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돈 스토리텔링 연구

연구 목적 및 필요성 

기존 연구의 한계점 

돼지관련 기존 연구는 대부분 자연 과학적인 접근법이거나 시장분석과 마케팅 전략 등 응용 사회과학적인 접근법이다. 우리나라 돼지에 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자연 과학적인 접근은 돼지 사육과 관련한 사양기술과 돼지고기와 관련한 육학이나 가공 기술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연구 수준은 양돈 선진국답게 국제적인 수준이다. 시장과 마케팅과 관련한 사회과학적인 접근 역시 압축성장으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시장 변화를 시기적절하게 연구하였다. 

반면 돼지에 관한 인문학적 접근은 민속학적인 측면 이외에는 별다른 연구가 없다. 특히 돼지와 돼지고기의 식생활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는 농업사 일부로 취급되거나 식생활 전반에 관한 연구의 일부로 다루었을 뿐, 이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독자적인 연구는 거의 없다. 
 한민족과 돼지 역사, 생활 속의 돼지 이야기, 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 그리고 우리 돼지, 한돈의 가치(value)를 발견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는, 문화체험의 가치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오늘날 가치 소비 시대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돼지에 관련된 인문학적인 자료를 발굴하여, 양적 소비시대를 넘어 돼지고기의 다양한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에 양돈산업의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이런 연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가치 소비시대가 시작된 2008년 즈음, 양돈산업은 한돈 산업이라는 명칭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온 소비자인 우리나라 국민에게 제시하고자 시도했음에도, 한돈과 한돈 산업의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 확립과 한돈 브랜드 아이덴티티(Identity) 구축이 본연의 뜻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한돈과 한돈 산업의 정체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해 대중의 이해와 인식은 산업이 의도한 바와의 틈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에 문화 체험 마케팅의 일환으로 한돈 스토리텔링의 기본 자료를 취합하는 연구가 요구되었다. 

연구의 차별점

기존의 돼지에 관한 연구, 특히 인문학적인 연구는 민속학이나 국문학 또는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특정 브랜드 특성을 감성적으로 서술하여 소비자의 구매 의도를 자극하는 활동이 스토리텔링 마케팅(Storytelling Marketing)이다. 이처럼 돼지에 대한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문화와 체험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측면으로 접근한 적은 없었다. 

한우고기는 역사 이래 한민족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로서,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고기라는 일반 명칭이 소고기를 나타낼 정도로 소고기에 대한 선호가 강했다. 음식문화는 오래된 관습으로 변화가 경직된 보수성을 특징으로 한다. 음식문화가 토착한 사회 혹은 민족의 생활터전이 완전히 바뀌거나, 종교적인 압력이 발생하거나, 시대적인 담론의 대전환이 생긴다거나 하는 일이 있기 전에는 문화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음식문화가 가진 독특한 성향 때문에 음식과 관련한 문화는 민족의 정체성과 함께 음식의 가치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소고기나 닭고기에 비해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빈도나 물량 면에서 압도적임에도 이러한 음식의 문화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대표 고기라고 할 수 있는 돼지고기의 인문학적인 연구를 통해 돼지와 돼지고기의 위상과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역사 속에서 소홀하게 취급된 돼지와 돼지고기가 우리 민족, 특히 민중의 생활 속에서 얼마나 깊고 친밀하게 관계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돼지와 돼지고기는 신의 가축이면서 민중의 고기였음을 역사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산업화에 이바지한 역할과 미래의 한돈 산업을 조망(眺望)하고자 한다.     

연구 필요성 

돼지가 한반도에서 언제부터 가축화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찾기 힘들다. 돼지가 처음 가축화되었을 때 돼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고기 공급원이 아니라, 제례의 희생물로서의 가치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돼지는 우리 민족이 정착생활과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같이해 온 동물이다. 그 긴 역사 속에서 맥적(貊炙)의 주인공이었음에도 고려와 조선 시대 역사 속에서는 제례(祭禮)와 빈례(賓禮) 용도로서의 역사 기록 이외에는 다른 기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역사 속에서 외면당하는 존재였다. 

돼지 사육은 여인이 키우는 부업으로서, 돼지고기는 관혼상제의 축제 음식으로서,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돈을 모아 돼지를 사서 함께 나누어 먹는 추렴 생활 등 돼지는 민중의 삶 속에서 친밀하게 우리 민족과 함께 있어 왔다. 돼지 또한 설화와 속담 속에 등장한다.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고 배출된 분뇨를 퇴비로 만드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돼지는 청소동물, 채비동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근현대 산업화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종교의식의 희생양으로서 돼지는 매 끼니 우리와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오천 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한 돼지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스토리텔링 자료를 개발하여 한돈 마케팅 전략수립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래 만족할 만한 가격에 영양 좋은 고기로서의 돼지를 넘어 체험 문화 상품으로서 한돈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더 나아가 재고하기 위한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연구 목적 

본 연구는 미래 한돈 산업의 위상과 돼지고기의 가치를 정립하는 필요성에 따라, 돼지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돼지 관련 문화 변천사를 시대별로 알아보고, 고문헌들 속에 잠겨있는 돼지에 관한 이야기들을 수집한다. 수집된 시대별 돼지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한돈의 스토리텔링 자료로 활용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조각난 시대별 돼지의 역사와 설화나 속담 속의 돼지 관련 내용을 수집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자료의 완성도를 높인다. 

본 연구를 통해 돼지가 우리 민족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고 민중의 삶 속에 얼마나 친숙하게 관계를 이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돼지와 돼지고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 한돈의 새로운 가치와 한돈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해방 이후 급속하게 양적 성장을 지속해 온 한돈 산업에 대해 소비자인 우리는 모두 아직 우리나라가 양돈선진국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가 가치를 만든다. 새롭게 한돈 문화를 정립하는 건 한돈의 새로운 가치를 높여가는 일이다. 이 연구결과는 한돈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기초적인 스토리텔링 자료이다. 

이 자료가 우리 역사 속에서 함께한 한돈이 우리 마음속에 새롭게 사랑이란 느낌으로 각인되면서, 한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