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이야기.49

49. 못다 한 이야기

by Jude

참으로 작고도 여린 것이었다. 생명이란. 그 포근함의 무게는 바람에 날리는 깃털보다 가벼운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타워를 봤을 때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우린 '안락사'를 선택했다. 그 작고 힘든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그 작은 투명 플라스틱 통 안에서 부들부들 떠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미 전신에 암이 퍼져 있다고 했고 자가호흡도 힘든 상태였다.


진료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타워를 데려왔을 때도 경련으로 만질 수도 없는 상태여서 빨리 주사를 놔달라고 의사에게 부탁했다. 그 힘든 고통 속에서 널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다면야 난 뭐든 할 수 있을 듯했다. 내가 직접 칼로 그 생명을 끝내야 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네가 편안할 수만 있다면. 8kg이었던 녀석은 6kg으로 줄어있었다. 너무나 앙상해진 몸을 만지면서 왜 이제야 병원에 데려왔냐고 왜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냐고 그 사람에게 원망의 마음이 쏟아졌다.


넌 네가 해야 할 것만 챙기는 그런 이기적이고 목적지향적인 놈이었지. 다시 한번 이가 갈렸지만 굳이 소중한 존재의 죽음 앞에서 책임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았다. 잠드는 주사를 맞고 이내 잠든 타워는 생명을 멈추는 주사를 이어서 맞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타워의 고통을 멈춰준 의사에게 고마울 정도였다. 병원에서 타워를 잘 씻겨 상자에 담아 줘서 우리는 바로 화장터로 향했다. 그 사람이 어느새 화장터를 검색해서 예약해 놓았기에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 사람은 늘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다음 순서에는 뭘 해야 할지 어느새 검색해서 해야 할 일을 챙겨놓았다. 생각해보니 늘 그런 사람이었다. 이혼 후에도 재혼도 차곡차곡. 난 늘 우왕좌왕 즉흥적으로 헤매고 있었고 그 사람의 그런 성향에 많이 의존하고 기대어 살아왔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화장터에 도착해서 타워에게 인사할 시간을 갖고 많이 울었다. 난 결국 참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원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왜 그렇게 살이 빠지는 걸 몰랐어?! 왜 진작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어? 그 사람은 조용히 그냥 내 어깨를 안아줄 뿐이었다. 알고 있다. 그 누구도 타워가 암에 걸리길 바라지 않았고 죽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버지의 죽음 때 '네가 아빠와 살다가 집을 나가서 아빠가 죽은 거다.'라는 말을 언니에게 들은 나는 죽음 앞에서 그 누구도 탓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원망과 미움이 토하듯 튀어나왔다. 그 사람이 조용히 어깨를 안아주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마음도 괴롭고 슬프고 안타깝다는 것이 가만히 느껴졌다. 이혼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마음이 전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 작은 몸을 태우는 데도 한 시간이 족히 걸렸다. 다 타고나자 정말 작은 뼈만 남아있었다. 뼈로 구슬 모양처럼 만들어 우린 그 뼈를 반반 나눠 가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꽤 있어서 그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뿌연 이미지처럼 남아있을 뿐. 단지 어떠한 형태의 느낌으로만 기억이 된다. 그러면서 생각한 듯하다. 그래. 이제 그만 미워하자. 그만 원망하자. 앞으로 내 인생의 어떠한 형태로든 이 사람에게 소비되는 것은 그만하자.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어 집에 가는 길에 근처의 생선조림 집을 갔다. 여전히 생선뼈를 잘 못 발라 먹는 그 사람에게 생선살을 발라주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래. 이제 그만하자. 뭉쳐진 응어리든 뭐든 이제 놓아두자. 가만히 수면 아래에. 그러면 어느새 풀어져 어느새 물에 쓸려 내려갈 거야. 내 이 못난 마음도 감정도 생각도.


밥을 먹고 나오면서 갈림길에서 우린 각자의 차를 타고 헤어졌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이제 각각의 길. 밥 먹고 헤어져서 각자의 길로 각자의 집을 가는 것. 잠시 그 사람의 차의 뒷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나도 나의 길을 가기 위해 앞을 보고 액셀을 밟았다.


나중에 내가 가져왔던 타워의 뼈는 그 사람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그 사람이 가진 뼈와 함께 좋은 나무 밑에 묻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타워도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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