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05~1108 3박 4일 제주여행 셋째 날
제주에서의 셋째 날은 마사지로 시작했다.
8월에 여행 왔을 때 찾아놨다가 스케줄 상의 이유로 못 갔던 곳이었다.
원래도 마사지받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지난번에 못 갔던 아쉬움+칭찬 일색인 후기들에 대한 궁금증+여행 마지막 날 이벤트로 애월명가를 방문했다.
예약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환복 후 족욕부터 시작한다.
따뜻한 차와 함께 밭+바다 뷰를 볼 수 있고, 좋은 음악도 잔잔하게 흘러서 힐링 그 잡채,,,
마사지 실력도 내가 경험한 것들 중에는 최고였다!
제일 상태가 안 좋은 등, 어깨부터 골반, 종아리 등등 전신을 엄청 꼼꼼하게 마사지해주셨다.
큰 근육들만 풀어주는 게 아니라 전완근, 팔목, 손가락 등 요런 작은 근육들까지 꼼꼼하게 풀어주시는 게 너무 좋았다.
가격도 여행 당시 기준, 예약금 1만 원 + 현장에서 현금 이체 5만 원으로 아주 합리적이었다.
동네에 있었으면 주기적으로 풀어주러 갔을 듯... 제주에 가면 또 방문하고 싶다.
10시~11시까지 마사지를 받고, 점심을 먹으러 퐁낭국수에 갔다.
오후 일정이 서귀포시 쪽이었기 때문에, 카카오맵으로 서귀포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가게를 찾다가 발견했다.
퐁낭국수는 금악삼거리 근처에 있고 애월명가에서는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곳인데, 가게 내부가 적당히 넓고 깨끗하고 음식 맛도 좋았다.
혼밥 하기에도 적합! 원래도 해물 육수보다는 고기 육수를 더 좋아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다만 주말같이 사람이 많을 때는 주차가 조금 힘들 수도 있을 듯.
바로 근처에 최근 TV 방영된 파스타집인가... 같은 게 있었는데 내가 간 날은 그 가게가 문을 안열기도 했고 평일이었어서 널널했던 것 같다.
전 날 우천으로 취소된 '사운드워킹' 프로그램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떠서 집합 장소 근처의 카페에 잠깐 들렀다.
2층 공간은 생각보다 별 게 없어서 날 좋을 때 넓은 정원 쪽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 날도 손님 한 분이 강아지와 함께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제주에 오기 전에 지인이 추천해 준 사이트가 있었는데, 여러 체험 프로그램들과 숙박 장소가 리스트업 되어있는 사이트였다. 그중에 사운드워킹이라는 프로그램에 흥미가 가서 예약했다.
사운드워킹은 소리에 집중해서 걷는 활동을 말한다. 주최 쪽에서 참여자들에게 개별 사운드 키트(소형 녹음기와 헤드셋)를 빌려주는데, 요걸로 자연의 소리를 보다 가까이 들으며 숲길을 걷게 된다.
숲길 들어가는 입구에서 생태 해설을 맡은 가이드분과 다른 예약자 분을 만나 입장했다.
곶자왈은 이름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가 본적은 처음이었다.
숲길을 어느 정도 진입한 후에는 가이드 분이 간단한 설명과 조작방법 등을 알려주고 빠르게 앞서서 이동하신다.
참가자들은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소리를 듣고 경험하며 길을 따라가는 형식이다. 그리고 몇몇 스팟에 함께 멈춰 서서 곶자왈에 대한 이야기, 곶자왈 안에 있는 나무나 장소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자연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최소한의 생태해설을 제공한다고 한다.
숲길을 걸으면서 여러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끼를 만질 때 나는 소리, 나뭇잎을 만질 때 나는 소리, 나무 기둥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 돌끼리 부딪쳐보거나 걷는 발걸음마다 나는 소리들, 바람소리와 꿀벌들이 윙윙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등등 직접 소리를 만들기도 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가이드 분의 생태해설은 능숙하고 정돈된 느낌이었고,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주는 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상록수도 3년인가마다 잎을 떨어뜨린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곶자왈 안에 머무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돈데, 마지막 스팟에 다다랐을 때는 머리속이 아주 맑고 몸도 이완된 느낌을 받았다. 가이드 분은 이게 일종의 명상과 같아서 그렇다는 대답을 하셨다.
이번 혼여는 셋째날 했던 이 프로그램 덕을 많이 봤다고 느낀다.
여전히 서울에 머물고 있는 정신머리를 제주에, 이곳에, 현재에 끌고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제주에서의 시간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