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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고기 숙성에 대해서

돼지 고기 숙성에 대해서    

돼지고기 숙성 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고기 구이 식당의 역사를 정리하다보면 소갈비는 수원의 화춘옥이 본격적인 소갈비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원조 식당이란 문헌을 찾을 수가 있다. 돼지갈비 역시 마포에서 본격적인 상업화가 진행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기록들이 많은데 유독 삼겹살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1970년대 대일 돈육 수출이 활발해져서 등심, 안심, 뒷다리는 수출이 되고 삼겹살, 목심이 부분육으로 국내 시장에 유통되면서 삼겹살 구이가 전국적으로 유행하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1968년부터 대일 돈육 수출이 시작된 건 사실이지만 그때의 삼겹살이 부분육으로 삼겹살 구이집을 유행시켰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좀 미흡한 것 같다. 필자의 경험과 선배들의 증언에 의하면 1980년 롯데햄과 백설햄이 본격적으로 이땅에서 돼지고기로 만든 햄, 소시지를 생산하면서 햄, 소시지 원료육으로 뒷다리, 앞다리, 등심등을 이용하였고 삼겹살, 목심, 죽발, 갈비등이 부분육으로 시중에 유통시켰는데 80년대부터 대일 수출물량도 늘어나서 돼지고기 부분육 시장의 확대가 삼겹살 구이시장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80년대 프로판 가스의 보급으로 구이 화로의 발달이 삼겹살의 급격한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아마 육절기의 보급도 삼겹살의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삼겹살구이는 압축성장의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다.

이렇게 40년 이상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고기 메뉴인 삼겹살 참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어 오고 다양한 유행을 만들어 왔는데 요즘 숙성 삼겹살이 유행의 중심에 서 있다.

고기 와인 숙성이니 된장숙성이니 하는 마르네이드 방식의 숙성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심플하게 습식 숙성과 건조 숙성 삼겹살이 유행이 되고 있다. 참 삼겹살이 아니라 돼지고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숙성 돼지고기는 삼겹살만 숙성하는 것이 아니라 목심이 숙성에 중심이 되는 느낌도 강하고 건조 숙성의 경우는 돼지 한 마리 개념이 도입되고 있는 것 같다. 숙성육의 원조는 어디일까? 이건 이야기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맛있는 돼지고기집 맛의 비밀을 찾아 보면 나름의 숙성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냥 요리과정속에서 전통적으로 아니면 관습적으로 학습된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지 숙성이 고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서 숙성을 시도한 식당은 찾아 보기 힘들다. 

습식 숙성 식당 

습식 숙성육을 식당 컨셉으로 가장 성공한 식당은 맛찬들 왕소금 구이다. 전국적으로 유명 돼지고기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막찬들의 성공 요소중에는 14일 습식 숙성육이라는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쇼케이스로 손님들에게 노출된 고기 숙성고는 손님들에게 충분히 맛찬들 숙성육을 각인시킬 만 하다.

14일 습식 숙성육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 맛찬들 왕소금구이(발산점)에서는 숙성 삼겹살 150g 에 14,000원( 93,333원/kg)을 받고 있다. 제주 흑돼지 흑돈가(신논현점)에서 150g의 흑돼지 오겹살을 17,000원((113,333원/kg)에 판매 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요즘 가장 핫한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하남장돼지집이  180g에 13,000원(72,222원/kg) 비하면 상당한 고가를 받으면서도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만큼 숙성육이 맛있다는 이야기다.  상암동의 새로운 숙성 삼겹살집 일미락에서도 숙성 삼겹살 1인분 180g에 14,000원(77,777원/kg)에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면 습식 숙성육의 고가의 이미지에도 인기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14일 습식 숙성육이라는 식당 컨셉이 인기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국내 최고의 고기 박사인 주선태 교수의 주장은 “ 백색근섬유 비율이 소고기보다 높은 돼지고기의 경우 연도가 소고기처럼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숙성에 필요한 시간도 이삼일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숙성 돼지고기 판매’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만약 숙성된 돼지고기를 판매한다고 하면 그 말은 오랫동안 냉장고에 저장되어 신선도가 떨어진 나쁜 고기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필로교수의 고기예찬 p172

일반적인 진공포장에 의해 유통되는 냉장 돼지고기의 경우 유통기한이 도축후 40일 내외니 14일정도 숙성을 과숙성이라고 이야기 하기 뭐하지만 육학상으로 돼지고기의 숙성은 그렇게 긴 숙성일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나름 대한 민국에서 가장 공인 (텔레비젼 출연 빈도로는 이미 방송인)이신 주선태 교수의 주장이니 참고했으면 한다. 학계의 이론상의 돼지고기 숙성에 관한 주장과는 상관없이 14일 습식 숙성한 맛찬들은 고기가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발 주자인 일미락도 목동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상암동에 3호점을 오픈했는데 예약을 하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는 인기 식당이 되었다. 분명 습식 숙성이 기존의 일반적인 고기집과는 다른 맛이 있는 것일까? 어짜피 일반 삼겹살집도 다 몇일씩 진공 상태로 자연 습식 숙성기간을 가지는데 심리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 고기에 대한 상식과 이해가 부족한 손님들에게 숙성이란 단어 하나가 주는 위안과 친근함 그리고 믿음이 심리적인 고기맛을 상승시키는 것은 아닐까? 필자가 가끔 발산동 맛찬들에 가 보는데 발산역 맛찬들의 숙성고는 본의 아니게 건조 숙성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진공을 개봉하고 립핑해서 진열되는 동안 약간의 건조 숙성이 이루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 작은 차이가 맛찬들의 숙성 돼지고기들이 다른 식당의 고기와 맛의 차별화가 일어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맛찬들의 경우 고기가 충분히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고기맛의 비밀일 수 있다. 이 고기의 숨쉬는 시간도 숙성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되니 맛찬들의 인기 비밀 중의 하나가 고기의 숙성인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건조 숙성 식당 

‘소고기는 겉에서부터 썩어 들어가고 돼지는 속에서부터 썩어 나와서 돼지고기는 건조 숙성이 안된다. ’‘돼지고기는 충이 있어서 날 것으로 먹으면 안되고 건조 숙성도 안 된다. ’ 고기에 관한 프로끼리도 다들 돼지고기는 건조 숙성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돼지고기를 왜? 숙성해야지 그냥 잘 먹는데 어짜피 뒷다리야 햄 소시지로 만들어 먹으면 되고 ’ 이게 상식적인 생각이었다. 지난 해 봄 B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컨셉을 수정하는 일에 참여 하면서 국내산 돼지고기 한 마리를 다 메뉴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뒷다리와 등심을 스테이크로 만들어야 한다면 좀 부드러워져야 하는데 돼지고기 건조 숙성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국내 건조 숙성의 개척자이신 서동한우 유인신 대표를 만나서 돼지고기 건조숙성(드라이에이징) 해 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름 돼지고기 건조 숙성의 연구가 시작되었고 놀라운 것은 앞다리는 거의 삼겹살 수준이상의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뒷다리도 일부분은 완벽하게 구이용으로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한참 연구를 진행하면서 돼지고기 건조 숙성에 대한 경제적 의미와 한돈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몇 편의 칼럼을 축산 전문지에 기고를 했다. 지난해 여름 서동한우 유인신 대표가 마산에 가자고 하신다. 목살 55라는 식당이 건조 숙성 돼지고기로 인기 몰이중이라고 목살 55는 서동한우 유인신 대표에게 건조 숙성법을 배운 친구들인데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이다. 마산에서 목살 55 식당에 가 보았다. 수입 돼지고기로 습식 숙성과 건조숙성을 병행하는데 손님들의 인기가 대단했다. 수입 돼지고기의 한계가 분명히 느껴지는 맛임에도 손님들은 차별화된 새로운 맛과 목살 55의 다이나믹한 분위기에 반한 것 같았다. 목살 55의 영향인지 건조 숙성 돼지고기의 열풍은 경상도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 같다. 목간구이등의 건조숙성 돼지고기 집들이 성업중이다. 

홍대앞 진저피크 8일 돼지한마리 건조 숙성을 컨셉으로 하는 건조 숙성 돼지고기 식당이다. 처음 진저피그를 보고 놀랐다. 초기 오픈 당시에는 8일 건조 숙성한 삼겹 200g, 목심 200g, 앞다리200g  총 600g을 30,000원에 팔았다. 앞다리를 과감하게 구이 메뉴에 포함시켰고 8일 숙성이지만 상당한 건조 숙성이 진행되어  앞다리가 구이용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600g이 30,000원이면 1kg에 50,000원이라는 이야기니 가격면에서도 소고기 드라이에이징이 감량에 의해서 가격이 높아지는 것과는 달리 앞다리등 돼지 한 마리를 다 구이용으로 이용함으로 원가를 절감시켜서 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는 걸 입증해 주는 건조숙성 식당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식당 컨셉이 서동한우에서 두 번째 브랜드로 준비라고 있던 건조숙성 돼지고기 식당의 그것과 매우 유사함에 놀랐다. 트렌드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아니면 정말 나의 몇편의 건조 숙성 돼지고기에 대한 글들이 영향을 미쳤을까?

건조 숙성 냉장고 관계자를 만났다. 2013년 건조 숙성 냉장고를 처음 출시해서 3대 팔았는데 2014년에는 100대 넘게 팔았다고 자랑을 한다. 2015년에는 더 잘 팔릴 것 같다고 그런데 자신들도 처음에는 소고기 건조 숙성용으로 개발한 숙성고인데 돼지고기 식당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왜? 자신들도 궁금하다고 여기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말이 있다.

숙성이란 키워드가 단순히 식당 컨셉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수많은 식당들속에서 남과 다른 차별화로 숙성이란 말을 써 왔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적으로  숙성의 필요성과 숙성을 통한 육 성질의 차별화를 확실히 인정 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숙성이란 이름만으로 손님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갑자기 돼지고기 숙성에 관한 식당 사장님들의 관심이 높아진 건 우리 국내산 돼지고기 한돈이 맛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구제역이후 300만두이상 매몰된 한돈은 숫자상으로는 구제역 이전으로 규모는 회복되었지만 품질 회복은 구제역 이전 보다 떨어진다. 우수한 종돈 선발의 문제, 사료 급여 방식, 농장주의 마인드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돈의 품질이 떨어진 걸 식당 사장님들이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맛있는 돼지고기 품질개선과 차별화를 위해서 건조숙성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11일 상암동에 바람맛 돼지라는 건조 숙성의 개척자인 서동한우의 건조 숙성 돼지고기 브랜드 식당이 오픈했다. 30일 이상의 돼지고기 건조 숙성이다. 돼지고기 건조숙성은 소고기의 건조 숙성과는 달리 진한 치즈향 보다는 돼지의 잡내가 사라지고 깨끗하고 품격있는 고기 맛이 생긴다. 30일 이상 건조 숙성과정중에 고기내 자연 발생된 효소가 근육섬유질을 서서히 분해시켜 육질을 부드럽게 하여 연도와 맛을 향상시킨다. 돼지고기의 경우 전부위를 다 건조 숙성하고 뒷다리의 25%에서 30% 정도를 구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30일간의 장기 건조 숙성(deep dry aging)은 지방 산패의 위험성이 높아 일반인들은 따라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위에서 습식 숙성과 건조 숙성 돼지고기의 대표 식당 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럼 왜? 숙성 돼지고기 식당이 유행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기로 하자.

첫째, 식당 컨셉 차별화다. 수많은 돼지고기 식당과 차별화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의 돼지고기의 경우 거의 완전히 동일한 품종에 동일한 사양관리 프로그램에 의해서 고기로 차별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주도나 지리산 흑돼지가 인기가 있지만 원료의 공급가격이 비싸고 품질의 균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니 일반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돼지로 숙성을 해서 맛을 제고하였다는 건 분명 식당 컨셉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둘째는 경제성이다. 습식 숙성으로 메뉴 가격을 높일 수 있었던 맛찬들의 경우 일반 삼겹살을 판매했다면 그 가격으로 영업이 어려웠을 것이다. 건조 숙성 식당의 경우는 삼겹살, 목살뿐 아니라 앞다리등 돼지 한 마리를 다 구이용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원료 구매 원가에서 상당한 원가 절감 요소가 생긴다. 비록 건조 숙성을 통한 감량이 발생하더라고 뒷다리와 앞다리를 구이요으로 판매가 가능할 시에 생기는 이익은 상당할 것이다. 또 제주흑돼지나 지리산 흑돼지 마리당 구매시는 삼겹살과 목심만 구매할 때 보다 일반 돼지와 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 따라서 제주나 지리산 흑돼지를 건조 숙성해서 판매할 시는 품종의 차별화도 식당의 컨셉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식당 이미지 제고다. 건조 숙성은 왠지 서구적인 느낌이 있다. 그래서 단순히 돼지고기 구이식당이지만 서구의 바비큐 식당 같은 인테리어와 서구식 서빙 방식의 도입등 기존의 한식구이집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다. 이미 진저피그나 바람맛돼지등의 찬류 구성을 보면 과감한 변화를 체험할 수 있고 그런 변화에 손님들의 반응이 자연스럽다는 걸 알 수 있다.

구이 메뉴에 소시지가 함께 제공되고 생맥주가 도입되는 것도 식당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 

돼지고기의 건조 숙성은 이웃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 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등심의 일부를 식당에서 나름 드라이에이징을 하는 세프가 있지만 보편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돼지고기를 60-70% 햄 소시지로 소비하기 때문에 곧이 건조숙성을 한 돼지고기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정말 돼지고기 건조 숙성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식문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돼지고기 건조 숙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나 보다 다섯 살 정도 많은 축산지 기자분이 이런 말을 한다. 어릴 때 겨울철이 되면 아버지가 돼지 다리 하나를 사오시면 어머니가 부엌 처마밑에 걸어 두고 썰어서 두루치기도 해 주고 김치찌개도 해 주셨는데 그 돼지고기 맛을 잊을 수 없다고 그게 건조 숙성 돼지고기 였을거라고 맡는 맛이다. 돼지고기 건조 숙성 우리가 이미 오랜 시간 즐겨 왔던 우리 맛이다.

 돼지고기의 건조 숙성 시장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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