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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똘 Feb 22. 2021

새해 첫 달, 처음 한 공모전

의사소통은 어려워


직무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공모전을 했다. '링글'이라는 1:1 화상영어 서비스의 서비스 기획 개선안을 제안하는 공모전이었다.


한 달, 나에겐 길게 느껴지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열심히 달렸다.


팀을 구성한 셋 다 공모전은 처음이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나름의 방식대로 끝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걸 간략하게라도 정리해 놓으려 한다.



1. 첫 회의


첫 회의 때는 일정과 대략적인 방향을 정했다. 서로 회의 가능한 시간을 공유하고 (지역이 달라 줌 회의만 가능했다) 공모전 날짜보다 여유롭게 데드라인을 잡았다.(but 결과는 5분 전 제출 ㅋㅋㅋ)


각자 자사 분석하는 기한도 정하고 다음 회의 날짜도 정하고, 분석 시 고려할 점이나 어떤 방향으로 앱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는지 대략적인 의견도 나눴다.


첫 회의 때 기억에 남는 건, 분석 순서에 대한 의견 차이다.


나는 '환경 조사'(어떤 플레이어가 있는지, 시장 규모가 대략 어느 정도 인지 등등)  -> '자사 분석' 순서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상 영어 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파악한 후에, 그 안에 있는 '링글'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팀원들의 의견은 달랐다. 자사 먼저 꼼꼼히 파악을 마스터한 후에 타사 분석에 들어가자는 의견이었다. 팀원들 의견을 따라 자사 분석을 먼저 진행했다.


나는 넓은 것에서부터 좁혀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렇게 해야 '파악'이 된다고 느껴진다.


'타이어'에 대해 알려면 그 타이어가 속하는 자동차에 대해 먼저 파악을 해야 한다 해야 하나...

그걸 넓은 것에서부터 좁혀간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방식은 내가 금세 지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핵심에 다가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직무 캠프 때도 느꼈던 부분이고, 일상 속에서도 이런 접근방식이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적으로는 자사 분석을 먼저 했고, 그래서 진행이 더 빠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큰 의견 차이는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부분부터 차이가 나는구나 새삼 놀랐기 때문이다.ㅎㅎ



2. 조심스러우려다 뚝딱이 되어버린 두 번째 회의


두 번째 회의 때는 '뭔가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에 좀 답답했던 기억이다.

팀원 모두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우리가 정말 회의를 잘하고 있는 건가? 다른 팀원들은 이 회의에 만족하고 있나? 나만 답답한 건가?' 등등 의문이 들었다.


일단 나부터가 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지 못했다.

이 팀원들과 공모전 이후에도 뭔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더 팀원들 눈치도 보고 말을 가려서 하려 했다.


관계를 생각하며 말하는 것이 내 주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닌데,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소극적으로, 돌려서 말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뚝딱이가 되어버렸다.ㅋㅋ


다른 팀원들도 비슷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공모전도 다들 처음이고... 뭔가 '주장'을 하는 것 자체에 다들 약간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후반부에 가서는 다들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것과 다른 이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아무래도 시간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ㅋㅋㅋ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기분을 안 상하게 하기 위한 대화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공격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할 시간에 내 주장과 근거를 최대한 명료하게,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똑같은 말도 임팩트가 다르다


'같은 말을 해도 말의 구조와 사용하는 단어, 태도에 따라 전달력이 다르다'는 말은 굉장히 당연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전에는 내 말의 전달력에 대해 크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전달이 잘 되었거나, 잘 안되었어도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내 의견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욕구와 그게 잘 안 되는 현실을 맞닥뜨렸다. 그리고 말을 간결하게 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공신력 있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의 주장이 더 잘 전달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보면서 배웠다. 현업에 종사하는 분이셨는데, 나중에 대화해보니 직장에서 말할 때는 위와 같이 말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의견을 잘 전달하기 위해 회의 전 말을 다듬기도 하고, 소통이 잘 안 됐을 때는 원인이 무엇인지 복기하면서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새삼 느꼈다.


 

공모전 할 때 적어 내려 가던 생각들



4. 아쉬웠던 점 +a


1)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핵심문제'를 설정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자사 분석을 통한 문제점 나열과 분류는 이미 1월 초에 끝났었는데, 이후엔 경쟁사 분석과 기능 by 기능 개선안 아이데이션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필요한 거긴 했지만, 핵심 문제 설정 후 그에 맞게 필요한 레퍼런스와 아이디어를 중점적으로 생각했더라면 좀 더 체계적인 개선안이 나왔을 것 같다.


2) 의사소통 어려워


공모전 하면서 계속 생각한 점이다. 말이 아니라 글로 써서 보여주면 서로 각자 의견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동의하든 반박하든 이야기가 더 잘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글로 써도, 대화 주제를 계속 리마인드 해도, 말이란 건 아주 쉽게 울타리를 훌쩍 넘어간다. 소통을 효율/효과적으로 해 줄 도구들을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3) 서비스 기획이 나랑 별로 안 맞는다고 생각했지만서도, 공모전을 진행하면서는 일단 뭔가 분석하고 정의하는 것,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하는 것은 재밌었다. 각기 다른 팀원들의 특성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내가 생각한 방향과 다르게 가도 괜찮구나를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청량한 물 한 모금 같았던 타인의 말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았던 날이 있다.

너무 지쳐서 내 의견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고 그냥 과반에 따르려 할 때 한 팀원이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라고 독려했다. 덕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내가 생각하는 바는 이렇다 비유도 들고 질문도 할 수 있었다. 지쳐있던 새벽에 그 말 한 마디에 소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다시 생겨난 느낌..





공모전은 2월 5일에 끝났는데... 늘어져 있다가, 여기저기 경조사 쫓아다니다가, 이제야 정리하는 글을 마무리한다... 학부생 때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에라도 이런 기회를 잘 잡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다음 step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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