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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서당, 청년에 답하다.

식육마케터 감태경Ph.D

고3학생에게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답장을 쓴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식품유통계열을 진로로 정한 00고등학교 3학년 000입니다. 제 진로와 관련된 부문에 큰 영향을 주시는 김태경 식육마케터님께 여쭙고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질문을 담은 쪽지를 보냈습니다. 우선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연락드린 점 죄송합니다.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최근 축산관련 식품유통계의 전망이 어떤가요?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해보니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 것도 고등학교 3학년이 묻어보면 어떻게 답으로 해야 할까? 난 앞으로 20년쯤후의 세상에 대해서 상상해 보라고 하고 싶네요. 고3이니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갔다오고 취직을 하면 한 십년 보낼 거구 거기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정도 업게에 종사해야 하니 앞으로 20년후가 김군이 리더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올거예요. 내 경우에는 삼십대초반에 리더가 되었지만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럼 앞으로 20년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까? 흥하고 망하는 많은 산업이 있지만 식품의 인류가 지구상에 있는 한 끝까지 남아 있을 산업이지요. 단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분야가 더 발전할지는 다 나름의 상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아니 일제강점기부터 우리의 식품산업분야 농업을 포함에서 적당한 품질을 싸게 만들어서 공급하는 것이 주 관심사였던 것 같은데 이제 점점 탐식을 하는 이들이 늘고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되면서 품질의 고급화 맛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 그런 차별화된 분야가 발전할거라고 난 상상을 해 봅니다. 아니 마켓컬리가 그런 맛중심 품질중심의 식품 산업 변화의 상징처럼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지요. 새벽 배송은 단순히 저녁에 주문한 아침 집앞으로 배달되는 것에 의미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맛있는 식품을 신선하게 받아 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겁니다. 즉 김군이 18년동안 살아온 세상과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거지요. 나 역시 지난 50년을 살았고 30년 업계에 있었지만 내가 알고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 저는 식품업계의 가장 큰 이슈를 가격의 폭락이라고 생각하는데요.(아로니아, 양파, 돼지고기등의 가격 폭락등) 개인적으로 생각하시는 올해 식품업계의 최고 이슈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농축산물의 가격하락과 폭등은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지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차별화되지 않고 그냥 가격 경쟁력만 확보하려다 보니 생산량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폭등 폭락하게 됩니다. 농담처럼 우리나라 양돈농가들은 돼지 한 마리를 30만원내외로 키워서 50만원 받으려고 합니다, 모든 농가가 그런데 돼지 한 마리를 100만원 들여서 키워서 200만원 받으려 하는 노력을 하는 농가가 있다면 그 농가는 가격의 파동없이 자기만의 차별화된 시장을 가져 갈 수 있습니다. 

올해 식품업계 최고의 이슈는 패러다임 시프트입니다.

한국사회의 모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제 식품산업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이 큰 물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타고 넘어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30년간 대형 마트에 의해서 주도되었던 식품시장에 쿠팡,마켓컬리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소형전문점들의 도전이 심하게 나타날 겁니다. 이는 단순히 쿠팡,마켓컬리가 투자를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기존의 대형마트의 패러다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택시가 타다에 도전을 받는 것과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요? 

올해 식품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식품업체와 미래를 준비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공부하는 식품업체인가에 따라서 몇 년후의 위상이 많이 달라질겁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생물, 화학, 경제, 사회등 다양한 학문이 합쳐진, 학제적 성격이 강한 이 분야에서 문과인 제가 어떻게하면 적응할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리집에 따님이 한분 계시는데 이친구 진로선택시 내가 한마디하면 집사람이 늘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던데 마지막 질문이 가장 어렵군요.

그냥 내 이야기를 할까요?

난 식육마케터로 지난 30년간 활동해 왔습니다.

지금도 식육마케터지만 나름 식육관련 음식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분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난 고1때 농대 가겠다고 생각하고 이과였는데 막상 공부를 해 보니 도전히 이과 과목이 머리에 안들어 왔어 대학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축산경영학과를 선택해서 갔습니다. 이 과가 농업경제학과랑 성격이 비슷해서 고대 농경제는 문과인데 건대는 이과로 되어 있어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을 했지요. 대학때 축산관련 과목을 축산학개론 한과목만 듣고 졸업한 축대생은 축산대학 역사에 나 하나뿐 일겁니다. 난 인문학쪽 과목들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전공은 경제학 과목이 많아서 공부하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대학에서 공부 하나도 안하고 책만 읽다가 졸업했지요. 운이 좋아서 롯데그룹 공채로 롯데햄에 입사했습니다. 그때 어느날 팀장이 앞으로는 마케팅이 기업에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거야 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교보문고에서 마케팅 분야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머리에 쏙쏚 잘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대학때 못한 공부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쳐서 열심히 했지요. 얼마전 알라딘에서 평생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 통계를 봤는데 내가 적어도 알라딘에서는 경영 마케팅 분야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 몇 명안에 들어갑디다. 

이렇게 식육 마케터로 경영학박사로 활동하던 내가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라는 이과적 책을 썼지요. 농담처럼 내가 우리나라 백정중에서 글을 가장 많이 쓰는 백정이라 당시 유행하던 숙성에 대한 정리를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무지 개공생을 했지요. 모르는 식육과학책 읽어가면서 정리를 하려고 하니 이게 맞는 말인지 틀리는 걸 적고 있는 건지 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다음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개정 증보판은 식육과학의 대가 주선태 교수가 감수를 해 준다고 하니 편하게 쓰면 될 것 같습니다.

또 김군이 읽은 대한민국 돼지산업사 그리고 이번에 출판된 삼겹살의 시작은 인문사회학 책입니다. 산업의 역사와 삼겹살의 계보를 정리한 책입니다.

이렇게 문과 이과 성향의 책을 쓸 수 있는 건 독서의 덕분입니다.

아니 남들은 내가 식육마케터 인지 학자인지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려고 하고 많은 비판을 합니다.

아니 칼을 잡을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숙성육 책을 썼는지 사이비 사기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난 고기와 사람에 관련된 일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내가 맥주나 커피나 와인에 관한 글을 쓴다면 아마 한 삼년 맥주에 미쳐서 살거나 한 삼년 커피에 미치면 가능하겠지만 이제 나의 남은 생이 그렇게 다방면의 분야의 전문성을 가질 시간이 없네요. 지금까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나에게 많은 공부를 하게 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고기 인문학 고기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갈까 합니다.

다음 책은 불고기와 로스구이 문화를 통해 우리 쇠고기 문화와 산업의 변천사를 정리해 보고 싶고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개정 증보판을 써서 부끄러움을 좀 회복해 볼까 합니다.

식품 산업에 종사하고 싶고 식품을 공부하고 싶은 김군 

식품산업의 食 (밥 식) 이 한자는 사람인 (人) 좋을 량 (良)을 더한 한자입니다.

식품산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산업입니다.

사람에 대한 사람이 식품 산업의 시작입니다.

 

 


질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일단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은 무례할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답변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이고 하시지 않으셔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시느라 힘드셨을 것이라고 이해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존경하는 멘토님께 질문을 하고싶었다는 점만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S)선생님의 책인 대한민국 돼지산업史를 읽고 돼지고기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들도 알고 돼지산업의 발전에 들어간 수많은 분들의 수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축산업의 발전에 힘써주세요!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역 삼선중학교 정문앞에 외식서당이라는 작은 동네 책방이 열려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작은 아지트입니다.

사실 은퇴하시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김군의 아버지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인데 김군 같이 세상을 처음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좋을 것 같네요.

김태경 010-5358-8352

강의나 출장이 많아서 빈 시간이 많을 겁니다.미리 전화주시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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