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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

2014년에 쓴 글이다.

이제 좀 이해들을 하실까?


한돈산업의 paradigm shift (인식 체계[패러다임]의 대전환)

세상이 바뀌고 있다.토지,노동,자본은 더 이상 생산의 3요소가 아니다.'수확체감의법칙'과 '자원의희소성'은 이제 구시대의 경제원리다.'규모의경제'도 쓸모없는 경전구절이 돼버렸다.거대한 조직사회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시간과 공간의 개념 조차도 불분명해졌다.한마디로 수세기 동안 지구촌을 지배해 온 산업사회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물질문명의 끝 이라고 할 만하다.경쟁력의 원천과 인간이 탐구할 대상이'아톰(atom.물질문명)'에서 '비트(bit.정보문명)'로 옮아가는 대전환이진행되고 있다.농경사회가 자연에서, 산업사회가 자본에서 가치를 얻어냈다면 정보화사회는 정신과지식에서 가치를 창조한다.전체가격중 원가의 비중이 절반이나 되는 산업사회의 경제학과 가치관으론 새시대를 설명할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보이는 세계(macrocosm)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microcosm)로의 이동이다.이것이 바로 지본에서 자본을 거쳐 뇌본사회로의 변화다.창조의 시대에 경쟁력은 "하드(hard)"가 아닌 "소프트(soft)"에서 나온다."값싸고 질 좋은"이라는말은 "정보"라는 단어를 수식하지 못 한다.무실물의 세상이기에 제조원가와 재료는 중요하지 않다.창조된 가치가 승패를 좌우한다.


모처럼 원고 청탁을 받았다.

제주도에 내려 온지도 이제 10개월이 되었고 나름 무엇인가 분주히 준비하고 그 준비의 결과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식육산업에 20년이상 있으면서 월급쟁이를 하고 식육산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가끔 나에게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것 같다.

이번 원고의 주제가 마리수 증가와 소비불균형, 한돈 산업 대책이 필요하다. 신 기자님에게 전화를 받고 생각한 것이 패러다임 시프트다.

구제역이 터지고 한돈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구제역이라는 쓰나미로 한방에 변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 이렇게 준비없이 시놉시스대로 전개되는 걸 보면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구제역 피해 농가들의 입식은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한돈 마리수가 증가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생산측면에서는 당연한 결과다.

단군이래 구제역으로 한돈 가격이 호황이라 돈 많이들 버신 분들도 옆에서 보면서 분하고 원통한 농가들이 많았을거다.

다 이해 한다 그런데 소비 시장은 가만히 있었을까?

구제역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소비자들이 한돈은 좋은 것 수입육은 먹으면 안 되는 것이란 이분법적 사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미 대기업 중심의 육가공회사는 수입육의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소비자들도 전혀 저항감이 없다. 아니 조금은 육가공품의 소비는 줄었지만 이미 가격 인상을 했기 때문에 육가공 회사 입장에서 돈 버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할까?

삼겹, 목심도 문제가 발생했다.

이건 나만의 주장일지 모르지만 소주의 도수가 19도로 저도수화 되면 과연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공식으로 남아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을 보면 요리주점이 대세다. 일본 술은 도수가 낮아서 맛있는 다양한 안주 문화가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소주의 도수가 낮아지면 다양한 안주 문화가 도입될 것이다.

아니 서서히 도입되고 있다.

또 이미 외식시장에서 수입육의 점유율이 높아 일시적으로 식당하시는 분들 수지는 맞을지 몰라도

나 같은 경우는 육지가서는 삼겹살 안 먹는다. 일반적으로 수입삼겹이 국내산 냉장육보다 맛없다고 생각하는데 일상적으로 수입 삼겹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져서 고기집 들어가기가 무섭다.

아니 이건 제주에 있으면서 맛있는 제주 삼겹살만 먹어서 생긴 일일지 모르겠다.


간단히 다시 정리해 보면

구제역이후 사육두수는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한돈의 소비시장은 확 줄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아주 오래전부터 고민했었다.

한돈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

아마 2000년대 초반 대일 돈육 수출이 중단되고 나서부터 계속 고민해 온 문제다.

그리고 나름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실행하는 모델은 찾은 것 같다.


좋은 회사 다니다.

한 십년 그 해답을 찾아서 햄소시지 회사도 다니고 조합 계열회사도 다니고 심지어 외국계 외식프랜차이즈 회사도 다녔다. 수제 소시지 공부도 하고 한국의 육가공 산업 형태와 다른 독일 유럽식 육가공 산업 구조도 배웠다. 국내 최초의 돼지 테마 단지도 기획해 보았고 소시지 체험 스쿨도 만들어 보았다. 앞선 정육점 기획도 해 보았고 누구 표현처럼 말아 먹어 보기도 했다.

그 동안 완전히 미친 놈 소리 듣고 개인적으로 참 초라한 모습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한돈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모델을 찾은 것 같고 하나 하나 여기 제주에서 실행에 옮기고 있다. 물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고 끝까지 성공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앎이 신념이 되고 신념이 순교할 수 없는 믿음이 되듯 한돈 산업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실행하고 있다.


한돈산업의 문제점은 복합유기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소비 불균형을 해소 하는 일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돼지 한 마리 소비중 햄, 소시지로 소비하는 량이 약 30%대이고 미국이나 유럽은 60%가 넘어간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햄, 소시지 소비량이 15%내외다.

아마 이게 한돈 산업의 지속적 발전에 가장 큰 장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작은 문제들이 많지만 식육산업에서의 해답은 복합유기생산체인 돼지나 소 한 마리의 균형적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것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긴 논문이 아니고 작은 잡지의 원고니 핵심적인 이야기만 하기로 하자.

물론 나의 글쓰기 형태가 주절주절해서 헷갈리겠지만 ㅎㅎㅎㅎㅎ


일본 이야기를 하자.

우리가 1990년대에 일본에 후지 등심 무진장하게 수출 할 때 일본에서는 수입한 한국산 후지, 등심을 가정에서 구워 먹었을까요? 아니요. 다 햄 소시지 원료육으로 사용되었지요.

일본에도 양돈 농가들이 있는데 그들은 밀려오는 수입육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일본은 놀랍게도 문화적 측면으로 접근해서 해답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1987년 4월 이가시 양돈농가를 중심으로 햄공장 모쿠모쿠를 설립한 후 1994년 수제비엔나 소시지 체험교실을 시작하여 1995년 7월 팩토리 팜 모쿠모쿠 수제 농장을 오픈하였다.

현재는 정직원이 140명 파트 직원이 500명이며 2009년 매출액이 4억5천만엔이고 연간 50만명이 방문하고 있는 모쿠모쿠 농장 같은 체험형 농장을 운영하고 잇는 지역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년 매출 4억 5천만엔 정도면 약 66억원 정도니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말 깡 시골에서 이런 매출이 일어난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아니 더욱 모쿠모쿠 농장등 일본의 체험형 농장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육가공 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나라는 햄, 소시지가 몸에 해로운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햄스쿨등의 체험을 통해 햄 소시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이루어지고 육가공 소비에 대한 문화적 변화도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모쿠모쿠 농장 같은 산지 체험형 육가공 산업의 시도가 필요하다.

이미 몇 년전에 이천 도드람 테마 단지내에서 햄 스쿨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들어 돼지 문화원등에서 활발히 햄 스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의 작은 활약으로 한돈소시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한돈의 균형있는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운영중에 있는 햄스쿨들은 약간의 정체성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햄 스쿨을 운영하는 것은 자신들이 만드는 햄 소시지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앞선 햄 체험 스쿨 업체들은 본격적인 햄 소시지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번 7월 제주에서 오픈 하는 제주햄 체험 교실의 운영이 새로운 햄 소시지 체험 교실의 모범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제주햄은 신제품을 개발 판로를 개척하고 있으면서 햄 체험 교실을 운영하여 햄 소시지 시장의 틈새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아주 작은 지역의 회사들이 햄 체험 스쿨들을 운영하는 것이 무슨 한돈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모든 혁명은 작은 불씨 하나에서 시작한다.

쿠바 혁명도 카스트로와 체게바라를 중심으로 86명의 혁명군이 1956년 12월2일 쿠바 동부 해안에 상륙하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독립전쟁 역시 당시 세계 최강의 영국군에 대항했던 미국 농민군의 숫자는 200명이 안되었다고 한다.


한돈 햄 스쿨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햄 소시지에 대한 사고의 변화를 가져 올 것이고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가져 봅니다.

그럼 지금의 전체 돈육 소비량중 육가공품 소비 15%대까지 소비되는데 30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다시 역시 15%의 소비가 확대되어 전체 돈육 소비량의 30%선의 햄 소시지 소비가 이루어지는데 까지 또 30년이 더 걸린다면 한돈산업의 미래는 없다. 반면 앞으로 10년안에 햄 소시지 소비량의 30%이 육가공제품으로 이루어진다면 적정규모의 한돈 산업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햄소시지 소비량의 30%가 다 수입산 소시지이거나 수입 원료육으로 만든 소시지일 수 있는 불안한 요인은 늘 내재하고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어떻게 준비하는가 하는 우리 몫의 숙제인 것 같다.

부분육 사업을 하고 있는 조합들이 사업 영역을 햄, 소시지 까지 어떻게 확대하는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면서도 햄 소시지 시장 진입을 고심하고 있는 식품 기업들의 전략과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중요한 건 햄 소시지를 만들고 파는 일이 아니라 문화를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슈니첼이 일본에 와서 돈가스가 되듯

서구의 햄, 소시지가 우리네 떡볶이나 김밥같은 식문화가 된다면

마스터 쉐프 코리아라는 요리 경연 프로에서 수제 소시지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소시지를 각 가정에서 칼국수 만드는 것 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문화가 생긴다면

한돈 산업은 지속가능할 수 있다.

지금 제주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시행하고 있는 모델이다.

요즘도 텔레비에서 우리 한돈 웰빙 삼총사 홍보를 하는데

그냥 햄 소시지 먹자고 홍보하는 편이 더 한돈 산업의 지속가능한 대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식육산업과 햄 소시지 육가공 산업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데

식육산업과 햄 소시지 육가공 산업이 일체형이 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식육산업, 육가공산업, 한돈 산업등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고 우리가 먹고 살았던 산업의 어제는 잊어야 한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시대를 만나야 할 때다.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그리고 자기를 내려 놓을 수 있는 여유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원고 시작에서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을 했다.

한돈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내려 놓는 마음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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