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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기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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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잘 봐 이건 꼰대들 싸움이다.



"대한양계협회가 저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고 하는군요. 제게 악랄한 인신공격과 "복수" 운운하는 협박을 하고 나서 토론을 하자는 것인데, 여러분은 자신에게 욕하고 협박하는 사람이 자신이 왜 욕하고 협박하는지 말을 들어보라고 하면 응하겠는지요. 제게 먼저 사과를 하고 토론을 제안하는 게 인간의 예의입니다.


더불어, 저와 토론을 하기 전에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의 담당 공무원과 먼저 공개적으로 토론을 하기 바랍니다. 제가 하는 말의 주된 내용은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합니다. 그들과 토론을 했음에도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한 세계 기준의 육계 사육 방법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제게 다시 예의를 보이며 토론을 제안하기 바랍니다."


황교익 페이스북 


축산대학을 나오고 평생 식육 산업에 종사하고 고기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는 사람입장에서 황교익의 치킨 논쟁은 생각할 것이 참 많다.


황교익의 문제 제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닭고기 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다른 나라보다 작게 유통되는 작은 닭 유통으로 문제를 삼은 것에 대해서는 자기 마음이니 뭐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닭을 평생 키워 온 양계 농민들에게 당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닭을 키우고 있는 거다. 라고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좋은 말 나오지 않을거다.


닭고기 시장은 생산자가 주도 하는가?


닭고기 시장을 유통업자가 주도하는가?


닭고기 시장을 소비자가 주도하는가?


이 물음에 생산자 양계 농가는 주도권이 없다. 


닭고기 계열화 기업인 하림, 마니커등 대기업들에 의해 위탁받은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출하하는 것이 지금의 양계 생산분야다. 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닭이 농민의 소유가 아니라 거의 하림같은 계열 기업의 소유다.


이렇게 닭고기 생산 분야가 계열화된 건 불안정한 닭고기 가격등 지난 50년간 양계산업의 많은 파동의 결과다.


30년전만 해도 지금 하림은 참 형편이 어려웠다. 


직원들 월급은 물론이고 농가에서 산 닭값도 제대로 줄 수 없을 만큼 힘든 위기상황이 많았다. 이건 하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닭고기 대기업들 전부의 문제였다. 이게 계열화되고 안정화되면서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난 재벌 기업과 전문 대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림등 닭고기 대기업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들 역시 이 시장에서 땀과 눈물로 지금의 성장을 해 왔으니 뭐라고 이야기할 건 아니다. 


하림등 축산 대기업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닭고기 시장은 유통업자가 주도하는가?


닭고기 시장의 유통업자는 닭고기 생산기업이다. 계열화가 잘 되어 있으니 자신들의 계열 농장에서 생산한 닭은 자기 소유의 도계장과 부분육 가공공장에서 일괄 도축가공해서 유통시키고 있다. 


이점에서 황교익은 1.5kg 작은 닭만 생산주체, 유통 주체인 하림등 닭고기 대기업에 의해서 강요되어 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다는거다.


물론 쉽게 구매할 수 없으니 안 사먹고 주변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작은 치킨을 사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치킨 대기업들이 지금의 대기업이 되는 역사가 20년이 안되었다면 우리나라에 작은 닭이 지배적으로 유통되는 건 생산자, 유통업자, 그리고 소비자의 합의에 의해서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점은 정확히 치킨의 소비 문화사, 양계산업사들을 연구해서 알아내야 할 분야다. 



몇해전에 황교익과 삼겹살 논쟁을 벌렸다.


황교익은 삼겹살이 1970년대 대일 수출 잔여육이라고 주장하고 우리나라 양돈산업은 일본의 자본이 들어와서 만들어진 거라고 주장했다. 


난 1971년 일본이 돼지고기 수입개방이 되고 정육 풀세트 수입을 했기 때문에 1970년대에 삼겹살도 수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대만은 자신들의 돼지고기 수출단지화를 해서 일본 상사들이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1970년대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이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설이나 추석등에는 일방적으로 수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정치적 불안정으로 거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봤다. 


차관을 빌려와 주체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지원한 것과 일본의 상사 자본이 투자된 것 다른 관점이다. 


일부 직접 투자가 이루어진 것 같은 자료가 있긴 있는데 그건 수출 계약금, 선수금 면목으로 아주 작은 금액이었다 라고 대한민국 돼지이야기(삼겹살의 시작, 대한민국돼지산업사)등의 책에서 정리했다. 


(지금 대한민국 돈육 수출사도 정리중이다.)


내가 삼겹살의 시작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건 


그게 우리 사회 현대 생활사에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본에 의해서 강요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체적으로 산업 발전과 소득 증가로 인해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습식 요리법이 빨리빨리 문화인 건식요리법이 주가 되면서 전통 수육같은 돼지고기 요리보다 로스구이 삼겹살 구이가 인기가 있었던 것 우리 사회 현대화 현상, 과잉미국화 현상등을 설명해 주는 좋은 지표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이나 투뿔 등심 식당같이 닭고기 구이집이 별로 발전하지 못한 건 닭고기가 건식 로스구이로 요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빨리 요리 시간을 단축하고 부족한 지방맛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기름에 튀기는 치킨 조리법이 유행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엹은 지식으로 뇌피셜로 방송에서 이야기해 버려서 사람들은 삼겹살을 아르헨티나의 아사도처럼 수출후 남은 쓰레기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치킨 논쟁에서는 아주 과학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아쉽게도 삼겹살 논쟁에서 그가 제시했던 자료들은 좀 어이가 없는 자료였다. 


맛 논쟁은 실험실의 분석 자료만으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농진청의 자료는 그냥 생닭 상태에서 맛성분을 비교한 거다.


정확히 고기의 맛을 비교하는 건 조리후 훈련 받은 관능평가사들에 의해 관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같은 조건하에서 요리해서 스테이크면 스테이크 치킨이면 치킨의 맛을 비교해야 하는거다. 


농진청의 연구자료는 닭고기 맛 연구를 위한 아주 기초 자료일 뿐이지 그게 일상에서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맛 데이타가 아니라는 거다.


이걸 황이 몰라서 인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다.


한돈 소믈리에 제도를 만들었다. 


앞으로 배고파서 아무 고기나 먹는 시대는 끝났고 맛으로 고기를 먹는 시대가 온다.


황교익의 치킨논쟁도 그 시작점의 하나다. 


그럼 그 맛을 제대로 평가할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돈에서는 한돈 소믈리에 제도를 만들어서 나름 더 맛있는 한돈시대를 준비한다.


농진청의 실험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고기 맛 테스트 맛 비교 평가의 방식은 요리된 고기를 평가해서 최종적인 사람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난 드라이에이징 전도사다. 


최근에도 숙성육에 관한 책을 다시 쓰고 있다.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 프라임급이상의 마블링 좋은 고기는 관능평가시 웻에이징이 드라이에이징한 스테이크보다 더 좋게 평가 받은 자료들이 있다. 


이걸 근거로 난 우리나라 한우는 1등급을 기준으로 굳지 드라이에이징보다 정교한 웻에이징방식을 권한다라고 다시 정리했다.



치킨 논쟁은 나름 근거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하지만 맛이 과학적 이성적 판단으로 결정되는가? 아니면 분위기등 감성적 평가 요소로 결정되는가 하는 원초적인 맛 논쟁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황교익의 치킨 논쟁은 그가 고기 맛을 평가하는 실험 방식에 대해서 잘 몰라서다. 


공부 잘하고 서울대 나왔다고 사회생활 잘하고 돈 많이 버는 것이 아니듯 


실험실에서 성분 분석으로 조금 우수하다고 해서 그게 치킨으로 요리되어서 판매할 때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는 육계가 없는 나라였다.


닭을 키우는 건 닭고기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걀을 얻기 위해서 였다. 물론 궁중이나 양반집에서 영계 백숙용 닭을 키웠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극히 일부라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닭이 작아진 건 분명 육계 산업이 도입된 이후다. 


육계산업사를 잘 살펴 봐야 한다.


초기에 출하 체중이 얼마였는지 그리고 왜? 1.5KG 이 대세가 됐는지 역사속에서 근거를 찾아야 한다.


치킨은 언제부터 닭고기 요리의 주류가 되었는지 치킨업체는 왜? 작은 닭을 선호하는지?


큰닭은 치킨으로 판매된 적이 없는지등 


자유 경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트렌드가 만들어진다기 보다는 왜? 치킨 시장이 만들어졌는지 왜? 그 치킨 시장에서 작은 닭이 승자가 되었는지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돼지 출하체중은 1970,80년대에 90KG 정도에서 지금은 평균 출하체중이 110KG 이 넘는다. 



전세계의 육류 소비 트렌드는 레드미트(소고기, 돼지고기) 소비는 정체나 감소하고 닭고기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닭고기가 소고기 소비보다 많아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선진국들보다 닭고기 소비비중이 적다. 거의 중국하고 우리나라만 돼지고기 소비가 우세한 편이다. 


난 이점을 우리 한돈산업이 잘 해서가 아니라 육계 산업이 너무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MS 만 관리하는 관료적 마인드가 커서 빠른 시장 변화를 못 따라 가기 때문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이게 황교익의 치킨논쟁을 만든 계기일지도 모른다. 



치킨은 야식이나 간식이지 주식이 아니다. 닭고기 소비를 증가시키려면 주식이 되어야 한다. 삼시세끼 아침점심저녁 밥으로 닭고기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치킨이라는 야식, 간식으로 닭고기 요리가 한정되어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게 우리나라 닭이 맛없는 작은 닭이라 그걸 맛있게 요리하는 법이 아직은 치킨 뿐이여서 시장의 확장성이 없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맛칼럼니스트라면 이런 주장을 해야 먹거리의 다양성 치킨 중량의 다양성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닭고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라고 주장했다면 황이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의 좋은 센세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어그로 스타일로 나오시니 안타깝다.


난 황교익이 방송에서 유명하기 전부터 좀 아는 사이다. 


알고 보면 착하고 중년 아저씨다.


파이터가 아닌데 자꾸 스우파를 따라하는 것 같다.


잘 봐! 이건 언니들 싸움이다. 처럼 한판 붙고 싶은지도 모른다.


 우린 잘 봐! 이건 꼰대들 싸움이다. 라고 해야 하나  



 이번 황교익의 치킨논쟁을 통해 더 다양한 닭고기 소비 시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육계산업 전반의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식당까지가 농업이다. 


이번 황교익의 치킨 논쟁으로 양계 농가도 치키가게도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서 기왕 개쪽을 팔거라면 강한 자하고 싸워 보시라 



내일모레면 나이가 환갑인데 


울 할아버지 환갑 잔치할 때는 할아버지는 정말 노인처럼 느껴졌는데


우리 아직도 스트리트 파이터로 욕먹어 가면서 한판 할 수 있는 열정이 있으니 아직 좋다고 이야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제발 우리의 말과 글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게 하지 맙시다.


시대는 변화고 시대교체는 최소한의 희생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겁니다. 


나도 큰 닭이 시장에 나와서 제대로 된 백숙해 먹어 보고 싶지만 그래도 지금은 치킨할 마리로 위로와 스스로의 포상이 되는 시대입니다.


치킨 한마리 가격을 낮추고 싶은 마음은 나도 공감합니다.


난 정육점 , 반찬 가게에서 치킨 튀기자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지금 수많은 치킨 가게는 어떻게 될지 나름 고민합니다.


지금 치킨 시장은 배달이라는 독점적 포지셔닝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배민등이 있어 배달이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으니 곧 치킨 가게들의 새로운 위기가 올 겁니다. 


그걸 염려하고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도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맛 있는 신메뉴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때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렇게 다들 노력한다면 닭고기 소비는 지금의 두배이상 늘어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시장입니다. 


물론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며 돼지고기, 소고기 소비가 급감할 수 있지만 그건 다음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치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가장 맛있는 닭고기입니다.


내 아내가 나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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