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무엇이냐고 묻는 그 사람에게 난 적당한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냥 어떤 현상에 대한 결과일 뿐 감정이 아니지 않냐고. 감정이든 뭐든 그 영역을 정해놓고 논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려다 입을 닫아버렸다. 그래. 지금은 그렇게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두리라. 언젠가는 그 영역을 넘어 그 경계선조차 무의미한 어디선가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닫으리라.
그제야 신이 왜 침묵하는지. 내 질문과 분노에 대답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 대답이 내게 아무 의미 없음을. 쓸데없는 신경전일 뿐임을. 아니. 그것을 넘어서 한계선을 잡고 따지는 내게 그의 뜻은 이해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신은 침묵하는 것이리라.이지겨운 외로움에. 이 지치는 고독에. 그래서 그는 침묵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신에게는 우리 각자의 고독과 외로움, 사사로운 고민과 괴로움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음에. 그래서 신은 대답하지 않는 것이기도 해서 그래서 두려워졌다.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일 수도 있어서 한 없이 초라하고 볼품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