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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리코 vs 한돈





이베리코 vs 한돈

이베리코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사대주의급으로 유행하고 있다. 스페인의 양돈산업이 우리보다 무진장 우수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의 축산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길 하면서 스페인 양돈 시장에서의 품종에 따른 세분화 시장(이베리코, 듀록, 일반 교잡돈), 생산 방식에 따른 이베리코 등급체계(베요타, 세보 데 깜포, 쎄보), 다양한 부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하여 상품화하는 사례들, 지역별 돼지 상품화 사례, 소농에 유리한 이베리코 등급체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페인 소비자들의 구분되는 지불의사 등을 소개하였다. 이를 SNS에서 소개하고, 또 언론 기고를 통해 소개했다. 이전 사례가 있는 것은 행운이다. 시행착오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s대 M 교수 페이스북
대표적인 인물이 아마도 s대의 M 교수일거다. S대의 M 교수는 자의던 타의던
이베리코 돼지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선봉이 되었고 한돈산업 종사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은 것 같다. 문제는 s대 M 교수 축산업 전문가도 아니고 s대 교수라고 자기 전공이외에 다 잘 아는 것도 아닌데 맹목적으로 M교수의 말들이 인용된다는 것이다.
양돈산업 아니 한돈산업의 역사적 이해가 조금만 있다면 우리나라의 양돈산업과 스페인의 양돈산업 특히 이베리코 돼지에 대한 비교가 얼마나 엉뚱한 비교인지 알건데 s대 교수의 개인적인 생각을 마케팅에 활용한 이베리코 수입업자의 뛰어난 마케팅 전략도 그걸 이베리코 쇼크라고 충격적으로 받아 들이는 우리 한돈 산업의 현실도 참 안타깝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S대 M 교수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시각과 소신으로 말한 것이니 난 별로 비난하고 쉽지 않다. 다만 축산대학 출신으로 돼지와 관련된 산업에 30년을 종사해 왔다. 또 양돈, 한돈산업을 연구하는 사람에 입장에서 내가 생각하는 이베리코와 한돈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진다.

우리 돼지의 역사를 최근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고 단행본 작업중이다.
대한민국 돼지산업사와 삼겹살의 시작 우리나라의 근대이후의 양돈산업에 대해서 인문학적 시각으로 책을 썼다.
 책을 쓰면서 식민지 시대에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의 많은 것이 다르고 특히 농업의 생산방식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국 농업의 질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농업 정책이 있었던 것 같다.
일본만 예를 들면 일본에는 화우의 품종이 약 161종이나 된다. 반면 일제는 식민정책으로 조선에서 조선우를 황색털을 가진 단 한품종의 소로 통일화 작업을 한다. 돼지도 버크셔만 키우길 강요하고 닭도 레그온만 보급한다. 수많은 경작중에서 일본으로 수탈해 가기 위한 쌀 농사만을 강요해 왔다. 난 이걸 아시아식 플랜테이션 농업이라고 한다. 일제의 이 아시아식 플랜테이션 농업 단일 품종 중심으로 생산성 위주의 농업은 해방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번에는 독재 정권에 의해서 우리 농업, 농촌, 농민에 강요되어 왔다.
그 결과 최고의 성장 산업이 양돈산업이었다. 1950년 전쟁으로 남한에 돼지가 156,000두밖에 없었는데 지금 1200만두의 양적 성장을 보이고 우리 국민들에게 값싼 고기를 공급하는 시대적인 사명을 너무도 충실히 감사히 수행해 온 양돈 산업이 요즘 참 많이 수난을 당한다.
시장에서 어렵게 장사를 해서 자식 공부시켰더니 그런 부모가 부끄럽다고 이야기하는 자식처럼 우리는 양돈산업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공해 유발한다고 공장식 사육으로 동물 복지를 무시한다고 전염병의 매개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이론적으로 2020년의 대한민국은 양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막대한 외화를 가지고 있으니 다 수입하면 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한돈산업의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조건 두수를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 많은 수익을 만들고자 한다. 요즘은 2세들의 참여로 더욱 신이 나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난 모두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스페인의 양돈산업과 우리 한돈 산업을 비교하는 건
역사적,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마치 스페인은 빵을 먹고 있으니 빵이 더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돼지에게 도토리를 먹이는 건 근대이전에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다. 독일도 영국도 프랑스도 스페인도 다 가을 전나무숲에 돼지를 방목하고 겨울이 다가오면 우리가 김장을 하듯 돼지를 도축해서 햄 소시지로 만들어 겨우내 저장식품으로 돼지고기로 만든 햄, 소시지를 먹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농서에도 돼지고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싶으면 도토리를 갈아서 먹이라 되어 있으니 돼지와 도토리는 스페인만의 문화가 아니다. 다만 스페인은 아주 오래된 전통 농법을 이어 올 수 있었다. 그건 아마 스페인이 제국주의 국가 였기 때문이다.

이베리코와 우리가 키우는 돼지들의 품질 비교를 한 연구 자료도 있다.  
이베리코돼지고기가 맛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건 품종이 이베리코 돼지가 우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공장식으로 키우는 돼지는 거의 생후 180일령에서 도축을 하는 어린 돼지이고 이베리코돼지는 18개월이상 사육기간이 있어 사육 기간의 차이가 육질에 변화를 만들었다고 난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시작은 사실 제주도 연리지 가든에서 제주도 재래돼지고기를 먹어 보고 나서다. 사장님 말씀이 제주 재래돼지도 18개월을 키워야 제맛이 난다고 하신다.

고도성장의 산업화 시대가 끝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고령인구로 편입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이후 뉴노멀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를 지금처럼 먹을까?
양돈산업이 한돈산업이라고 이름만 달라졌지 진짜 새로운 산업 프레임을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감소할거다. 1인당 소비량이 늘어도 인구가 감소하니 당연히 감소한다는 예측이 맞을 거다.
더욱 많은 수입돼지고기가 수입될 거다.
가격뿐 아니라 품질까지도 한돈과 경쟁을 할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수입량은 늘어날거다.
돼지고기 전체 자급율 70% 삼겹살 자급율 50%를 걱정한다. 지금처럼 한돈산업 시설투자가 계속되면 자급율 70%는 상당기간 유지가 되겠지만 한돈농가의 수익면에서는 상당히 안 좋은 결과를 가져 올거다.

난 스페인의 이베리코산업을 우리나라 한돈산업 함께 이야기하는 m 교수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품종의 다양성이나 차별화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규격돈의 개념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겹살에 집중된 품종 개량이 독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삼겹살이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키우고 있는 YLD 삼원 교잡종이 통일벼처럼 생산성만 좋고 맛이 없는 돼지라 그나만 지방이 많아 튀김같은 구이가 되는 삼겹살에 사람들이 집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 한돈 산업의 미래 모델을 일본 양돈산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지난 2월 코로나 초기에 한돈자조금 위원회 직원들과 일본 양돈산업 특히 소비측면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 보려고 일본에 갔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많은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본은 왜 1960년대말 1970년대초 돼지고기 수입을 개방하면서 양돈 기지를 대만으로 이전했을까? 그 이후 일본 양돈산업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사이보쿠니 모쿠모쿠를 방문하고 그 발전한 모습을 보고 있지만 사이보쿠와 모쿠모쿠가 어떤 역사적 배경을 가졌는지 그렇게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몇 년 돼지의 역사를 공부했고 대한민국 양돈산업사를 정리한 나의 지식이 새로운 걸 보게 만들었다.
내가 내린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양돈 한돈산업의 마켓 1.0의 시대라면 일본의 양돈산업은 마켓2.0의 시대다.
우리나라의 양돈, 한돈산업은 생산성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1200만두의 돼지가 같은 품종에 거의 같은 사료에 같은 사양방식으로 180일내외를 키워 통일된 규격돈을 만들어서 출하한다.
한돈은 모두 하나의 집단 농장에서 키우졌다고 생각해도 된다.
마치 포드의 T-1  자동차 같은 같은 색에 같은 모델의 자동차만 생산하고 있는 체계다.
이걸 s대 M 교수등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지만 난 역사적으로 우리 양돈산업에 이런 방식을 학습하고 강요한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농민이 한돈 농가가 비판만 받을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러나 앞으로는 한돈 농가들이 욕을 먹고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망할 수도 있다.
일본은 1억2천만명의 인구가 살고 국토도 우리보다 크지만 돼지는 약 900만두 밖에 키우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다 적다. 그러나 일본에 2020년 기준으로 약 420개의 브랜드 돈육이 있다. 나름의 특색있는 지역 브랜드 돈육들이 많다. 자세한 건 겨울쯤 한일 브랜드 돈육 전략 비교 분석을 해서 다시 정리할까 하지만 일본은 다양한 양돈을 시도했다.
마치 GM 이 다양한 브래드 전략으로 포드를 이긴 것처럼
일본 양돈산업은 왜? 이렇게 변했을까? 황교익의 지적처럼 1960,70년대 일본은 공해 문제가 심각했다. 양돈산업도 예외가 아니였다. 농촌인구가 줄어서 더 이상 양돈을 할 청년들이 없었다. 도시 인근에 분포되어 있던 양돈장들은 더 이상 인상되는 땅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 양돈이 선택한 길은 사육두수로 승부하는 양돈산업이 아니라 품질로 지산지소 6차산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질적 양돈산업으로 전환했다. 부족한 건 대만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돼지고기 공급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시도했고 그 50년의 결과를 우리는 지금 일본의 양돈산업에서 만나는 거다.

2018~2019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돼지고기가 남아 돌아가는 시대다. 과잉수입과 국내 과잉 생산으로 돼지고기 재고 물량이 늘었다.  이제 없어서 못먹던 고기의 시대가 지나고 맛있는 고기를 찾아 먹는 시대가 되었다. 수입된 이베리코 돼지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은 지방맛이다.
지방 맛에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독특한 지방맛의 이베리코는 매력적인 고기다.
이베리코의 지방맛은 사육기간에 비밀이 있다.
우리나라도 제주도 흑돼지 모돈 1산짜리를 약간의 운동장만 마련해서 18개월정도 비육해서 고기맛을 보면 이베리코 돼지만큼 맛있게 느껴지는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베리코 돼지는 뒷다리 생햄 하몽을 생산하기 위해서 키우는 돼지다.
18개월키우고 숲에 방목을 한 이베리코 돼지는 뒷다리의 발달이 일반적인 양돈장에서 키우는 돼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스페인 하몽이 깊은 감칠맛이 살아나는 맛있는 생햄이 되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햄을 생산한다. 이제 초기에 기술적 실수는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원료돼지의 차에 의해서 살아나지 않는 감칠맛은 좀 아쉬웠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돼지를 키우면 된다.
삼겹살을 좋아하면 삼겹살 부위가 발달한 돼지를 키운다.
등심을 좋아하면 등심 부위가 발달한 돼지를 키운다.
뒷다리 생햄을 좋아하면 뒷다리 부위가 발달한 돼지를 키운다.
아마 이베리코 전체 생산량이 년간 10만톤정도고 수출 물량은 3만톤 정도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수입이 될까?
우리나라에 어떤 부위가 얼마에 수입이 될까?
난 한번도 이 자료를 본적이 없다.
스페인에서의 생산 원가부터 우리나라의 수입가격 그리고 유통 물량과 경로 가격등을 다 조사해서 깊이 있는 연구들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이베리코 쇼크라고 누가 이야기해던데 난 이베리코 해프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모돈이 나쁜 고기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모돈같은 이베리코 돼지를 좋다고 이야기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정말 두서 없이 썼다. 다시 정리해서 기고해야겠다. 블로그용 글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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