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e Mar 19. 2024

언니가 그랬다.

 영원히 내리막 길만 있는 사람도 없고 영원히 오르막 길만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자기가 그래도 나보단 좀 더 살아봤으니까 나보다는 만나 본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 않겠느냐고.


 며칠 전 유튜브를 보다가 정신과 선생님이 하신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자신이 자랑하고 내세울 것이 자신의 괴로움밖에 없는 거라고. 그 괴로움을 견디고 살아온 자신이 자랑스럽기 때문에 그것만 이야기하게 된다고.


 라디오에서 한 오프닝멘트가 맘에 와닿았다.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건 산이 아니라 발에 있는 조약돌이라고. 그 조약돌들을 다 지나고 나면 어느새 산을 넘어 있을 거라고.


 요즘 이런저런 말이나 글을 보면 예전에는 깊게 생각 안 하던 것들이 가슴에 와서 닿는다. 그리고 뭔가 간질간질 말해주는 것 같다. 힘내. 기운 내. 네 괴로움과 아픈 상처. 당연한 거야. 그런 게 사는 거야. 나쁜 거 절대 아니야. 어느새 그게 꽃길이 되어 있을 테니.


 운전하다가 신호에 걸려 정차하다가 문득 창 밖에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비둘기를 본다. 뭔가 먹을 게 있을까 저 공사판에. 흙과 콘크리트만 가득한데. 쉼 없이 부리를 놀리며 바닥을 찍어보는 비둘기. 저들도 먹고살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다.


 3월 새 학기의 시작처럼. 벌려놓은 일이 많다. 뭔가 해보려고. 뭔가 나아져보려고. 과연 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지 나의 과민하신 대장께서 역시나 예민해지셨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신호를 보내신다. 아픈 배를 진정시키며 약을 털어 넣고 현장으로 출발한다.


 집중!!



작가의 이전글 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