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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May 22. 2024

와인 한 병

하루를 끝내고

 오늘 현장 AS를 마치고 집에 오니 저녁 9시 좀 안 된 시간. 서둘러 안주로 삼을 연어세트를 시켰다. 드라이 한 화이트 와인과 연어는 참 맛있구나.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다.


  나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불을 끄고 초를 켰다. 다른 감각이 둔해지면 남은 감각들이 더 민감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어두우면 더 미각에 집중하게 되려나? 하는 생각에.


 너무 어두운 것 아닌가 불평도 잠시. 나의 몸은 익숙해졌고 연어를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혼자 한 시간가량의 식사를 하고 나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나는 호다다닥 먹은 그릇과 잔, 젓가락 따위를 정리해야 했다. 이건 재활용이니 물에 씻어 재활용에 저건 휴지통에, 잔은 물로 씻어 싱크대에. 내가 먹은 흔적을 다 치운 후에야 이제 씻고 맘 편히 잠들 수 있다. 내게 아내가 있다면 그냥 양치만 하고 쓰러져 버린 후에 아침에 깨끗하게 정돈된 식탁을 보며 아침에 일어나 상을 치워 준 아내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그럼 아내는 내게 말하겠지.

 “어제 뭔가 속 상했었어? 나도 모르게 한 잔을 했더라. 내가 자기 자는 동안 아침에 치웠어. “

 난 그럼 감사함에 아내에게 고마움의 뽀뽀를 마구마구 했겠지. 아내는 도망가고.  


 아. 근데 난 여자잖아. 아내가 있을 수가 없지. 그런 남편 따윈 더 없지. 그래서 잠들기 전 내가 꾸역꾸역 치운다. 내일 아침에 내가 치우는 것보단 지금 치워놓는 게 훨씬 맘 편하기에.


 빨래도 내일 아침 9시로 맞춰놨고 건조기 돌리고 오랜만에 느린 하루를 시작하겠군.


 그래도 오늘 밤 와인과 연어는 완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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