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고기의 모든 것3

1. 식육 소비의 패러다임 시프트 1.1 한국형 숙성의 필요성

1. 식육 소비의 패러다임 시프트

1.1 한국형 숙성의 필요성

“제가 사랑하는 사람, 웨인 그레츠키의 오래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나는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라는 말입니다. 우리 애플은 언제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Mac World EXPO’에서 한 말이다. 혁신의 기업 애플이 어떻게 사업에 성공했는지 유명한 웨인 그레츠키(북미 아이스하키 선수)의 말을 인용해서 설명한 것이다. 퍽(공)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지금 유행하고 있는 레드오션의 시장이 아니라 앞으로 유행하게 될 블루오션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애플은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2017년에 출판된 숙성, 고기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 첫 문장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숙성이란 남들이 하지 않는 차별화였다. 숙성 삼겹살, 숙성 등심, 숙성한우라고 숙성이란 단어 하나만을 더 해서 더 맛있는 고기 식당이라는 마케팅이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숙성육 전문점들이 정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특히 돼지고기는 오래전에 오픈한 프랜차이즈들까지도 간판 앞에 숙성이라는 두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거기에 교차 숙성, 냉수침지 숙성, 솔트 숙성, 빙온 숙성, 3단계 숙성 등 별별 숙성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너무 숙성 전문점들이 많아지니 반대로 자신들은 초신선이니 갓 잡은 돼지니 하는 마케팅 용어들도 등장하고 있다. 사실 돼지고기는 통념상 숙성 특히 건조숙성(DryAging)은 할 수 없는 고기라고 생각했다.

돼지고기는 50% 이상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식이지방을 포화지방으로 대사하는 반추위 박테리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반추동물인 돼지는 더 많은 식이지방산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더 높은 비율의 불포화지방산이 돼지에게서 발견되는데 그 결과 돼지 육류 제품은 산화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거나 50% 이하의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한 소나 양의 지방에 비해 산소에 노출될 경우 더 심한 피해를 보는 것이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소고기는 포화지방산이 산화되면 견과류 향이나 치즈 향이 나는 분자들을 만들어내지만,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돼지고기 지방은 산화되면 쩐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 숙성을 각 식당에서 많이 시도하는 건 국내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돼지가 YLD라는 같은 돼지 품종이고 사육 기간도 180일령에 출하체중도 규격돈이라고 해 거의 같은 체중 그리고 사료 배합비나 원료도 거의 같은 원료를 사용하여 6천여 돼지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1,100만 두 이상의 돼지가 전혀 차별화되지 않은 같은 맛의 돼지고기이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서 노력으로 식당에서 돼지고기 숙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방정식은 (품종 × 먹이 × 사육방법) × 숙성ⁿ = 고기의 맛이다.

단순한 삼겹살 로스구이 식당에서는 숙성을 통한 방법 이외에서 규격화된 돼지고기의 맛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식당들이 숙성을 통해 고기를 더 맛있고 차별화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방함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삼겹살의 장기간의 건조 숙성(Dry Aging)은 지방 산패로 인해 삼겹살의 풍미를 저하할 수도 있다.

이제 숙성은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고기를 다루는 필수 공정이 되었다. 그런데 숙성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숙성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질적인 이해도가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부터는 더 과학적이고 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고기에 적합한 한국형 숙성법을 찾아야 할 때다. 불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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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70년대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고기를 지방 맛으로 먹어 왔다. 우리 민족이 오랜 기간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동물성 지방의 섭취가 극도로 부족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기가 막히게 맛있는 그 고기의 지방 맛에 온 국민이 매료되었다. 따라서 7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삼겹살과 90년대 중반부터 인기가 높아졌던 마블링 좋은 한우 등심은 우리에게 최고의 부위였다. 둘 다 지방함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지방 맛으로 고기를 먹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삼겹살이나 등심 구이가 모두 로스구이 즉 건식 직화 조리법으로 요리해 먹는 요리라는 것이다. 이는 마이야르반응에 의해 고기의 풍미가 높아지는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란 아미노산과 환원당 사이의 화학 반응으로, 음식의 조리 과정 중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별한 풍미가 나타나는 일련의 화학 반응을 일컫는다. 이 화학 반응은 프랑스 화학자인 루이스 카밀 마이야르(Louis Camille Maillard)가 단백질 합성을 연구하던 중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이후 카밀 마이야르는 제1차 세계 대전에 군의관으로 참전하고 미국 농림부에서 일하던 존 호지(John E. Hodge)는 마이야르 반응을 구체화하여 그 메커니즘을 1953년에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소고기 수출산업이 중요한 산업인 미국에서 자신들의 마블링 좋은 어린 소고기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자 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마이야르반응이 고기의 풍미를 더욱 맛있게 해준다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직화구이를 통해 마이야르반응을 일으켜서 맛있어지는 부위는 지방이 많은 부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지방이 많은 삼겹살과 투쁠 등심이 유행하고 있다.

고기 속의 지방은 맛의 원천으로 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5가지 요소 즉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미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각적으로는 고기의 광택을 좋게 해주고, 촉각적으로는 혀에 닿았을 때 고기의 식감을 부드럽게 해주고, 후각적으로는 지방이 살짝 타면서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식욕을 증진시킨다. 또 청각적으로는 튀김 요리의 경우 바삭바삭 맛있는 소리를 내게 만들고, 미각적으로는 감칠맛의 근원을 이루는 아미노산과 이노신산 등의 단백질 성분과 올레인산 등의 지방산 성분이 융합하여 고기 특유의 육즙과 풍미가 나는, 기가 막힌 감칠맛을 창조해낸다.


특히 소고기는 질기냐 안 질기냐가 좋은 육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근섬유 사이에 지방이 많으면 고기를 씹을 때 근섬유들이 잘 뭉그러지고 서로 쉽게 분리되기 때문에, 연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풍미도 좋고 연도도 좋게 느껴지는 마블링 함량이 많은 한우고기를 즐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지방의 맛에 의존해서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한 건 불과 최근 40~5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소고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는 물에 넣어 장시간 끓이거나 삶아 연하게 만들어 국이나 탕을 해서 먹는 고기였다. 또 위생적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못했던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고기였을 뿐이었다.

특히 한우고기는 정말 귀한 고기였다. 일제 강점기, 세계 제2차 대전, 그리고 해방 이후 6.25 한국전쟁까지 극도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한우는 사육두수가 약 1/3로 줄어들어 농번기에 일할 소마저 부족한 지경이었다. 부족하고 못 먹게 되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서 그랬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고기 선호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따라서 부족한 소고기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는 1980년대 초까지 한우 증식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수입 쇠고기가 자유화될 때까지 소고기의 공급은 늘 골칫거리였고, 한우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 정책이었다. 상황이 이러했으니 한우고기의 품질과 맛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부족한 소고기 공급의 최대의 수혜자는 돼지고기였다. 정부는 한우 증식사업과 함께 부족한 쇠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돼지고기

는 일본으로 수출길까지 열리면서 80년대에 사육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돼지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어느 순간에 돼지고기는 국민 고기가 되어버렸다. 특히 돼지고기 부위 중 삼겹살은 조리의 간편성과 고소한 지방 맛에 기인하여 대한민국 고기의 대명사가 되었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건식 직화 구이 요리를 할 때 가장 맛있는 부위다.

한편, 한우는 2001년 쇠고기 수입 자유화에 대비해 1990년 초반부터 품질개선에 주력해서 마블링이 좋은 한우 등심이 시장에 공급됐고, 전국민을 매료시켰다. 1990년대 중반에는 마블링 좋은 한우가 귀한 편이라 꽃등심 집을 운영하면 다른 식당과 차별화가 되어 수익이 높았다. 이렇게 1등급 이상의 쇠고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가들은 1등급 이상 쇠고기의 생산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시작했고, 꽃등심 한우 전문점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어느 시점에선가 한우 전문점은 모두가 1++한우를 취급해 차별화를 이룰 수 없게 되었다. 고기집이 모두 퍽(공)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우 식당들이 숙성을 통해 다른 식당들과의 차별화를 찾기 시작하면서 미국식 건조숙성(Dry Aging)에 관심들이 높아졌다. 2, 3등급의 암소를 건조숙성(Dry Aging)해서 투쁠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는 한우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쁠 등심을 건조숙성(Dry Aging)해서 판매하는 곳도 생겼다. 구이로 별 인기가 없는 저지방 부위에 대한 건조숙성(Dry Aging)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다. 한우의 건조숙성(Dry Aging)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지고 건조숙성(Dry Aging)을 하는 식당들은 늘어나는데 한우 습식 숙성(Wet Aging)은 별 화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BMS NO.5번 이상 즉 1등급 이상의 한우 소고기는 건조숙성(Dry Aging)을 해서 맛을 차별화하는 것보다는 정교한 습식숙성(Wet Aging)을 통해 연도를 개선하고 산패되지 않은 지방의 풍미를 살리는 방식이 더욱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워낙 고가인 한우고기의 경제성 측면에서도 정교한 습식숙성(Wet Aging)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마블링좋은 prime 급의 스테이크에 대한 선호도 조사 연구에서 사람들이 건조 숙성(Dry Aging)보다 습식숙성(Wet Aging)을 한 스테이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한우 생산량의 50%가 넘는 1+이상 등급의 한우는 온도 편차가 없는 정교한 습식 숙성(Wet Aging)으로 한우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습식숙성은 눈으로 보는 차별점이 없고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제대로 숙성하지 않는 하이마블의 한우고기를 판매하면 잘 건조숙성(Dry Aging)된 저등급의 한우고기나 수입육과의 맛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형 숙성법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돼지고기는 일정 기간 정교한 습식 숙성(Wet Aging)후 다시 일정 기간 건조숙성(Dry Aging)을 통해 건조숙성시 생길 수 있는 지방 산패도 방지하고 중량 손실도 막으면서 습식숙성(Wet Aging)시 생길 수 있는 이취를 건조숙성(Dry Aging)을 통한 에어샤워로 제거해 주는 교차숙성법이 보편화되었다. 돼지고기는 교차 숙성을 통해 지방이 적어서 직화구이용으로 기피해오던 앞다리는 물론이고 등심부위까지 직화구이 메뉴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이마블 한우의 경우 온도 편차가 없는 정교한 한우 전용 숙성고에서 습식숙성(Wet Aging)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고기전용 정온 냉장고가 없고 일반적인 직냉식 냉장고를 이용하고 있다. 직냉식 냉장고는 간냉식 냉장고보다는 온도편차가 발생하지 않지만, 문을 열고 닫을 때나 냉장고 내의 온도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또 마케팅을 위해서 식당 내 수조를 마련하고 한우 고기를 2℃ 이하의 냉수침지 숙성하는 식당도 있지만 이들 역시 습식 숙성(Wet Aging) 발생하는 드립으로 인한 철분 냄새 등 이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하이마블의 한우 역시 교차 숙성이나 빙온 숙성등 새로운 한우 숙성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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