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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소비 시대 한돈의 가치

식육마케터 김태경 Ph.D

가치 소비 시대 한돈의 가치 

                                                         축산경영연구소 김태경 Ph.D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수요 공급이론에 의한 가격 형성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2019년 여름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역으로 하락하고 있는 걸 소비의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해석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 참석한 여러분들 대부분도 작년에 과잉 수입과 왠지 모를 소비둔화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이제 찬바람이 불면 곧 회복되겠지 우리가 얼마나 삼겹살을 미치고 환장하게 좋아하는데”라고 신앙처럼 믿고 스스로 위로 하고 계신 한돈 농가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1990년대 초반 돼지고기 브랜드시대를 개척했던 1세대 식육 마케터로 돼지고기 근현대사를 연구하고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돼지고기 관련 식당들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돼지고기 식당 사장님들의 생각과 손님들의 소비형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돼지고기 시장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식당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임대료의 상승으로 식재료비를 절감해 보겠다는 노력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요리 기술없이 식재료비를 낮추는 건 자살행위지만 그래도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식당 사장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요즘 특수부위와 껍데기등 부산물을 취급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다리와 등심부위를 구이용 메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여기저기 식당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넘어 호르몬 야끼에 관심을 가지는 식당 사장님들도 상당히 많아지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아마 이번 한일 무역 전쟁이 아니였다면 수입쇠고기와 부산물을 활용한 야끼니쿠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들입장에서는 삼겹살 로스구이를 한 40년 먹어 왔더니 이제 좀 새로운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말이 소주지 지금의 소주는 1970년대의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알콜 도수가 낮은 술입니다. 진한 기름끼 많은 삼겹살 말고 얼마든지 맛있는 안주들이 많이 개발되었으니 삼겹살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추정해 보면 국내 유통되고 있는 삼겹살의 50%는 수입산이다. 요즘 아무리 수출국들이 고품질 수출 정책으로 돌아서서 값싸고 품질좋은 삼겹살을 한국에 수출한다고 하지만 10일에서 15일이내에 잘 숙성된 국내산 냉장삼겹살보다 맛이 떨어집니다.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맛없는 삼겹살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이게 돼지고기 소비둔화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삼겹살을 잘 사 먹기 않는 것입니다.

가끔 삼겹살이 땡겨서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려고 삼겹살집에 가면 많은 삼겹살집들이 수입육을 팔고 있으니 꼭 한돈 삼겹살집을 찾아서 가는 한돈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점점 삼겹살 소비는 문제가 생길 겁니다. 특히 한돈 삼겹살은 가격이 높습니다. 팔아도 안 남는다고 생각하는 식당 사장님들이 잘 취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세계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이후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가치 소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로 다양화되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의 소비행동을 정의하지만 사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이 각자 제각각의 소비 철학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북유럽의 킨포크니 밀레니엄 세대의 소비행동을 봐야 한다고도 합니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제안으로 성공한 모델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어쩜 태극기 부대 노인들도 자기들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돼지고기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입장에서 최근들어  급격히 다양해진 라이프 스타일만큼 우리 한돈산업의 근현대사를 다시 조명하고 한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돼지고기의 리포지셔닝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우고기는 쇠고기이면서도 수입쇠고기와는 다른 고급육입니다.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른 고급육입니다.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알고 있는 마음의 사다리입니다.

반면 한돈은 아직 수입돼지고기와 돼지고기라는 같은 카테고리안에 있습니다.

수입 돼지고기중 한돈보다 더 품질이 우수하고 맛있는 돼지고기가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라는 마음의 사다리 꼭대기에 한돈이 없습니다.

양돈이 2008년 한돈이라고 새롭게 명명 되었지만 그 누구도 왜? 한돈인지 한돈은 뭐가 다른지 제대로 설명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한돈 브랜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확립하고 한돈을 일반적인 돼지고기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세계 최고의 맛있는 돼지고기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한돈이란 무엇인지 한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무엇인지 설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한돈을 설명하려면 양돈을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양돈이란 양돈은 내용에 따라 종돈생산(種豚生産) ·모돈생산(母豚生産) ·육돈비육(肉豚肥育)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종돈생산은 종돈을 사육하고 번식에 제공하여 장차 육종번식용의 종돈으로 제공될 수퇘지의 생산, 즉 양돈의 기초가 되는 순수종의 돼지를 생산하는 일이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모돈생산은 새끼낳기 양돈이라고도 하며, 비육용 새끼돼지의 생산을 목적으로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양돈 [pig farming, 養豚] (두산백과)

돼지를 낳아서 키우는 일을 양돈이라고 합니다.

1921년 10월 3일 동아일보 기사에도 조선의 산업중에 양돈업이 나옵니다.

기사 내용을 조금 살펴 보면 최근 조선 산업 발달의 대관이라는 제목하에 농업개량급 발달의 소제목으로 돈은 조선농가에서 보통사육하는것이나 그 체중이 小(작을소)하고 그밖에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개량이 필요하여 농업모범장에서 버크셔를 수입하여 교배시험을 하였는데 그 결과가 매우 양호하여 버크셔를 많이 수입하여 전국에 보급하여 양돈업 발달의 새로운 기원을 마련하였다 라는 내용입니다.

조선의 재래돼지를 버크셔와 누진교배 시키는 사업을 일제는 1920년대부터 시행하였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의 양돈업의 시작을 이 시기 부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일 무역 전쟁이 한창이니 우리 한돈산업 분야에서도 아직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 하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이버에 돼지를 검색하면 한국에 개량종 돼지가 들어온 것은 1903년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1944년 조선농업발달사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정확히 조선반도에 서양종 돼지가 처음 들어온 해는 1885년 농무목축시험장에서 미국에서 돼지 8마리를 수입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

일제가 왜? 1920년대에 그저 농가 여인네의 부업으로 채비동물에 지나지 않던 조선의 재래돼지 개량에 집중하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이 시기가 일본 본토에서는 돈가스, 카레라이스, 고로케등 돼지고기 요리가 대중화되던 시기라는 것과 연관성이 깊을 것입니다.

일본은 1871년 1200년의 육식금지령을 풀고 육식을 시작합니다.

다이쇼시대가 시작되는 1912년경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쇠고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값싸고 나름 생산성이 좋은 돼지고기의 소비가 늘어 납니다. 1920년경에는 돈가스나 카레라이스가 대중식으로 완전히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전쟁을 준비하면서 조선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을 겁니다. 조선우는 식량의 의미를 넘어 최고급 트랙터였습니다. 소가죽은 중요한 군수물자였습니다. 어떻게든 식민지 조선에서 조선우를 수탈해 가기 위해서는 조선인들에게 쇠고기의 대체재를 만들어 주어야 했을 겁니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양돈은 해방정국에서도 해방의 기쁨으로 육류의 소비자 급격히 늘어 나지만 남북 경제 교류가 중단된 상태에서 남한의 소는 50만두 정도 였습니다. 한해에 일소를 필요한 소가 30만두 한해에 도축되어 육류로 공급되는 소가 20만두선이었습니다. 계속 소를 도축하면 일소의 씨가 마를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수립도 전인 1948년 3월 전국의 돼지 14만두를 서울 근교로 사모아 양돈업을 장려 합니다. 그 당시 14만두면 전국의 사육두수의 20%가 넘는 돼지수입니다.

전후 복구과정에서 미국의 원조로 서양종 돼지들이 들어왔습니다. 제주도 이시돌 목장에서는 임피제 신부님의 노력으로 양돈업이 성공적으로 번성하게 됩니다.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니 1958년부터 시험적으로 1960년대 초반 생돈과 냉동 지육을 홍콩으로 수출하기 시작합니다.

박정희는 산업화속에서 값싼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농산물을 철저히 통제하기 시작하고 거기에 육류는 매우 조용한 품목입니다. 특히 돼지고기는 소보다 워낙 생산성이 좋아 값싸게 공급이 가능한 육류였으니 양돈산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1972년 일본의 돈육 수입 자유화로 수출까지 하게 되면서 양돈업은 급격히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래도 전통적으로 쇠고기를 좋아하던 우리는 1970년대 경제성장이 좀 되기 시작하면서 불고기, 로스구이로 쇠고기를 엄청 먹었습니다. 지금처럼 외화가 있어서 수입 쇠고기를 막 수입할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1976년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 가격이 상승하고 수출을 위해 준비되었던 돼지고기는 국내 물가 안정용으로 시장에 풀려 나옵니다. 이 시기에 쇠고기 로스구이는 자연스럽게 삼겹살 로스구이가 되어 지금까지 인기 메뉴가 되어 왔습니다.

양돈 산업은 생산성이 좋아 쉽게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고 값싸게 공급이 가능하니 산업화에 크게 이바지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이 거의 같은 품종의 돼지를 거의 같은 사료 배합비로 거의 같은 사육 환경에서 대한민국이 하나의 단일 돼지농장처럼 키워내고 있습니다.

이건 일제 강점기 일제의 의해서 학습된 식민지 플랜테이션 농업방식입니다.

아열대나 열대 지방의 커피나 바나나 목화등을 키우는 플랜테이션 농업과 조금은 다른 방식이지만 단일 품종을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키워 수탈해 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식민지형 플랜테이션 농업입니다. 일제가 조선반도를 식민지화하면서 나름 변형으로 만든 것 입니다.

우리 농업의 많은 품종이 아직도 일제의 식민지시대의 조선반도형 플랜테이션 농업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해방이후 독재 정권에 의한 계획 경제속에서 농산물의 가격통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일겁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저만의 주장입니다.

아직도 우리농업이 전근대적 식민지 농업 경영 방식에서 해방되지 못했다고 하면 다들 저를 미친 놈이라고 할 겁니다.

앞에서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걸 잠깐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각자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이제 먹는 것도 자기만의 개성  강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농업은 달라진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킬 수 있는 농업이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작물은 이야기하지 말고 돼지만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 돼지 농장들은 30~40만원의 생산비를 투입해 돼지를 생산해서 40~50만원에 시장에서 돼지 한 마리를 판매하면 매우 만족해 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돼지한마리를 100만원에 키워서 200만원 받으면 안될까?

똑같은 돼지를 생산성위주로 키워서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을 저는 양돈산업이라고 다시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럼 당연히 한돈 산업의 정의는 아시겠지요.

한돈산업은 가치소비 시대 다양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새로운 제안이 되는 맛있고 가치 있는 돼지를 생산하는 돼지산업을 한돈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한돈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정의를 확실히 하여야  마케팅 전략을 선명하고 힘있게 세워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해 보아야 합니다. 


- 한돈(브랜드)의 존재 이유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 한돈(브랜드)가 소비자와 이해 관계자들(투자자, 내부 종사자, 협력업자, 유통업자 등)과 중장기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 경쟁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 한돈(브랜드)의 개성은 무엇인가?

- 한돈(브랜드)의 핵심 영역은 무엇인가?

-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한돈(브랜드) 이미지의 목표는 무엇인가?

- 한돈(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는 무형의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려는 효익을 연상시킬 수 있는 것인가?

위의 답을 찾아 가면 한돈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정립됩니다. 

한돈은 단순히 이름의 변경이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에 따른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 한돈이라고 명명된 2008년 이후 제대로 된 한돈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것이 한돈산업 전체의 위기론의 가져 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이제 가치소비 시대 한돈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면 한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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