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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한돈의 미래

뉴노멀 시대 한돈의 미래

코로나 이후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생활들이 변화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의 경제에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사실 코로나때문만 아니라 인구의 고령화와 저 출산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노령계층의 영세화로 내수시장에 위기는 이미 다가 오고 있었다.
이런 내수 시장의 위기 상황에서 한돈산업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한돈산업은 자제분들의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높다. 지속적인 시설 투자를 늘려 사육 두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지 몰라도 한돈산업에서의 지속적인 투자의 초점은 사육두수를 늘려나가기 위한 것들이 많다.
1950년 전쟁이후 육류 소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니 앞으로도 육류 소비는 계속 늘어 날 거라고 많이 들 생각하고 있다. 시장이 계속 커지니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고 한 마리의 돼지라도 더 생산해서 시장에 내다 팔면 돈을 벌 수 있는 한돈산업의 구조는 적어도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앞으로는 육류 소비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면 전체 육류 소비량도 정체되거나 감소하게 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소비 비중이 달라지면 돼지고기 소비가 극감할 수 있다.
이미 고령사회가 된 일본의 경우는 경제불황의 원인도 있겠지만 2000년 이후 쇠고기 소비가 감소하고 돼지고기 소비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닭고기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던 일본이 최근 들어서는 닭고기 소비가 일등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닭고기가 쇠고기의 소비를 초월했다.
그러나 아직도 닭고기는 돼지고기 소비를 도전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심하게 벌어져 있다. 
돼지고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선호가 워낙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날 거라는 믿고 한돈에 시설투자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한 자료가 하나 있다.

1957년부터 1인당 육류 소비량을 살펴 보면 1957년에 전체 육류 소비가 3.7kg인데 이중 돼지고기는 2.4kg으로 65.7%의 구성비를 보인다. 1960년에도 돼지고기는 2.2kg 소비해서 전체 육류 소비의 65.6%의 구성비를 보인다. 2005년까지 구성비가 다소 줄어 들었지만 돼지고기의 육류 소비량은 전체의 50%가 넘는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0년이후 육류 전체 소비량중 돼지고기의 소비 구성비는 50%선이 무너졌다. 점점 구성비가 줄어 들고 있다.  






앞으로 육류 소비 구성비는 어떻게 변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948년 3월 5일 경향 신문의 기사를 보면 해방이후 농업의 원동력이 되는 소를 엄청나게 잡아 먹어 일한 소가 부족해서 양돈장려하였다는 기사가 있다. 아마 양계 역시 같은 이유에서 농가 부업으로 장려가 되었다.  육류소비는 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가격 측면에서보면 닭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싼 편이라 닭고기의 소비가 돼지고기보다 더 많거나 같은 수준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월등하게 많을걸 보면 우리 민족은 원래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민족이라는 것이 입증된다. 또한 돼지고기는 정육점에서 값싸게 구입해서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반면 닭고기의 소비는 다 치킨이라 집에서 먹는 외식 메뉴가 되어 치킨 한 마리에 만오천원에서 이만원을 하는 고가에 구입을 해야 하니 닭값은 싸도 치킨값은 싸지 않다는 딜레마가 있다. 닭고기는 집에서 요리하기 만만한 식재료가 아니고 쇠고기는 너무 비싸고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인기 있는 육류는 돼지고기 였다.

 그럼 앞으로 계속 돼지고기가 인기가 있을까?
우리나라의 양돈산업은 1975년경을 기점으로 현대화되었다고 봐야 한다.
본격적인 배합사료를 먹여 돼지를 공장식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 중반이라고 봐야 한다. 돼지고기 로스구이인 삼겹살이 1970년대 후반에 우후죽순처럼 번져나기 시작한 것은 돼지고기의 품질이 그 만큼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삽겹살로 대표되는 돼지고기 생고기 구이, 로스구이는 2020년 지금도 인기가 있으니 지난 40년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삼겹살구이로 대표되는 돼지고기 생고기 구이, 로스구이의 인기가 예전처럼 계속되어 갈지는 의문이 많다. 삼겹살구이는 술안주다. 축제식이다. 밥반찬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술과 함께 먹는 음식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청장년층일 때, 고도 성장기의 우리나라에서는 매일밤 회식을 하면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러나 지금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은퇴한 노년층으로 접어 들어 예전처럼 삼겹살에 소주를 소비하지 못한다. 청년층들은 여러 이유로 예전만큼 술을 마시거나 삼겹살을 자주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의 주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반면 HMR 시장이 확대되면서 편의점 도시락등 HMR 제품에 돼지고기 소비량이 늘어 나고 있다. 돼지고기 소비의 70%이상을 햄, 소시지로 소비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 문화가 급속도로 확대되어 우리가 햄, 소시지를 지금보다 배이상 많이 먹게 된다면 돼지고기 소비는 늘어날 수도 있다. 
코로나로 가정에서의 식사가 늘어나니 한돈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역시 삼겹살이 주 소비를 주도했다.

 앞으로도 가정에서의 식사가 늘어나면 한돈의 소비는 지속될 수 있을까?
앞으로 가정에서의 식사횟수가 늘어난다는 건 두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코로나가 지속된다는 것
둘째는 소득이 감소해서 외식을 자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주부들이 그래도 가정에서 먹는 건 한돈을 고집하고 있지만 앞으로 소득이 감소하면 비싼 한돈 삼겹살보다 가격 싼 수입 쇠고기의 소비로 급 전환될 수 있다. 
HMR 시장에서의 육류 소비는 주로 수입 목전지가 점령하고 있다. 아마 수입 닭고기가 수입 목전지와 경합을 할지 모른다. 가격이 낮은 한돈 뒷다리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점점 소외되고 있다. 

이제 한돈은 새로운 육류 포지셔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국내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포지셔닝도 매우 중요하다.또 수입 쇠고기, 수입 돼지고기, 수입 닭고기와의 포지셔닝도 중요하다. 아니 대체육과의 포지셔닝 경쟁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이제 정확한 육류 소비를 예측하고 어떤 포지셔닝에 한돈이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한돈이라는 포지셔닝은 월남전에 융단폭격같은 낡은 전술이다. 이제는 걸프전의 미사일 공격같은 마이크로 타겟팅, 정확한 포지셔닝을 잡아서 이베리코 돼지같은 엄한 것들의 침입을 막아 내야 한돈이 살아 남을 수 있다. 
이제 소비도 달라졌으니 생산 방식도 생산 철학도 달라져야 한다.
물고기가 물없이 살 수 없듯 
사람들의 지지 없이는 한돈산업의 미래도 없다.
한돈 산업이 지금 사람들의 마음속 사다리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한돈은 맛있고 믿을 수 있는 안전. 안심할 수 있는 돼지고기로 사람들 마음속 사다리 꼭대기에 포지셔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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