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고기 숙성을 이야기 하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2017년 2월호 기고문 입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블링이라는 말은 대학에서 식육 공부를 좀 한 고기 장사들만의 전문 용어 였다.
마치 의사들이 쓰는 전문용어처럼
그런데 축산물 등급제가 생기고 횡성한우에서 인가? 등급제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부터 마블링은 일반인들이 다 아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1990년대 초반만해도 지금의 1++등심같은 마블링 좋은 소고기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시대였다. 그래서 마블링 좋은 1++등심을 판매하는 소고기집은 이웃의 다른 식당들보다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 주변의 모든 한우집은 1++ 등심집으로 개성없이 같은 모습이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980년대 이후 고기를 기름맛으로 먹기 시작한 것이다.
1980,1990년대의 삼겹살이 기름맛의 강한 고기 였고
1990,2000년대에 히트를 친 1++ 등심 역시 기름맛이 강한 고기였다.
그 시절은 압축성장의 시대였다.
속도전의 시대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시대였다.
필자가 아는 상식으로는 1990년대 이후 한우의 정책은 고급육 생산이었다.
마블링 좋은 고급육을 생산해서 수입육들과 차별화하자는 정책
국민 전체가 한우가 비싸서 맛 사먹어도 일부 기득계층에서의 소비만으로도 한우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정책이었다. 사실 아마도 한우 고급육 정책만큼 성공한 축산 정책은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까지 한우 등급제도를 상식으로 이해하는 일상이 되어 버렸으니 얼마나 성공한 정책인가? 또한 처음 정책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일반인들도 1++한우에 대한 관심과 소비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문제는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이후 화려한 자본주의가 서서히 끝나고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의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의 시대로 더 깊게 떨어지고 있다. 그 여파가 한우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비싼 한우에 대한 소비가 둔화되고 더욱 김영란법으로 접대 문화에 큰 변화가 오면서 한우 소비의 둔화는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이는 최근 한우가격의 하락과 재고 물량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쩜 김영란법이후 한우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 한우 외식 산업에 큰 타격이 가해진 것이 우리나라 한우의 고급육 정책이 그간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하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반의 정책이 25년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이 지속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일 거다. 이제는 한우산업의 새로운 정책과 이 위기를 탈출할 전략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한우 고급육 정책으로 한우 사육 농가의 입장에서는 얼마의 큰 경제적이익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한우고기는 완전히 새로운 육류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우 자체는 전세계 그 어떤 육류와 다른 한우고기만의 정체성이 있는 브랜드 카테고리를 만들어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 한우고기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복합 유기 생산체라는 축산물의 한계성이 더 크게 작용하여 한우고기 부위별 소비 추세의 선호도 차가 심해져 한우고기의 부분육 유통을 담당하는 가공 유통업체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높아 질 것으로 염려가 된다.
사료회사는 한우 고급육 정책의 최고의 수혜자로 앞으로의 한우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해서 부정적일 수 있다. 필자가 2014년 이후 식육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야기하면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측이 사료회사들이다. 이미 우리나라 식육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한 사료회사들에 반하는 식육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야기하는 건 그렇게 행복한 일은 아니다.
아마 이 글도 기존 한우산업의 기득권적 위치에 있는 분야 관계자들에게는 좀 안 좋은 소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저성장과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속에서는 부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한국사회에서 한우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꼭 고민해야 할 일이다.
한국 식육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한우고기나 돼지고기 할 것 없이 특정 부위의 선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고기의 경우 등심, 안심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살의 선호가 매우 높고 가격 역시 기타 비선호 부위와 많은 차이가 난다. 한우고기의 경우 특히 등급간의 가격차이도 등심, 안심등 선호하는 구이 부위는 가격차가 커서 생산원가를 보존할 수 있으나 비선호 부위의 등급간 가격차는 미미하여 생산원가를 보존하기 어렵다. 이런 산업 내부의 문제점이 있음에도 압축성장의 시기에는 한우 한 마리중 먹고 싶은 부위만 비싸게 사서 먹을 수 있는 형편이 되어지만 이제 그런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는 한우 한 마리를 어떻게 맛있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 숙성이다.
숙성의 정체는 매우 복잡하다.
대부분은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성분들이 느린 속도로 서로 반응하거나 분해되는 특성을 이용한다.
숙성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성분들이 특유의 맛과 향기를 만들어낸다.
숙성의 결과는 숙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단백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식품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우리가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중요한 영양소 중 하나다.
단백질은 소화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에 우리 몸 안에서 재활용된다.
우리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을 통해 흡수해야만 하는 필수 아미노산'도 있다.
그런 단백질이 숙성 과정에서 분해되면 식품의 맛과 향기가 변하게 된다.
단백질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을 비롯한 다양한 성분들이 독특한 맛과 향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숙성 방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성분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맛과 향기도 달라진다.
간장이나 된장의 감칠맛은 숙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글루탐산소듐'(MSG) 때문이다.
고기 숙성이란?
원래 식품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자기소화분해효소에 의해서 아미노산이나 당 같은 맛 성분들이 분해되어 나오면서 감칠맛이나 단맛을 느끼게 되며,자가분해효소에 의해 영양분을 잘게 쪼개는 과정이기 때문에 맛이 증가되고 우리 몸에 소화흡수가 쉬워지게 된다.
한마디로 숙성은 근육 속에 포함되어 있는 자기소화효소의 분해작용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숙성을 한 한우고기는 보수력이 좋아 육즙이 풍부하다.
풍미가 진하다. 근육이 세절화되어 소화가 잘된다....
지방이 적은 고기도 자기소화작용으로 부드럽게 만든다.
건조숙성과정에서 단백질은 분해되고 아미노산이 생성돼 감칠맛이 난다.
숙성의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 건조숙성(드라이에이징)과 습식숙성(웻에이징) 으로 나누어 이야기 한다. 인류가 소고기를 먹기 시작한 9000년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한우고기는 적어도 1990년대까지는 건조숙성법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숙성을 했다.1970년대 진공 포장이 발달하면서 진공포장한 상태로 숙성하는 걸 습식숙성이라고 하는데 습식 숙성은 건조숙성의 단점인 숙성시 수분 감량이 발생하는 것을 보완하여 경제적이며, 외부 세균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육류 유통의 대세가 되었지만 풍미면에서는 건조숙성만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건조숙성과 습식숙성의 장단점들을 수용하여 개발된 숙성법이 교차 숙성법이다. 이는 습식숙성을 하고 다시 건조 숙성을 하는 것으로 습식숙성을 통해 자기소화효소의 분해작용을 충분히 하고 일부 건조 숙성을 통해 풍미를 증진시키는 방법 이는 사실 일본의 식육회사들이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여 레스토랑에서 숙성시켜는 과정속에 자연스럽게 개발된 방식이다. 호주에서 배로 일본까지 오는 동안은 진공포장된 상태에서 습식 숙성이 되고 일본에 도착해서는 건조 숙성고 안에서 건조숙성을 시킨다. 해상운송기간이 20일에서 25일이고 다시 식당에서 건조 숙성되는 일자를 20일정도 잡고 있다. 숙성은 단백질을 맛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처럼 국문화가 발달된 나라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내려 오는 요리의 기법이다. 적어도 1908년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 박사가 다시마로부터 글루탐산을 추출하는데 성공하기 이전에 감칠맛은 모두 숙성의 맛이었다. 곰탕, 설렁탕, 갈비탕, 육개장 심지어 소고기 미역국에 냉면까지 우리 요리에 있어 고기를 숙성시켜 감칠 맛을 만들어 낸 것이다.
숙성을 통해 감칠맛을 만들어내는데 드는 수고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공조미료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고기 역시 숙성의 감치맛보다는 지방의 기름맛을 선호하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고 이제 다시 사람들이 서서히 고기의 감칠맛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늘 소잡는 날이라는 정육점 현수막을 자주 보게 된다. 오늘 잡은 소는 사후강직이 되어 질기고 맛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신선한 고기가 좋을거라는 믿음으로 그 정육점을 찾게 된다. 숙성육의 경우는 30일 숙성이라고 날짜를 명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숙성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이다. 숙성은 고기의 상태와 보관 온도와 습도등의 외부환경에 의해서 속도가 다르다. 숙성 식품인 된장에 표준 레시피가 없듯 고기 숙성에도 표준 레시피는 존재할 수 없다. 와인이 가공하는 기술보다 그 해의 포도 작황에 따라 맛이 달라져서 빈티지가 있듯 숙성 고기는 개체마다 빈티지가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맛의 결정적인 순간을 찾아 내는 것이 숙성 기술의 정점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라 숙성전용 냉장고들이 보급되고 있어 숙성을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으나 최고 맛의 시점을 관리하는 건 오랜 경험과 고기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숙성의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와 같은 것이다. 맛의 역사는 감칠맛을 찾는 역사였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맛이 감칠맛이다. 모유속에는 글루탐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형성하는 아미노산의 하나다.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다. 그래서 풍미한 콩에서 된장, 간장등을 만들어 감칠맛을 즐겼다. 생선이 풍부한 동남아에서는 피쉬소스와 젓갈을 만들어 감칠 맛을 즐겼다. 초원이 많아 육식 동물이 풍부했던 유럽에서는 치즈와 생햄 그리고 드라이에이징한 고기에서 감칠맛을 즐겼다. 인류의 역사속에서 인류는 그들 환경속에서 풍부한 식재료를 활용 감칠맛을 찾아 즐겼다. 고기가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재료로 인기가 있는 건 숙성한 고기의 감칠맛이다. 돼지고기의 겨우 도축한지 이틀이 지나면 다 숙성육이다. 소고기의 경우도 일주일 이상이면 (보관 온도에 따라 다름) 모두 숙성육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드라이에이징을 성공한 건 불과 10년이 안되었다. 서동한우다. 돼지고기의 경우 숙성에 관한 여러 타부가 있었으나 소고기와 동일하게 숙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2014년이 되어서야 입증되었다.
우리나라 한우고기의 숙성시장의 문제점은 사실 한우고기 1++등급을 숙성하면 더욱 맛있는데 사람들은 한우고기 2,3등급의 저등급만 숙성이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고 숙성한 한우고기의 가격이 수분 감모등을 감안해도 1+한우 가격 이상으로 형성되어 고객들이 느끼는 가성비가 떨어지고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외식산업분야에서 고기를 이해하는 이해의 폭이 좁아 숙성육 전문가의 양성도 어려워서 숙성육 특히 드라이에이징의 보급 속도는 빠르지 않으나 습식 숙성에 대한 이해는 높아져 유통업체에서나 식당 자체에서 습식 숙성을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한우산업에 있어서 숙성의 중요성은 숙성은 마블링이 적은 등급의 고기도 감칠맛이라는 숙성의 맛을 통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등심, 안심, 채끝같은 기존의 구이용 부위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필자의 생각으로는 마블링으로 등급체계가 확정된 후 거의 사라져가는 황소의 사육과 유통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거다. 황소는 거세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 생산성이 좋으나 마블링의 형성이 어려워 상품가치가 떨어져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으나 숙성을 통해 황소 특유의 육향이 살아 있는 감칠맛이 풍부한 풍미장렬하는 옛날 고기 맛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숙성 황소고기라는 새로운 고기 카테고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우 산업의 경쟁력과 한우사육 농가들 스스로의 차별화도 가능하게 된다. 대형화되는 한우 전문사육 농가들과 차별화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우둔 설도 같은 저지방 부위도 숙성고기 자체의 감칠맛으로 더욱 맛있어지는 탕이나 불고기, 샤브샤브등 새로운 요리로 이용이 가능해지고 소비가 확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고기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축산물 등급제도다.
한우나 한돈이나 등급제도를 통해 소위 표준화 규격화가 되었다.
마블링을 기준으로 한 등급 제도가 안정화 되면서 비거세 황소 사육 두수는 점점 미미해졌다. 돼지의 경우 역시 규격돈외에는 생산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1974년 한우 (비거세기준) 18개월령의 평균체중은 289.6kg ,1980년 331.4kg, 1989년 419.2kg, 1998년 505kg, 2007년 566.6kg, 2010년 552.8kg으로 계속 늘어가고 있지만 그래서 1945년 당시에 한우 큰소의 몸무게가 220kg 정도 그럼 18개월령 수소는 약 200kg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해방이후 70년동안 한우는 개량을 통해 몸집이 2.7배 이상 커진 고깃소가 되었다. 그러나 분명 역우였던 한우는 폼종에 한계가 있어 아무리 고열량의 사료를 급여하고 품종을 개량해도 등심이외에 마블링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성장속도도 육용소를 못 따라간다. 고열량, 고비용의 사료를 급여해서 1++한우를 생산해도 제값을 받는 건 50kg 내외 정육수율로는 15% 내외다. 나머지 부위는 별반 차이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점점 부분육 시장 유통이 확대되는 한우 고기 시장에 큰 문제를 가져 오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필자는 숙성을 연구했다. 지금의 고급육 생산의 사육방식이 아닌 행복하고 건강하게 천천히 키운 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법을 찾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숙성이다. 숙성은 같은 개체의 고기도 숙성 방식과 기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차별화가 가능하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얼마의 기간동안 숙성하는가에 따라 전혀 새로운 맛의 고기를 경험할 수 있어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인한 맛의 획일화를 극복할 수 있다. 맛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은 곧 삶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전세계에는 약 700백종의 소가 있고 그중 400종정도가 식용으로 사육된다고 한다.
일본에는 일본소가 150종있고 중국에는 중국소가 87종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우가된 황소와 칡소 그리고 흑우 간혹 백소도 있다고 하는데 다 해 봐야 4종만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우고기 맛 다양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숙성이다.
마블링 좋은 등심은 언제 먹어도 그 맛이다. 맛이 정확히 경험에 의해서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숙성은 정말 어떤 맛인지 매일매일 새로운 궁금증과 상상력을 만들어 준다.
숙성을 요리의 시작이라고 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