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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이 명품 브랜드가 되려면

한돈이 명품 브랜드가 되려면      

브랜드 시장이 달라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돼지고기 브랜드는 1992년  퓨리나 사료에서 진행했던 린포크가 시작이다. 이후 하이포크, 크린포크, 생생포크, 목우촌, 롯데 후레쉬포크 등 수많은 돼지고기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그중 몇몇은 지금까지 메이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돼지고기 브랜드가 약 200여개 있을거다.     

2020년 일본은 약 420개의 돼지고기 브랜드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육 두수가 일본의 사육 두수보다 200만두나 많은 현실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돼지고기 브랜드가 2배정도 많은 이유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

일본 돼지고기 브랜드 가이드 북을 분석해 보니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돼지고기 브랜드가 년간 출하 두수가 50만두 정도다. 그것도 한두 군데 밖에 없다. 

반면 년간 출하두수 1,200두의 아주 작은 규모의 돼지고기 브랜드도 많이 있다.

이는 일본의 돼지고기 브랜드는 지산지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6차산업화된 브랜드로 단일 농장에서 생산하고 생산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농장 브랜드 들이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브랜드는 1990년대 축산물 현대화 사업을 통해 대일 수출 주도형으로 편성되었으면 구제역으로 대일 수출이 중단되어도 대형 마트들의 성장기에 편승해서 메이저화될 수 있었다. 

하림계열과 이지바이오 계열에 목우촌, 대전충남양돈조합, 도드람양돈농협, 부경양돈농협등 농협 중심으로 형성된 브랜드들이 메이저 브랜드로 건실하게 성장했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이커머스로 새롭게 형성되는 유통시장에서 메이저 브랜드들이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거다. 

대형 마트는 수십개가 넘는 매장에 돼지고기 브랜드를 입점시키려면 하루에 상당량의 처리 물량이 있어야 한다. 매장당 수십마리분의 삼겹살을 공급해 주어야 하고 행사 물량을 공급하려고 할 수 있는 업체는 메이저 브랜드 밖에 없었다.

마켓컬리, 쿠팡 그리고 수많이 생겨나는 이커머스 시장은 조금 다르다. 하루 10마리만 작업하는 특색있는 돼지고기의 인기가 더 있다. 소량을 고가로 판매하다 품절이 되면 사람들의 호기심과 구매욕구를 더 자극해서 더 관심을 가지고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차별화된 생산방식으로 키운 농장브랜드 돼지고기들이 하나둘 소리없이 생겨나고 있다. 

돼지고기 브랜드 초기에는 출하 물량이 브랜드 평가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었지만 2022년에서는 출하 물량이 희소할수록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명품이란 무엇인가?

명품이라는 건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을 들여서 만든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건 명품이 될 수 없다. 

품질 가치도 문제지만 희소성이 명품의 기준이 된다. 

한우는 명품이다. 

그냥 명품이 아니라 가방으로 평가하면 에르메스급의 명품이다. 

일본의 와규가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소고기라고 평가 받지만 와규는 프라다나 루이비통정도의 명품이지 한우처럼 에르메스급의 명품 소고기는 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한다. 한우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사육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와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다. 

1974년인가 미국에서 와규를 가져가서 미국에서도 와규를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일본인들이 스스로 호주에 목장을 개척하면서 와규를 가져다 키웠다. 

그래서 미국 와규, 호주 와규등 전세계 여러나라에서 와규를 키운다. 

반면 한우는 우리나라 한우뿐이다. 

전세계 수많은 소들중에 딱 340만두밖에 없는 고유의 품종인 한우 거기에 수출도 잘 안되어서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한우는 최근 30년 동안 급격히 품질이 개량되어 이제 세계 최고의 명품 소고기가 되었다. 

거기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소고기를 미식으로 먹은 역사가 가장 긴 나라라는 문화적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지니 한우는 검역 문제도 수출이 자유롭지 못해도 인바운드 관광객을 상대로 제주도 흑돼지처럼 훌륭한 한국 방문시 꼭 먹어봐야 할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한우 사육 두수가 늘어나서 가격 하락을 염려하지만 코로나 이후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면 인바운드 관광객이라는 새로운 소비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렇게 한우가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우의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았다는 거다.

1970년대 170만두정도 키우던 한우 사육두수는 2021년에 겨우 두배 늘어난 340만두가 되었다. 

한우의 소비량 역시 1970년대 1인당 2kg 인 것이 2020년 4kg 조금더 되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체 육류 소비량의 10%가 안되는 량이다.

이렇게 품질도 품질이지만 희소하고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명품이 된다.

문화적인 브랜드 스토리를 가져야 명품이 될 수 있다.       

한돈 명품화를 위한 제언 

 요즘 한돈을 명품화 하고자 하는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외국 품종의 돼지를  수입 사료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서 키우면서 한돈이라고 명명한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감이 크지만 한돈은 분명 세계 최고의 돼지고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삼겹살에 최적화된 사육 조건으로 키워서 전국민에게 열열히 사랑받고 있으니 한돈은 국제 경쟁력이 있는 돼지고기다.

가격이 수입육보다 배이상이 비싸도 한돈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한돈의 브랜드 가치가 높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러나 한돈이 명품화 되지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한돈이라는 우리나라 전체 돼지고기의 품질 평가다.

한돈 농장주중 자신의 돼지 품질이 2등이라고 이야기하는 사장님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돼지들은 한번도 품질 평가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농장간에 생산성은 경쟁을 하지만 품질을 비교 경쟁하지는 않는다.

출하시에도 품질이 좋다고 가격을 더 주지 않는다. 

등급판정이 맛있는 돼지고기를 판정해 주지 않는다.

둘째, 품종 차별화가 되어 있지 않다.

규격돈이라는 것이 대일 수출 당시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같은 크기의 안심, 등심을 균일하게 생산해야 했다. 아마 일본으로 수출된 우리나라의 안심, 등심등은 햄 원료로 주로 사용되었으니 규격품 로인햄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기가 일정해야 했을거다. 

대형 마트에서 다량으로 판매되는 돼지고기도 규격이 같으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우리나라 돼지고기 브랜드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이유가 브랜드간에 품질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규격돈 생산이라는 패러다임의 문제다. 

년간 1800만두 도축되는 돼지들이 다 명품이 될 수는 없다. 

셋째, 사육 환경, 지구 환경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산업혁명이후 인류는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지구 환경을 수탈해 왔다.

그래서 기후 위기가 발생하고 산불, 코로나등 위기를 겪고 있다.

돼지를 공장식으로 사육한 역사는 100년이 안된다. 우리나라는 50년정도 되었다.

이제 돼지의 동물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환경을 우선시 생각하는 마음들이 커지고 있다. 지구 환경에 피해를 준다면 사람들은 한돈을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명품 한돈 만들기 위해서는 한돈의 평가를 농장의 생산성이 아니라 돼지고기의 맛으로 평가해야 한다. 생산 농장의 환경에 대한 정보도 사람들에게 제공해서 지구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농장의 돼지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야 한다.

현행 브랜드 경진대회의 평가 기준을 뉴노멀한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한돈 생산자들의 입장에서는 우리 농장만의 돼지를 키워야 한다.

규격돈의 개념을 버리고 맛있는 삼겹살을 생산하는 양돈에서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양돈으로 생산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차별화된 품질로 평가 받는 농장 브랜드 돼지고기 시대가 되어야 그 농장 브랜드 돼지고기중 명품 한돈이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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