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이다. 거의 5년동안 방치 된 나의 접이식 자전거가 있다. 결혼생활 할 때 그 사람이 사 준 자전거 인데 중고로 60만원 정도에 샀던 기억이 난다. 나름 뭘사면 전문가정도로 파고들어 물건을 사는 사람이라 그냥 좋은 자전거를 나에게 사 줬구나 했다. 물론 자긴 훨씬 더 비싼 좋은 자전거를 샀지만. 나는 저 자전거를 좋아했다. 접이식 다혼자전거. 그런데 사실 관리할 줄도 모르고 심지어 공기도 넣을 줄 몰라서 이혼 후 방치해 녹 슬고 먼지에 찌들어 회생불능 상태가 되었다.
난 원래 당근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날 주말따라 이상하게 “당근!“ 알림이 울렸다. 알림을 보니 재능기부로 자전거도 세척해주고 고쳐준다는 내용이었다. 선착순 10명이라길래 홀린듯이 댓글을 달아봤는데 연락이 왔다. 내가 제일 마지막 사람이었다. 차에다 자전거를 싣고 약속장소로 가니 30대 건장한 청년이 다른 아주머니의 자전거를 손 봐드리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순서라 다 끝나니 시간이 저녁 6시가 훌쩍 넘었다. 내 자전거를 소중하게 거치대에 놓고 세 번 넘게 닦고 구석구석 이상 있는 곳을 봐 주고 조이고 기름칠 하고 완전 새 자전거가 되었다. 사실 이제 못 타는 거 아닌가 했는데 이렇게 변신한 자전거를 보니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돈을 조금이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한사코 부인하시고 커피도 너무 많은 분들이 사주셔서 괜찮다고 하시고 그 순간 어디서 치킨 냄새가 솔솔 났다. 난 나도 모르게 무심코 이야기 했다.
“치킨드시고 가실래요? 어디서 치킨 냄새가 맛있게 나네요.“
사실 동네 친구에 굶주린 나는 이 청년이 말도 잘 통하고 고맙기도 해서 연락이나 하면서 가끔 밥 먹는 동네 친구로 이번 기회에 만들고 싶은 검은 속내가 있었다.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차갑기 차가워서 뇌가 얼얼할 정도였다.
“전 닭을 안 먹습니다.”
닭을 안 먹다니. 왜요? 원래 안 드셨나요? 몸이 완전 운동하신 몸인데 그럼 그 근육 무슨 단백질로 채우신 거예요?
“전엔 먹었는데 닭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환경에서 크면 몸에 좋지 않은 어쩌구 저쩌구 성분이 나와 섭취하면 인간에게 좋지 않아 대체 단백질을 섭취 중입니다.”
아…그러시구나…. 인간이 먹는 대부분의 동물이 다 그럴텐데 그럼 다른 동물도 안드시겠구나…
그제서야 그 사람이 굉장히 나를 향해 방어막을 펼치고 있구나 내가 이 사람에게 부담을 줬구나 깨달았다. 서둘러 정리하고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치킨 먹자는 말 하기 전까진 자기 집안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편하게 하던 이가 치킨 먹자고 하니 백미터는 넘게 도망 가 있었다. 나도 눈 있다고!! 반지 낀 거 다 봤고 여자친구 있는 거 본인이 말했잖아!! 그냥 치킨 한 번 먹자는 건데 그렇게 보호색 띠고 도망갈 필요 없잖아!! 친구에게 전화 해 한참 하소연하다보니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40대 아저씨가 30대인 여자인 나한테 치킨 사준다고 하면 싫을 것 같긴 하다…하아… 다시 한번 깨달았다. 40대의 선의는 추태다. 그래서 어쩌면 40대는 외롭다. 지독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