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성장은 가족을 살린다.
2박3일간 서귀포의 한 리조트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리조트라고는 하지만, 원룸에 더블침대 하나와 싱글 침대 하나가 있는 어느 작은 호텔방 정도의 방이었다. 작은 티테이블 하나가 있고, 냉장고가 있고, 티비가 있었고, 화장실이 하나 딸려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딸과 5학년 아들 그리고 남편과 나. 우리 4가족이 머물기에는 협소한 공간이다. 그 작은 방 하나에 서로 옹기종기 모여 3일을 지냈다.
서로의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생각만으로도 답답할 것 같은 공간이지만, 그 작은 공간안에서 우리 가족은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릴땐 자주 싸우더니 부쩍 사이가 좋아진 아이들은 서로 한 침대에서 은근슬쩍 다리를 올려놓고 누워 뒹굴하고, 나는 남편에게만 보여주는 애교를 계속 부려대고, 멋쩍은 남편은 하지 마라며 싫은 티를 내기만 한다. 아빠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장난을 치고, 한창 춤에 빠져있는 딸은 내내 웨이브를 꿀렁대며 춤을 춘다.
어쩌다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남편도 나도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런 우리 눈빛에 화답하듯 아이들도 씩 웃으며 곁에와 부비댄다. 태풍급 비바람이 불어대는대도 우리는 그 나름에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찾아내서 즐거운 추억들을 가득 쌓고 돌아왔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로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하며 만족스럽게 집으로 온다. 집에와서는 각자 방에서 편안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쉬었다. 남편과 나 아들은 한 침대에서 서로 뒤엉켜 범죄도시 2를 같이 봤다. 아들이 보기엔 잔인한 장면이 많았지만, 마동석 팬인 아이라 함께 봤다.
내가 꿈꾸던, 그리고 내가 원하던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눈감고 그리면 행복함이 가득 묻어 나오는, 서로가 편안한, 그런 가족.
4년 전 우리 가족은 같이 여행을 하거나 나들이를 나가면, 마지막은 늘 서로 싸우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아이들도 서로 함께 놀지 않았다. 그리고 내내 싸워댔다. 그럼 나도 한껏 예민해져서 짜증. 남편은 예민해진 내 모습에 더 짜증. 결국 남편의 욱으로 모든 분위기는 마무리 되어 모두 시무룩한 표정으로 망가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 나는 속으로 '사는 게 왜 이렇게 거지같을까. 왜 이렇게 우리 가족은 늘 힘들기만 할까.' 하며 울음을 삼켰다. 다같이 잠자리에 들어 불이 꺼지면 혼자서 가족들 몰래 눈물을 흘리며 울다지쳐 잠이 들었다.
우리 가족의 악순환을 끊고 싶었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고. 악착같이 그 '변화'를 위해 달려와서 지금 내가 얻은 '변화'는 선순환이다. 내가 편안해지고, 이런 나를 보며 남편도 편안해지고, 그런 부모를 보며 아이들은 더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편안하니 별로 부딪힐 일이 없어 더 편안해지는 것. 내가 바라던 행복한 삶이었다.
물론 언제든 어떤 일이든 우리 가정에 닥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좋은 감정의 경험들이 서로에게 쌓여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더 그런 힘든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되, 미리 걱정은 하지 않기로. 오늘 이런 편안한 시간들을 즐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