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05~1108 3박 4일 제주여행_첫째 날, 둘째 날
올해 3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3월엔 혼자 월정리에서 첫 서핑을 배웠고,
8월엔 짝꿍+지인들과 함께 성산을 거닐었다.
11월인 지금은 다시 혼자 협재 쪽으로 훌쩍 여행을 왔다.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가 마무리되면서, 쉴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월요일 아침에 컨디션이 너어어어무 안 좋은 내 모습을 보면서 좀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일부러 일찍 잠에 들었는데도 머릿속에 깝깝하게 들어찬 피로 구름과 다시금 아파오는 오른쪽 가슴팍을 손으로 꾹꾹 누르면서
몸이 주는 시그널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3박 4일 비행기 표와 렌터카를 예약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협재원이라는 곳을 예약했다.
https://maps.app.goo.gl/oAtrSPmrfv6JQuR86
협재원은 방이 여러 개인데, 방 별로 호스트가 다른 것 같았다.
내가 묵은 호실은 302호.
숙소 들어오자마자 너무 예쁘고 기분 좋아서 사진을 마구 찍었다. 깨끗하고 감성 가득에 가격도 착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침대..! 진짜 역대급으로 편했다.
아쉬운 점은 이 협재원이라는 곳 자체가 꽤나 외진 곳에 있다는 것.
이게 낮에 체크인할 때는 잘 안 느껴졌는데, 저녁 먹고 해 진 후에 차로 협재원까지 들어올 때 조금 애먹었다.
초보운전이고 비 오는 밤길 운전이 처음인 데다 혼자여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걸 수도 있음.
저녁은 메리앤폴이라는 곳에서 먹었다.
간단한 코스 느낌으로 스프-메인-후식을 주는 곳이었는데, 정감 있는 분위기에 음식 맛도 좋았다.
요 감자스프가 완전 깡패...
따뜻하게 데운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먹어본 스프중에 제일 맛있었다
함박스테이크는 소스가 내 입맛엔 새콤달콤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계란이랑 같이 먹으니 딱 좋았다.
후식인 바닐라 푸딩도 너무 맛있었음..
첫날은 제주에 도착해서 숙소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니 해가 다 져버렸다...
밤바다라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밤에 차 끌고 나가기가 좀 두려웠다.(첫날만 이러고 이후엔 잘 다님)
혼자 방 안에서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면서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은 원래 사운드워킹이라는 소리 채집 프로그램을 예약해 뒀었는데
우천으로 하루 연기되어 시간 여유가 엄청 생겼다.(오히려 좋아..)
천천히 바다 구경도 하고, 찾아두었던 카페에 가서 묵은 생각들도 정리해 볼 생각으로 숙소를 나왔다.
아침식사는 '협재이길'이라는 브런치 카페에서 먹었다.
제주는 일찍 여는 식당이 없는 편이라 아침 7시 30분부터 영업(카카오맵 기준)하는 이곳이 아주 반가웠다.
고소한 올리브 빵과 신선한 야채, 따끈따끈한 수제 치즈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브런치카페에서 또다시 카페로 이동...!
브런치 카페는 정말 아침 식사만을 위한 카페였다ㅋㅋ
협재 조랑게 쪽까지 차로 가는 게 빡셌다는 후기를 얼핏 봐서, 차는 '협재 해녀의 집' 앞쪽에 공터 같은 곳에 세우고 걸어갔다.
분명히 그때는 카카오맵에 주차장 표시를 보고 찾아갔었던 거 같은데 지금 다시 보니 카카오맵에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뭐지..?
아무튼 식당 주차장 말고 그 앞에 공터가 또 있고, 주차장처럼 쓰이고 있어서 주차하고 5분 정도 걸어서 조랑게 카페에 도착했다.
평일인 데다가 조금 이른 시간이라 카페에는 혼자 여행 온 여성 분 한 명만 있었고, 그나마도 금방 나가셨다. 한동안 창 너머로 파도가 너울너울 밀려 들어오는 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행복했다.
혼밥 하기 좋았던 식당. 저기에 라면사리까지 넣어먹었다. 밥도 솥밥으로 주고 반찬도 사진엔 안 담겼지만 무난무난했던 기억...
원래는 '초록선인장'이라는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고 싶었는데, 가보니 가게가 없었다...ㅋㅋㅋ 제주는 식당들이 다 문을 일찍 닫기 때문에 부랴부랴 급하게 찾아서 들어간 곳인데 가격도 맛도 아주 적절했던 곳!
카페밖에 안 갔는데 왜 벌써 둘째 날 저녁식사냐면, 이 날은 정말 카페에서(조랑게 이후에 스벅으로 또 옮겨감...ㅋ) 할 일만 오지게 하다 끝난 하루였기 때문...
묵은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서울에서부터 노트북과 다이어리를 무겁게 들고 왔으나, 딱히 정리하지 못하고 끝났던 하루였다. 그래도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를 정리하는 나'를 보는 내가 생겼다는 점..?
여행 둘째 날을 이렇게 보내버렸다는 게 조금 허망한 마음도 있었지만, 혼자 하는 여행을 연습하는 시간 같다는 생각을 당시에 했었고, 지금 돌아봐도 제주까지 들고 간 그 무게를 결국 정리하지 못했다는 경험이 지금 나에겐 의미 있는 과정으로 남았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