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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마케터 김태경 칼럼 - 삼겹살의 탄생

삼겹살의 탄생

오카타 데쓰의 [돈가스의 탄생]에  “우리가 별 뜻 없이 가볍게 먹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돈가스가 일본 근대문화사를 상징. 함축하고 있는 ‘비범한’음식이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어쩌면 우리에게 삼겹살로스구이는 대한민국 현대문화사를 상징. 함축하고 있는 비범한 음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삼겹살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

삼겹살의 역사를 이야기하면 늘 같은 소리들을 한다.


방신영, 세겹살,삼겹살, 수출잔여육등 그런데 아무도 우리가 왜? 삼겹살을 미치게 좋아하는지, 삼겹살 로스구이가 왜? 1970년대 후반부터 유행을 했는지 정확히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니 1970년대 삼겹살이 대일 돈육 수출 잔여육이라 삼겹살이 남아서 싸게 팔아서 유행을 했던 슬픈 역사가 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만 한다. 소고기 수출국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아사도라는 갈비 바비큐는 정말 영국이나 유럽에 소고기 정육을 수출하고 남는 갈비부위를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요리해 먹기 시작하면서 아르헨티나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는 역사가 있지만 삼겹살은 많이 다르다. 일본이 1971년 돼지고기 수입 개방이 되면서 한국에서 돼지고기 한 마리 전체를 정육 작업을 하고 박스에 담아서 수입해 갔다. 남는 건 머리와 내장 그리고 족발, 뼈, 스킨 정도였다.

지금 우리의 삼겹살 스펙이 전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건 1970년대 초반 일본에 베이컨원료육으로 삼겹살을 작업해서 수출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수출 베이컨 원료육 스펙으로 작업해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삼겹살스펙이다.

1970년대는 돼지갈비가 유행하던 시절이니 삼겹살이 국내 유통이 되었다면 짝갈비로 유통되었을 거다. 

더 이상한 건 삼겹살로스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유행하던 1978년에는 국내 육류 가격 안정을 위해서 돼지고기 대일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삼겹살로스구이는 지금까지 삶거나 끓이는 습식 조리법으로 주로 돼지고기를 먹던 사람들이 불판에 고기를 아무 양념없이 구워 먹는 건식조리법으로 요리의 대전환을 가져 온다. 습식 조리는 보통 40분정도의 요리시간이 필요하지만 건식 조리 삼겹살 로스구이는 주문하고 10분이내에 먹을 수 있는 한국식 패스트푸드다. 압축 성장의 산업화속의 빨리빨리 문화를 상징한다.     

농업 공동체 사회(게마인 샤프트)가 산업화 도시화로 이익사회(게젤샤프트)화 되면서 여운처럼 남은 농업 공동체 사회의 정을 이어 준 것이 저녁 퇴근길에 회사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면서 ‘우리가 남이가’하는 새로운 축제가 시작되었다.

고향 잃은 사람들의 향수를 달려는 슬픈 축제였다.     

삼겹살로스구이가 유행할 수 있었던 건 양돈기술의 발전으로 냄새없는 돼지고기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유행하던 한우 로스구이가 1976년 한우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삼겹살이 대체했다.

msg 가 10~15% 함유된 맛소금의 출시도, 프로판 가스등 열원의 보급도, 23도 이상의 고도수의 값싼 희석식 소주하고의 환상적인 페이링도 삼겹살 유행의 이유였다.     

청주를 삼겹살의 도시라고 한다.

청주시에서 어떤 스토리텔링을 전개하고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1980년대의 롯데햄 청주 공장이 삼겹살의 유행에 큰 공헌을 했다. 베이컨 소비가 거의 없던 시절 롯데햄 입장에서 삼겹살은 가장 가치없는 부위였다. 앞다리, 뒷다리등은 햄 소시지 원료육으로 사용하고 삼겹살은 값싸게 유통을 시켰다. 그 덕분에 청주 일대에 품질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삼겹살 공급이 원활했다.      

삼겹살은 산업화 시대의 빨리빨리 문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청년기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소주의 알콜 도수 16도인 시대, MZ 세대라는 새로운 인류가 기성의 세대 만큼 계속 삼겹살을 좋아할까?     

고기 정보이해력(미트러시)이 부족한 우리들은 그저 남들이 다 좋아하는 삼겹살만 좋아한다. 삼겹살 로스구이는 특별한 요리법이 필요없다. 삼겹살 로스구이 식당은 스타벅스 커피 가게가 아니고 단기 장소 대여업이듯 단기 파티장 대여업일지도 모른다. 

기후 위기와 전쟁으로 사료가격이 상승해서 돼지고기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엄청난 량을 수입해도 수요 공급에 의해서 삼겹살 가격이 올라간다. 이제 삼겹살로스구이가 더 이상 서민의 음식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균형있는 소비를 통해 조금더 싸고 맛있게 돼지고기를 먹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최선 소비패턴이였다면 이제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고기를 귀하게 먹는 시대가 되었다. 

청주가 충청도가 돼지고기 지산지소의 메카가 되어 우리의 삼겹살 로스구이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많은 국내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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