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색을 매일 하다 보니 종이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다. 종이에 따라 색감의 발색이나 번짐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종이는 물을 곱게 먹어 색을 예쁘게 나타내고 어떤 종이는 물을 침을 '퇘!'하고 뱉어내듯 겉돌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괜히 예쁘게 나오지 않은 색에 종이 탓을 하기도 한다. 또, 백 프로 코튼지라고 모든 화지가 훌륭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백 프로 코튼지여도 종종 습기때문인지, 종이의 문제인지 색이 눌어붙는 경우가 있다. 열심히 그려놓고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모든 도구 중에 종이(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선만 그어지면 어떤 종이나 벽이든 표현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인가 까다로워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다양한 도구와 재료들을 서슴없이 사용할 수 있는 태도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