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의 여유

경제빙하기 대비하기

by 나는고래





오늘 새벽 한라수목원을 걸었다. 20분 정도 걸었을까,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비였다.

수목원엔 우산도 없이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로 비를 맞아야만 했던 사람들, 제각각의 반응이 달라 흥미로웠다.


나는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나오기 전에 비가 오는 줄 알았더라면 안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비가 오니 그냥 맞을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아무리 조심하고 대비하며 산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은 분명 있다.


내 앞을 걷던 중년 여성은 우산을 펼쳐 들고 유유히 걸었다. 미리 대비를 한 여유가 느껴졌다. 다들 비를 맞고 있는 데 혼자서만 우산을 쓰고 있는 기분은 어떨까? 우산을 준비한 자신에게 뿌듯할 수도, 아니 혹시 누군가 우산을 챙겨준 거라면 그이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자에 모여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나와 두 명의 남자만이 꿋꿋하게 비를 맞으며 걷고 있었다. 옷이 젖는 건 괜찮았는데 순간 차를 어떻게 타고 가지? 차가 젖을 텐데라는 고민이 들긴 했다. 그것보단 지금 비를 맞는 자체에만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운동을 마치고, 어차피 젖었으니 비를 맞으며 느긋하게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비를 조금이라도 덜 맞으려고 부랴부랴 뛰어가는 사람들이 나를 앞질렀다. 일부로 맞기도 힘들 텐데 이런 날 비를 맞고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사람마다 다 다름을 인정해야 했다.


유영만 작가님은 [끈기보다 끊기]라는 책에서 지금은 '경제빙하기' 시대라고 했다. 뉴스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소식이 전해진다. 누군가는 미리 대비해서 우산을 준비했을 수도, 또 누군가는 대책 없이 내리는 비를 맞고만 있을 수도 있겠다. 우산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여유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 것이다.


오늘 비를 쫄딱 맞은 것처럼, 나에게는 우산이 없다. 아니, 완전히 나를 보호해 줄 '경제력'이라는 튼튼한 우산은 없지만 그래도 아예 무너지지 않을 '나'라는 우산은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여유롭게 살 수 있을지 막막하지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수밖에.


소비를 줄이는 것.

돈 공부를 하는 것.

수익을 늘릴 방안을 찾고, 실행하는 것.

나에게 투자하는 것.

건강 관리를 할 것.


이렇게 하나씩 우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