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de Apr 16. 2024

태양은 부들부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은 없다

 요즘 잠자기 전 asmr로 과학 유튜브를 듣고 있다. 특히 우주에 대한 내용이 가장 흥미로워서 듣다 보면 정말 나란 존재는 우주의 한 점도 되지 않겠구나, 아니 이 지구란 존재는 우주의 한 톨도 되지 않는구나 라는 깨달음에 오늘도 중간자의 입장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가 또 그 갈등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상급자에게 고개를 굽히며 사과를 하며 자존심이 뭉개지는 그 모든 과정이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허무함이 몰려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고집을 부리고 지키려 했던 나라는 위치의 존재는 무엇이고 그럴 이유가 있었나. 하는 허탈함이 날 조용히 잡는다. 너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우주의 억 겹의 시간 속에 정말 진짜 반짝하는 순간만큼도 존재하지 않을 나. 이런 나도 나라고 빽빽 소리 지르고 눈을 가자미처럼 뜨고 콧구멍으로 분노의 거친 숨을 쉬고… 지금 생각하니 몇 시간 전의 나인데도 가소로워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우주의 거대함을 듣고 느낄 때마다 나의 존재는 겸손해지곤 한다. 그런데 최근에 들은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태양은 스스로의 거대한 자기장과 그보다 더 큰 자체의 질량 때문에 매 순간 부들부들 거리며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그래서 그 과정들 속에서 태양은 서서히 커지고 있고 50억 년 후엔 수성, 금성, 지구를 넘어서까지의 크기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흔히 낮이라는 시간은 태양이 우리의 하루를 주관하는 시간이다. 우린 흔히 태양을 본다. 태양이 있는 시간을 당연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태양은 스스로의 에너지와 질량과의 싸움 속에 부들부들 거리며 균형을 이루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삶은 없다. 아침에 비가 많이 왔다. 현장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는데 강한 비에 날개가 비에 잔뜩 젖어 비틀거리며 날지 못하고 젖은 콘크리트 바닥에 비스듬하게 주저앉은 비둘기 한 마리가 보였다. 비둘기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보였다. 주차를 급하게 하고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걱정 속에 우산을 쓰고 나갔는데 금방 그 비둘기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혹시 다른 차량 밑에 기어들어갔나 그 근처를 살펴봤지만 비둘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온 힘을 짜내어 어딘가로 몸을 숨기는 데 성공한 듯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애쓰지 않는 생명은 없다. 아무리 우주가 커도 아무리 지구가 작아도 그 속에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 찰나의 존재라 해도 살기 위해, 조화로운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지 않는 생명은 없다. 저 거대한 태양조차도 매 순간 부들거리고 있지 않은가. 나의 순간의 분노와 비굴함과 온갖 감정과 생각들을 너무 작게 치부하지 말자. 그 모든 것들이 픽셀처럼 모여서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 주고 있으니까. 애쓰는 모든 존재는 아름다우니까. 존중받아 마땅하니까.


 오늘도 이 우주의 지구란 별에서 온갖 감정과 생각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지켜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노력한 모든 생명들이여. 편안한 밤이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 행복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