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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이 대체육을 이기는 법

한돈이 대체육을 이기는 법


설이후 한돈 한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한우는 단군이래 최대 사육두수를 기록하고 있으니 얼마전부터 예고된 일이였다. 반면 한돈은 코로나이후 보복적 소비가 늘어날 걸 예측해서 엄청난 량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다. 한돈 역시 사료값인상에도 사육두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물가 상승등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외식 소비가 극감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설 지나면 소비는 늘 주춤했지’ ‘다시 오르겠지’ 긍정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런데 문제는 한돈 삼겹살 재고뿐 아니라 수입육 재고가 심상치 않다는거다.

2020년 한돈 뒷다리 재고 적체로 뒷다리가격이 폭락할 때 이제 돼지고기가 남아 돌아가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현실화되었다. 뒷다리는 냉장, 냉동 가격의 차가 거의 없으니 냉동을 해도 육가공 업체에 손익에 큰 피해가 가지 않지만 삼겹살은 냉장, 냉동의 가격차가 있어서 삼겹살이 남아 돌아서 냉동 비축을 하게 되면 육가공업체들이 작업두수를 줄여야 한다. 즉각적인 도매시장 지육가격에 영향을 미칠거라는 내 판단은 틀렸다. 이제 우리나라의 육가공업체들이 상당히 자금력을 확보한 건실한 기업들로 성장했고 도드람, 부경양돈, 대전충남 양돈조합등 조합들이 메이저 기업으로 성장해서 삼겹살을 비축해도 작업 두수를 그렇게 조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워낙 소비가 위축되니 도매시장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비축된 물량이 언제가는 풀려야 하는데 그때 가면 가격이 더 떨어지게 생겼다.     

변수는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의 방류다.

일본이 계획대로 올 봄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어패류의 소비는 극감하게 된다. 그럼 단백질 대란이 일어나고 비축하고 있는 삼겹살들이 고가로 판매될 수도 있다. 

문제는 월급만 빼고 다 올라버린 물가다. 택시비도 오르고 가스비도 오르고 일상에서 숨만 쉬고 있는데 주변의 모든 가격이 올랐다. 통장에 들어 온 월급은 정말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것도 예전과 다른 광속으로      

돼지고기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값싼 서민의 고기였다.

이건 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서구의 학자들도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올드노멀한 상식이다.

그런데 이제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미 삼겹살 1인분에 2만원이 넘어가는 식당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주 한병에 5천원이다.  둘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 십만원이 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제 삼겹살이 돼지고기가 값싼 서민의 고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옛날말처럼 생각되는 시대가 되었다.      

난 이런 시대를 예견했는지 앞다리, 뼈등심를 교차 숙성시켜 구이용으로 개발했다. 

뒷다리도 구이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숙성을 연구해 봤지만 6개의 근육 조직을 나누어서 활용한다는 것이 햄, 소시지 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뒷다리라고 유통 시키고 있는 돼지고기는 완전히 상품화되었다고 말 할 수 없다. 6가지 부위로 소분해서 각 부위에 맞게 다시 상품화해야 한다.

적어도 일본처럼 3개 부위로 나누어서 유통시켜야 할 때다.      

복합 유기 생산체인 돼지 한 마리의 가격은 풍선과 같아서 삼겹살 부위 가격이 아주 높아지니 인기없는 뒷다리 부위가격이 아주 낮아도 한 마리의 전체 손익을 나올 수 있었다. 요즘은 반대로 뒷다리 가격이 워낙 좋으니 삼겹살 가격이 다소 낮아도 육가공업체들이 손익을 보존할 수 있다. 

그런데 소매 시장에서는 이런 가격 변화가 잘 반영되지 않으니 이제 돼지고기는 비싼 고기가 되었다.

만약 올 봄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어 단백질 대란이 발생하고 삼겹살가격등 돼지고기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된다면 사람들은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을 삼겹살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도 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겠지만 사랑은 늘 변해 왔다.

삼겹살을 우리가 미치게 좋아한 역사는 고작 50년도 안된 역사다. 아니 IMF 이후 한돈 브랜드 돼지고기들이 마트에서 냉장육으로 판매되면서 급격히 삼겹살과 친해졌다고 봐야 한다. 그럼 겨우 30년된 역사다.      

누가 먼저 배신을 했는지는 몰라도 삼겹살과의 긴 사랑이 멀어질 수도 있다.     

아주 섹시한 닭고기 구이집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격이 착한데 맛도 있다. 지방의 부담에서 자유롭다.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식당들이라 엔터테인먼트 하다. 

MZ 세대 식당 기획자들이 경쟁적으로 닭구이 브랜드들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로 HMR 시장이 커졌다. 거창하게 HMR 이라고 하지만 1990년대에는 냉동식품이라고 했다. HMR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 입장에서 육류를 원료로 써야 하는데 이미 kg 당 4000원이 넘어가는 돼지고기는 매력이 없다. 기후위기속에서 곡물가격은 계속 상승하니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갈 것 같지 않다. 그럼 신제품 개발의 원료육으로 무얼 선택해야 할까? 아직은 대체육은 시장도 생산원가도 맛도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이 아니니 닭고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일본도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red meat인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WHITE MEAT인 닭고기 소비량이 많다. 유독 우리나라, 베트남, 중국등이 돼지고기를 월등하게 많이 먹고 있는데 아직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 민족이 부여계통이라 민족성이 돼지고기를 좋아한다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뇌피셜에 가까운 추측이다.     

확실한 건 우리나라에서 닭고기는 치킨이다.

치킨은 야식, 간식이지 삼시세끼로 먹는 주식이 아니다. 주식은 아니기 때문에 치킨 공화국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소비량이 많지 않다. 가정에서 닭고기 요리를 해 먹지 않고 외식인 치킨을 배달해서 먹고 있으니 닭한마리 가격이 2만원이 넘어간다, 닭고기의 생산비가 소, 돼지보다 싼데 비해서 실질 지불 비용이 크다. 그런데 값싼 닭고기 HMR 제품들이 출시된다면 닭고기 소비량이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치킨 버거, 치킨 샌드위치등이 MZ 세대층에서 유행해서 닭고기를 삼시세끼로 소비한다면 닭고기 소비량이 급증할 수 있다.     

요즘 한돈, 한우 관계자들이 대체육에 대한 걱정들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대체육은 앞으로 한참후에 닥칠 위협이다.

아니 대체육은 별 걱정 안해도 된다. 난 확실한 대체육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대체육의 위협을 걱정하는 건 우리가 우주 어딘가 있을 우주 생명체의 위협에서 지구를 방위하기 위해 지구방위대를 만들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10년안에 닭고기의 소비가 돼지고기 소비시장을 잠식한다면 한돈, 한우의 소비가 닭고기의 소비 확대로 역성장을 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50년 전쟁으로 남한에 돼지가 156,000두 밖에 없었다. 그랬던 돼지 사육두수가 1,100만두가 넘어가는 양적 성장을 한 것은 압축성장의 산업화 시대에 노동자들에게 값싼 고기를 공급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였고 지금의 양돈산업 선배들의 개척자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값싼 고기 공급이라는 양돈의 시대적 역할은 끝났다.

곡물 사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양돈은 기후 위기에 최대의 피해자중 하나다.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생산비 만큼 돼지고기 가격을 올린다면 이제 서민의 고기, 값싼 돼지고기는 없다.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값비싼 돼지고기만 있을 뿐이다.

돼지고기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대체육, 닭고기의 위협을 이겨 낼 수 있는 건 돼지고기는 값이 싸서 먹는 고기가 아니라 맛있어서 먹는 고기라는 새로운 역할 새로운 마케팅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난 지난 33년간 돼지고기와 관련된 일을 해 왔고 수많은 양돈 농가들을 만났지만 아직까지 단 한명의 양돈농장주로부터 “우리농장  돼지고기 맛이 좀 없어!” 라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니 자기 농장 돼지고기가 다 맛있다고들 하신다. 그것도 1등이라고 

하긴 한번도 아마 돼지고기를 농장별 맛평가, 품질 평가를 해서 순위를 정해 본 적이 없을거다.

다들 맛있다고 한다. 분명한 건 우리나라의 5천개가 넘어가는 돼지 농장의 돼지고기맛 똑같지 않을거다. 맛있는 농장도 있고 맛이 좀 떨어지는 농장도 있을 거다. 이제 농장별 돼지고기 맛을 평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닭고기나 대체육은 싸서 먹는 거구 돼지고기는 비싸도 맛있어서 먹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돼지 농장과 그 농장의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식당이 한팀이 되어 돼지고기 맛 경연대회를 한번 해 보는 것 어떨까 미스터 트롯같이 인기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이제부터 더 맛있는 돼지고기 시대로 한돈산업의 패러다임시프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아마 한 6~7년전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지겨울 거다.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비가 올 때까지 계속할 거다. 왜? 한돈 맛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온다. 아니 양돈이 한돈이 된 이유가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농장뿐 아니라 관련 연계산업을 다 한돈 산업으로 융합하자고 한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돈이 한우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한돈은 새로운 육식의 시대를 열어가는 미래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거다. 그걸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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