다 최소 20∼30일 정도 더 길고 체중도 130kg 이상 흔히 이야기하는 모돈 후보돈 탈락돈 수준이다. 이렇게 느리게 키우면 지방맛이 달라지고 육질도 일반적인 고기와는 조금 차이가 생기는데 소비자들이 이렇게 느리게 키운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요즘 인기있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도 사육기간이 20개월정도가 되는 느리게 키운 돼지다.
육질이 평소와 다르고 지방맛도 진해지는데 이런 돼지고기를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압축성장기나 지금이나 생산 농가 입장에서 고기의 품질은 그렇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고기의 품질로 생돈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중량에 의해서 가격이 정해지는 현 유통시스템에서 고기의 품질은 생산성이라는 이슈에 묻혀버렸었다. 그러나 이미 2,3년 전부터 사람들은 고기맛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사례가 육전식당, 일미락, 화포식당의 인기다.
1990년대 대일 돈육 수출이 한창일 때 일본 바이어들의 요구 사항이 참 간단했다.
후기 사료를 급여하고 180일 이상 110kg 정도의 돼지를 잡아 달라는 것이었다.
90년대 초반 평균 출하 체중이 90kg 대였던 돼지가 평균체중이 100kg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또한 출하전 비육돈 후기 사료의 급여로 육질 개선에도 신경을 쓰는 걸 보았다.
그래서 필자가 2007년 도드람포크 영업부장 당시 1805110 운동을 하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180일 사육하고 사료를 젖먹이 사료부터 후기 비육 사료까지 5단계로 급여하여 출하체중을 110kg 으로 품질 좋은 돼지를 만들어 보자는 운동이었다. 그 결과인지 지금 도드람 포크에서는 190일 키운 더 느림이라는 브랜드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흔히 지금을 저성장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지난 50년간을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의 시대를 살았다. 압축 성장기의 양돈산업은 물량의 공급이 우선과제였다면 우리가 살아갈 저성장의 시대는 질적 성장, 품질을 생각하는 시대가 도려한 것이다.
2) 종의 다양성
1930년 전국의 가축 통계를 살펴 보면 소는 1,611,585두를 사육하고 있었으면 돼지는 1,386,891두 이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
1931년 동아일보 기사 내용이다. 1930년에 조선반도에 소가 160만두나 키우고 있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돼지 이야기만 해 보자.
1,386,891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중 조선종이 59.6% 버크샤종이 35.4% 요크샤종이 0.9% 중국종이 3.9% 였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럼 2017년 천만두가 넘어가고 있는 지금의 돼지 종은 어떻게 될까? 일제강점기보다 통계조사가 발달된 지금 필자는 한번도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돼지의 종별 분포를 본적이 없다. 아니 필자가 관심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
전세계에 1000여종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동아일보 1931년 6월 26 3면
필자가 아는 한에서는 우리나라에 사육되고 있는 돼지도 크게 5종 정도는 개발 집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첫째, LYD 랜드레이스(Landrace) 요크셔(Yorkshire), 듀록(Durce) LYD는 몸집이 크고 새끼를 잘 낳는 요크셔와 번식력이 좋고 새끼를 잘 돌보는 랜드레이스를 교배시켜 나온 1대잡종을 육질이 우수하고 고기 생산량이 많은 듀록과 교잡해 만든 품종으로 생산성 측면에서는 최고인 품종이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육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돼지고기의 품종을 개량 개발하는 선진국에서는 돼지고기 소비의 60% 이상을 육가공품으로 소비한다는 것이다. 어쩜 고기맛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버크셔다. 버크셔는 영국 남부 지방에서 개량된 종으로 앞의 1930년대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 1900년대 초반 외래종으로 조선반도에 도입되어 1930년대 전체 사육두수의 35.4%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아마도 육백이라고는 하지만 몸통이 검은 색이었고 체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재래종 흑돼지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친숙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우리나라 육류 소비 문화가 구이보다는 삶고 끓여먹는 문화인 걸 감안했을 때 독특한 국물맛을 가지고 있어 인기가 있었을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버크셔는 근섬유가 촘촘해서 저작감이 매우 우수하고 감칠맛이 좋으며 지방맛도 고소하다. 지금은 육종전문가 박화춘 박사가 2004년 미국에서 순종버크셔를 들여와 우리 기후와 환경에 맞게 토착화시킨 버크셔K가 유명 세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셋째 YBD다.
YBD는 종돈전문업체인 다비육종이 개발한 품종이다. 육질이 뛰어난 버크셔와 듀록의 교잡종으로 피부표면에 거뭇거뭇한 얼룩무늬가 있어 얼룩도야지라는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다.
YBD 는 육질이 좋은 버크셔와 새끼를 잘 낳는 요크셔를 교배시켜 만든 다비퀸 골드에 마블링이 풍부한 듀록을 교배시킨 삼원교잡종이다. LYD보다 생산성은 떨어지만 고기의 조직감과 지방의 풍미가 좋으며 최종산도와 보수력등이 우수하고 붉은 고기색과 가는 근섬유로 식감 또한 부드럽다. 최근 신도세기라는 최고급 삽겹살 식당에서 브랜딩을 책임지고 판매 홍보하고 있다. 삼겹살은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홍보하는 것이 마트에서 홍보하는 것 보다 홍보 효과가 크다. 도드람포크(한돈)이 지금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건 1990년대 중반 도드람 한마당이라는 식당 운영이 큰 몫을 했다.
넷째, 제주 흑돼지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돗통에서 재래 흑돼지를 한두 마리씩 키웠다. 밭농사가 많은 제주에서는 흑돼지 똥이 최고의 퇴비였기 때문이다. 몸 전체가 빛나는 검은 털로 덮여 있으며 얼굴이 좁고 턱이 곱다. 알으로 쫑긋 곧추선 작은 귀가 특징이다. 30KG 이 넘지 않을 정도로 몸집이 작고 날씬하며 성장이 느린 것이 단점이다. 한때는 번식이 잘 되고 몸집이 큰 외래종과 교배를 권장하며 순종 재래 돼지가 멸종되다시피 했다. 현재 복원되어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외래종과 교잡된 흑돼지가 사육 유통되고 있는데 2012년 조사에는 전문 흑돼지 농장은 약 17 농장으로 5만에서 7만두 정도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금은 일일 약 300여두가 도축되고 있다. 흔히 제주 흑돼지와 교잡한 외래종이 버크셔일거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는 버크셔보다는 요크셔가 강하다고 한다. 아마 1950년대 중반에는 일본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의 80%가 중요크셔였다고 하는데 일본의 양돈과 제주도의 양돈의 연관성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섯째, 듀록, 듀록은 미국 뉴저지의 적색 대형종 저지레드와 뉴욕주에서 사육하던 털이 붉은 듀록을 교잡해 만든 품종이다. 그래서 듀록 저지라고도 부른다. 담홍색부터 적갈색까지 털색깔이 다양하다. 머리에서 엉덩이까지 둥그스름한 반월형이다. 체격에 비해 머리가 작은 편이며 귀는 앞으로 서있거나 끝이 아래로 처진 형태다. 듀록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고기 색이 진하고 근내 지방 함유량이 많아 육질이 부드럽다. 육즙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고기의 맛과 품질이 우수하지만 순종 듀록은 개체수가 적어 육질 향상을 위한 교잡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듀록 역시 다비육종에서 키우고 신도세기라는 식당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 돼지있는 돼지의 품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지만 확실한 사육두수나 도축 두수의 통계 자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YD를 제외한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버크셔는 세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YBD, 듀록은 이미 시작된 식당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주 흑돼지는 이미 명실공히 대한 민국 최고의 스페샬티 돈육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도 그 명성은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돼지 품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이들이 스페인산 이베리코를 이야기하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스페인산 이베리코가 돼지 품종의 다양성의 화두가 되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지금 우리 시장에서 이베리코 돼지가 화제가 되는 건 한우 시장의 어려움과 연관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한우 전문점들이 김영란법이후 소비 둔화를 극복하는 차별화의 방향으로 차별성이 강한 이베리코 돼지를 취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생햄등의 원료육으로 사육되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가 단순 구이 시장인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인기가 있을지는 더 지켜 봐야겠다.
3) 돼지곰탕의 출현
“왜? 서울에서는 순대국밥은 되는데 돼지국밥은 안되는 거야?”
10년전에 도드람양돈조합 고진길부 조합장이 우리도 돼지국밥 한번 해 보자.
그래서 시범적으로 돼지국밥 사업을 검토 어느 대학 구내 식당에서 시범 판매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돼지국밥이 앞다리를 이용해서 만드는 거라 원가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 그리고 역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무리라는 것였다. 그리고 도드람은 본래 순대국 사업을 시작했으니 부산물과 저지방부위를 활용하는 식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돼지는 복합유기 생산체라 돼지한마리 부위별 균형있는 판매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삼겹살에 편중된 소비 선호하에서는 기타 부위를 어떻게 소비하는가가 늘 숙제다.
2017년초 몽로의 주방장 박찬일이 전화가 왔다. 돼지국밥집을 하나 열어야겠으나 제주산 돼지고기를 좀 보내 달라는 거다. 돼지국밥이라! 그것 서울에서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될까?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나름 백년식당을 찾아 다니고 취재한 박찬일 세프의 내공을 기대하고 고기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다. 그리곤 광화문 국밥집이 진짜 오픈을 했다.
질문 : 돼지국밥의 본향이라 할 부산하고는 전혀 다르다.
응답 :이름은 같지만 서울음식이라고 봐야 한다. 장국밥에 가깝다. 기록에 남은 ‘무교탕반’의 맥을 잇는다고 생각한다. 돼지장국밥이라고 하면 맞겠다. 부산도 돼지국밥이 동네마다, 음식점마다 다르다. 터프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부산에 가면 ‘신광국밥’이나 ‘할매국밥’에 많이 가는 편이지만 다른 집에 가도 맛이 없었던 적은 별로 없다. 동네마다 웬만큼 하는 집은 곳곳에 있다 .크셔K는 일반 돼지보다 비싸고 맛도 다르다. 아미노산 구조가 다르다. 소고기국 맛도 난다. 감칠맛이 일반 돼지의 2배쯤 된다. 고기는 10일~2주 숙성해서 쓴다. ‘몽로’에서는 3주 숙성한다. 그렇게 해서 국밥을 만들면 소고기로 끓이던 서울 장국밥 맛과 비슷하다. 해보니까 예전 무교동
버크셔K는 일반 돼지보다 비싸고 맛도 다르다. 아미노산 구조가 다르다. 소고기국 맛도 난다. 감칠맛이 일반 돼지의 2배쯤 된다. 고기는 10일~2주 숙성해서 쓴다. ‘몽로’에서는 3주 숙성한다. 그렇게 해서 국밥을 만들면 소고기로 끓이던 서울 장국밥 맛과 비슷하다. 해보니까 예전 무교동 장국밥과 비슷하게 나왔다 출처: 중앙일보] [이택희의 맛따라기] 주인도 먹고 싶어 만드는 돼지국밥·냉면…박찬일의 ‘광화문국밥’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은 초기 사골등 돼지 뼈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버크셔 앞다리, 뒷다리를 5:5로 사용해서 국물이 곰탕처럼 맑다. 버크셔를 끓였더니 닭국물 맛이 난다. 사람들이 광화문 국밥에는 닭발이나 닭뼈가 들었다고 추측하고 블로그에 아는 척을 한다. 아마도 버크셔라는 전혀 새로운 경험 때문이다. 요즘 광화문국밥에서 초기 버크셔 대신 듀록 앞뒷다리로 광화문 국밥을 끓이고 있다.
박찬일의 광화문 국밥집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합정동에 옥동식이란 돼지곰탕집이 생겼다.
돼지곰탕은 낯선 이름이다. 음식점 메뉴로는 쓴 적이 거의 없는 말이다. ‘돼지국밥의 새로운 장’이라거나 ‘새로운 장르’라는 평이 나온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흔히 먹는 돼지국밥과는 보기에도 같은 음식이 아니다. 곰탕은 놋그릇에 한 김 뺀 쌀밥을 담고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수육을 몇 장 얹어 뜨거운 국물에 몇 차례 토렴(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일)을 해서 낸다. 투명에 가깝게 맑은 국물 맛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첫 인상이 하동관 곰탕과 흡사하다. [출처: 중앙일보] [이택희의 맛따라기] 손님 줄보다 음식이 먼저 동난다 … ’옥동식’의 버크셔K 돼지곰탕
버크셔 K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5:5로 사용하는데 역시 닭국물 맛이 난다.
어쩜 이런 버크셔의 국물맛이 20세기 초반 수입된 외래종중 가장 보급이 팔랐던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일 세프의 말에 의하면 같은 고기를 끓였을 때 버크셔나 듀록이 일반돼지(LYD)보다 더 진한 국물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광화문국밥과 옥동식의 돼지곰탕을 서울식 돼지국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식 돼지국밥의 의미는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앞다리와 뒷다리 요리의 확대다. 구이 중심의 고기 문화속에서는 앞다리와 뒷다리는 환영받지 못했지만 끓이는 탕고기로는 아주 훌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습식음식문화가 강한 우리에게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렇게 버크셔나 듀록 같은 특수 품종은 생산량이 적고 원가가 높아 유통가격이 비싼 편인데 서울시 돼지국밥같은 메뉴가 보급되어 앞다리와 뒷다리의 소비가 확대되면 삼겹, 목심등의 가격인하 요인이 생긴다. 이는 한돈산업이 늘 고민하던 저지방 부위의 소비확대와 품종 다양성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구워먹는 고기와 삶아 먹는 고기의 차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 책에는 이를 지방이 많은 도시형 고기와 지방이 적은 농촌형 고기로 표현하는데 우리가 생산 이용하던 모든 고기는 구이용 즉 도시형 고기였고 이제는 지방이 적고 삶아 먹기에 안성맞춤인 고기 생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4)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1990년대 초반 소위 브랜드 돈육이 유행하기 전까지만해도 등삼겹이니 목전지하는 부위가 삼겹이나 목살등의 고급 부위로 정육점에서 판매되었다. 그래서 초기 브랜드 돈육 회사에서는 정품 삼겹살과 목심을 시장에 출시하면서 그동안 정육점에서 등심을 삼겹과 같이 삼겹가격으로 팔았고 전지를 목심과 함께 목심가격으로 팔았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스펙의 규격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고기에 대한 상식이 늘어나고 지육 중심의 유통이 부분육 박스로 유통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은 정해진 스펙이외의 요리에 적합한 나만의 스펙으로 고기를 구매하는 것이 한동안 힘들어졌다. 그런데 최근들어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금돼지식당의 본삼겹(뼈삼겹살), 신도세기의 숄더랙(양갈비스타일), 몽로의 본인로인 스테이크 (뼈등심), 제주만덕식당의 교차숙성 뼈등심, 고메구락부의 통뼈등심(뼈등심) 시간돼지의 통립750그람 (뼈등삼겹), 교대이층집의 꽃삼겹(이건 스페어립작업을 한 이겹살) 심지어는 돼지 티본스테이크까지 자신들의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나오고 있다. 삼겹살과 목살등 한정된 스펙으로 차별화가 어려웠던 식당들이 자기들의 개성 강한 스펙의 신메뉴를 개발 시판함으로써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부위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삼겹살을 선호하는 건 돼지고기 소비에 익숙하지 못한 역사의 산물이고 압축성장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식당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메뉴, 빠른 서비스가 가능한 메뉴로는 삼겹살 구이만한 것이 없을거다. 우리나라에서 스테이크가 유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떤이는 스테이크를 정상적으로 요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급한 성격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시간을 참을 수 없어서 우리는 테이블에 화로를 가져다 놓고 즉석에서 구워 먹는 직화구이를 선호하고 있는지도 모르다고 했지만 이제는 좀 천천히 다양한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맛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식당 사장님이나 세프들이 고기 공부를 더 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5)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요 몇 년새 가끔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되고 방송 작가들이나 잡지사 기자들의 문의 전화를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돼지고기를 바싹 구워 먹지 않아도 되나요? 또 하나는 돼지고기도 숙성이 가능한가요? 어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돼지고기 미디움과 숙성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이가 필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우선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이야기를 하자.
1920년부터 1980년대까지 신문을 검색해 보면 여름철에 썩은 돼지고기를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리거나 심지어는 사망하는 기사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열악한 유통환경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는 건 돼지고기 기생충 때문이다.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이 사람 몸 속에 있다가 똥을 통해 알이 유출되고 그걸 먹고 자란 돼지의 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장속에서 기생충이 성장을 하기 때문에 이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서는 섭씨77도 이상 바싹 익혀야 한다고 널리 인식되어 왔다. 이는 똥돼지를 키우던 옛날 이야기다.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고 사람과 전문 돼지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거의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돼지가 사람똥을 먹을 기회가 완전히 박탈당하고 나서는 돼지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단국대학교 의학과 서민교수는 “ 유구낭미충은 박멸됐어요. 우리나라 돼지에서 선모충이 그러니까 야생이 아니라 사육하는 돼지가 실제로 선모충을 갖고 있을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라고 인터뷰 하였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레스토랑에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미디엄레어 피가 보일 정도의 상태로 내놓는 메뉴들이 많은데 사실 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화제가 되긴 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부루니는 자신이 “미디엄 레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꺼린다. 내일 아침에 멀쩡히 일어날테니 먹어보라고 권한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고 영국 가디언지도 “음식평론가들이 핑크빛 돼지고기를 선호한다. 많은 레스토랑이 이런 고기를 내놓고 있다” 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2011년 미국 농무부에선 새로운 돼지고기 요리 기준을 내놨는데 섭씨71도로 가열해야 한다던 당초 기준을 62도로 낮췄다. 이렇게 해야 더 육즙이 풍부한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리백과 돼지고기 아직도 바싹 익혀 드세요?
정상적인 사육환경과 도축 그리고 등급판정을 받은 고기는 안전하다. 이런 미디엄 레어의 가능은 많은 걸 말해 주는데 우리나라처럼 돼지고기를 햄 소시지 보다는 직접 구이용으로 많이 먹고 있는 겨우 지방이 다소 적은 앞다리나 등심 부위를 미디엄레어로 먹으면 아주 부드러운 식감으로 먹을 수 있다.
6)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70,8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삼겹살과 9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 높아졌던 마블링 좋은 한우 등심은 지방 맛으로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 최고의 부위였다. 지방은 맛의 원천으로 음식 맛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 즉 시각·촉각·후각·청각·미각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각적으로 식품의 광택을 좋게 해 주고, 촉각적으로는 혀에 닿았을 때 식품을 부드럽게 해 주고, 후각적으로는 지방이 살짝 타면서 내는 먹음직스런 냄새가 식욕을 증진시켜 주며, 청각적으로는 튀김요리를 할 때 바삭바삭 맛있는 소리를 내는 것도 지방이 하는 일이다.
기록에 의하면 1970년도에 전국에 약 750여개의 도축장이 있었는데 그 중 지육 냉장시설을 갖춘 도축장이 시립마장도축장 한곳뿐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도축 후 의무적으로 지육을 예냉하고 다음날 등급 판정을 받고 출하하는 것이 아니라 도축 후 온도체의 지육을 바로 반출하였다고 한다. 이동수단도 지금처럼 냉장탑차가 아니라 리어커나 자전거 정도 아니면 정육점 업자의 자가용 정도였다고 한다. 도축을 한 후 냉장을 하지 않은 도체를 온도체 지육이라고 하는데 과거 70,80년대는 정육점에서 이 온도체를 받아다가 직접 골발하여 정육 상품화 작업을 하였고 지금처럼 육가공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정육점에서는 온도체 지육을 받아 정육점 내의 상온에 보관하다. 영업이 한산한 시간에 골발을 하고 다시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정육점 냉장고들은 거의가 직냉식이었고 직냉식냉장고는 냉장고 벽면에 냉매가 들어간 가스관을 설치하여 냉장을 하는 방식으로 냉장고안의 수분이 성에가 되어 고기가 마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의 간냉식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지만 고기의 수분 손실이 일어나 고기가 건조 숙성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냉장 시설을 갖춘 정육점도 있었지만 남대문 시장 등 시장 좌판에서 상온에 노출된 고기를 판매하는 영세노점상도 많이 있었다. 이런 유통 환경을 보면 과거에는 상온 건조숙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름 서울시내의 큰 고기집에는 자체의 냉장·냉동고를 보유 고기 관리를 하고 나름의 숙성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당시의 도축 공정의 소의 경우 거의 바닥치기라 세균 오염이 쉽게 되고 물 먹인 쇠고기의 유통이 다반사고 소비형태가 마리네이드 마리네이드(marinade)는 고기나 생선을 조리하기 전에 맛을 들이거나 부드럽게 하기 위해 재워두는 향미를 낸 액체를 말한다. 식품에 마리네이드를 하면 향미와 수분을 주어 품질이 좋아진다. 마리네이드는 액체 또는 마른 재료로 할 수 있는데, 액체는 주로 올리브유·레몬주스·식초·술·향신료 또는 허브 등을 섞어서 만든다. 이중 식초나 레몬주스는 질긴 고기를 연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두산백과)
방식의 불고기와 얇게 슬라이스 한 로스구이의 소비가 많았기 때문에 고기의 숙성이나 품질에 대한 개념이 매우 희박했던 시대였다. 지금도 정육점에 걸려있는 오늘 소잡는 날이라는 현수막이 아마 고기의 숙성보다 고기의 신선도가 더 중요하던 이 시대의 잔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건조숙성육 즉 드라이에이징이 도입된 시기는 ‘라망’이라는 잡지에 의하면 2009년 말이다. “서울에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9년 말이다. 미국에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즐기던 세프와 몇몇 외식기업이 선구적으로 건조숙성방식을 들여왔다. 미국 유명 스테이크하우스의 드라이에이징 방법에 대한 벤치마킹을 기반으로 연구한 끝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건식숙성육은 뉴욕식 스테이크의 모습으로 소비자들과 만났다. 잘 숙성되어 풍미가 응축된 T-BONE STEAK와 채끝등심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2011년경에는 대중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중략 “ 건숙숙성육은 거의 대부분이 스테이크로 소비된다. 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미국, 그중에서도 뉴욕에서 탄생했다. 육류를 메인 요리로 즐기던 유럽인들이 미국 대륙으로 이주하며 스테이크를 메인 요리로 선보이는 스테이크하우스가 생겼다. 최초의 스테이크하우스는 1827년 뉴욕에 설립된 델모니코스다. 이곳은 정중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식기로 무장한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가까웠다. 지금처럼 뜨거운 접시에 스테이크와 몇가지 심플한 사이드 디시를 서빙하는 뉴욕스테이크 하우스의 원형은 1887년 피터 루거에서 시작된다. 이곳엔 건식숙성육 창고가 갖취졌고 미국 프라임 쇠고기를 선반에 가득 올려 숙성시키며 손님이 오면 큼직한 두께로 정형해 뜨겁게 구워내면서 명성을 얻었다 ”라망 2007.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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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뉴욕의 전통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옛날식을 고집하고 있는 드라이에이징은 상업적으로 1960년대 후반 습식숙성 방식인 진공포장 기술이 개발 보급되자 진공관 앰프가 사라지듯 아니 삐삐와 워크맨이 사라지듯 거의 사리진 상태였고 정말 몇몇 스테이크하우스의 비법으로 남아 있었다.
습식숙성 방식 즉 진공 포장의 효과에 대하여는 1936년 프랑스에서 처음 냉동육을 고무라텍스백을 이용하여 탈기포장하면 저장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후 1942년 Oscar Meyer 사가 진공포장기법을 발명하여 1947년 미국의 Grace사가 최초로 냉장쇠고기 포장육을 생산하였고 1960년대 후반부터 부분육을 숙성시켜 유통시킬 목적으로 진동포장육이 생산되었으며 1980년대에 상자육(boxed meat)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80년대에 들어와서 생육의 유통은 상당 부분 지육방식에서 centralized packaging(중앙공급식 선포장)에 의한 부분육 유통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초에 부분육 유통비율이 88% 이었고 그 중 진공 포장육이 90%를 차지하였다. 진공포장은 공기 중에 노출이 하지 않아 미생물로부터 보호되고 수분 감량이 없고 고기가 부드럽게 숙성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습식숙성을 할 수 있는 진공 포장기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1995년 미국산 냉장 진공 쇠고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일본에 돼지고기 냉장 수출을 위해 진공포장기술이 도입되었다. 실질적인 습식 숙성은 부분육 유통이 발달한 돼지고기가 먼저 보편화되었는데 이는 대형마트의 요청과 일부 브랜드 돈육의 차별화 전략 때문이었다. 실제 유통기한이 10일 이내인 국내 유통 돼지고기의 경우는 랩 포장만으로도 충분한 보존성을 유지할 수 있으나 돼지고기의 진공포장이 보편화되면서 돼지고기의 습식 숙성에 대한 개념도 식육시장 전반에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뉴욕스타일의 건조숙성 스테이크와 거의 같은 시기에 부여 서동한우에서는 한국식 건조숙성육이 개발되고 있었다. 숯불 직화구이 즉 방자구이 양념하지 않고 소금만 뿌려 구운 고기음식
식의 건조숙성육은 부여 서동한우 유인신대표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돼지고기의 숙성 특히 건조숙성은 2014년까지는 통념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다.
쇠고기는 겉에서 썩어 들어가고 돼지고기는 안에서부터 썩어 나온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온도체 지육 유통이 성행하던 시절에는 도축직후 지육 뒷다리 중심온도가 40도가 넘어가고 여름철 상온에 방치되어 있는 지육의 뒷다리 부위가 먼저 부패하기 시작하여 돼지고기는 안에서 썩어 나온다는 통념이 상식적이었으나 1990년 중후반부터 도축장이 현대화되고 돼지 등급판정이 시작되면서 지육의 예냉이 도축된 돼지의 거의 100% 이루어지는 현재는 돼지고기 역시 건조숙성이 가능하다.
2014년 유명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스테이크하우스로의 리브랜딩 작업을 위해서 서동한우 유인신 대표와 처음 돼지고기 건조숙성을 진행해 보았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건조숙성이 이루어졌다. 돼지고기 건조숙성과 쇠고기 건조숙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돼지고기 건조 숙성은 돼지고기 고유의 이취 제거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돼지고기를 건조 숙성하면 돼지고기 이취가 사라져 돼지고기의 품격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숙성이 유행하기 시작한 건 2010~2011년의 구제역 여파로 돼지의 품질이 나빠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김태경 팜 커뮤니케이션
식당 사장님들은 품질이 떨어진 돼지고기의 품질을 향상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차별화 전략으로 돼지고기 숙성을 선택했다. 특히 돼지고기의 건조 숙성은 2014년 숙성한돈, 진저피그, 바람맛돼지가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면 제주돼지로 교차숙성 습식숙성을 한 다음 다시 건조숙성을 하는 방식 이는 습식숙성과 건조숙성의 장단점은 개선 보완하여 고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한 만덕식당 그리고 제주 노형동에 있는 숙성도가 교차 숙성의 대표 삼겹살 식당이라고 하겠다.
7) 돼지 샤브샤브 식당의 출현
돼지고기는 냄새가 난다는 선입견이 매우 강해서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샤브샤브는 제주지역 이외에는 거의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과감하게 인천 송도에서 문사부라는 제주돼지고기 샤브샤브 전문점이 성업중이다.
삽겹살과 목살 그리고 등심을 슬라이스해서 샤브샤브로 판매하는데 반응이 좋다.
나이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상 돼지고기가 냄새가 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는데 30대 중후반 아니 40대까지도 그런 선입견없이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맛있게 먹는다.
우리는 어쩜 코끼리의 말뚝처럼 과거의 선입견에 아직도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돼지고기가 냄새가 안나는 맛있는 고기가 된 것이 불과 1970년대 후반부터니 이제 겨우 40년쯤 되었다. 그래서 인지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세대가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건 크게 4가지 이유라고 한다.
첫째는 잔반 사료를 먹이면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이미 요즘 사육되고 있는 돼지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돼지 전용 배합 사료를 먹여 키운다.
둘째, 웅취 수퇘지가 성숙기에 도달했을 때 거세하지 않고 도축된 돼지고기 또는 돈육 제품을 조리하거나 먹는 동안에 흔히 나타나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데 우리나라의 수퇘지는 거의 다 거세를 해서 웅취를 예방하고 있다.
세 번째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는 돼지 탕박 도축과정에서 탕침조의 오염으로 인해서 나는 냄새인데 요즘 도축장은 최신 스팀 터널 방식을 많이 도입하고 지육 세척을 잘 해서 냄새 제거의 만전을 귀하고 있다.
네 번째는 돈사의 위생상태가 불량해서 냄새가 난다고 하는 주장인데 이건 근거가 희박하다고 한다.
이제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없어지니 지방많은 삼겹살은 담백하게 등심은 부드럽게 목심은 격이 다르게 먹을 수 있는 돼지샤브샤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8) 냉동 삼겹살의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열풍
1985년 들국화라는 그룹이 1집 앨범 행진을 발매해서 큰 인기가 있었던 해다.
2018년 행진이라는 냉동 삼겹살집이 1985년식으로 냉동삼겹살을 팔면서 유사한 냉동 삼겹살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고 다들 인기가 있다.
이들 국내산 냉동삼겹살집들은 뉴트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엣날 방식으로 냉동삼겹살은 냉장 삼겹살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옛 추억이 있는 고소한 삼겹살은 조금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을 것이고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는 구워주는 서비스가 빠지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효과가 크다.
아마도 소득 주도형 성장의 최저인건비 인상에 대비한 식당 운영 모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지난 30년동안 얼리지 않은 돼지고기 냉장육은 냉동육 보다 맛있는 고기라고 마케팅을 해 왔는데 고객들이 냉동육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면 아마 다음 순서는 초저가형 수입 냉동육 식당의 확산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앞에서 우리는 현재 트렌드화 되어 있는 일여덟가지 현상을 살펴 보았다.
첫째 느리게 키우기
둘째 종의 다양성
셋째 돼지곰탕의 출연
넷째 뼈등심등 세프 스펙의 등장
다섯째 돼지고기 미디움 시대
여섯째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숙성
일곱째 돼지고기 샤브샤브 식당의 출현을 이야기했다.
여덟째 냉동 삼겹살의 뉴트로 열풍
이렇게 다양한 돼지고기 소비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보면 삼겹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소비 확대는 삽겹살 가격의 인하 효과와 품질 안정이 되어 더욱더 삼겹살 매니아들의 인기를 누릴거다.
문제는 맛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 닭고기의 1인당 소비량을 년도별로 유심히 보면 점점 돼지고기의 소비구성비가 줄어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절대적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중 가장 많은 량을 소비하지만 이런 소비량과 구성비가 언제까지 유지 될지는 아무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돼지고기의 패러다임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듯 우리 한돈 산업 종사자들 마음의 패러다임 전환도 급격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