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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Jun 03. 2024

그림이 무슨 죄라고

추억이 죄라면 모두가 죄인이야

 그 사람과 이스라엘 여행길에 샀던 작품. 어디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구도심에 있는 굽이굽이 골목길에 개인아트샵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미국으로 치면 몬테레이카멜 같은 곳이랄까.


 그곳에 한 가게에서 이 작품을 구매했다. 가격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펠트 같은 천에다가 한 땀 한 땀 수놓듯 만든 작품이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엄마에게 선물했었다.

 

 지금은 엄마가 꼴도 보기 싫다고 그놈 생각난다고 갖다 버리라고 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펠트 작품이다 보니 더러워지기도 했네. 진작에 아크릴 같은 액자에 넣어놓을 걸. 정말 구박댕이 당하다 온 것 같아 맘이 안 좋다. 작품이 무슨 죄라고 그거에 연관된 사람과 사건이 너를 이렇게 밉상으로 만들어 버렸을까.


 엄마의 그 사람에 대한 증오는 엄청나다. 아마 나의 증오는 명함도 못 내밀지도. 그 증오가 자꾸 엄마를 아프게 하는 것 같아 더 속상하다. 그렇지 않은가. 남을 미워하는 에너지가 얼마나 자신을 갉아먹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난 놓아버리기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미움과 증오를 품고 있기 너무 힘들어서 자신이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냥 그 사람들을 놔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그냥 버린다. 휴지통에 버리듯 버리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랑 헤어져줘서 고맙다고 쫓아가서 인사할 정도가 될 때까지 노력하고 버리려고 하는 중이다.


 엄마네서 가져와서 구석에 던져놨던 그림을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지중해같이 강렬한 색감에 반해 널 선택했었는데 여전히 강렬하고 예쁘다. 그 사람과 관련된 걸 다 버리고 원망하고 증오하려면 난 22년의 세월과 같이 했던 예쁜 저런 그림까지 버려야 한다. 내가 왜. 그것도 나의 삶인데.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인데. 거기 네가 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다 버리도 싶지 않다. 다행히 난 컴퓨터가 아니니까 ‘너라는 사람이 속한 파일 다 지워줘’라는 명령어에 그럼 나에게 남은 파일은 정말 몇 개 없을지 몰라. 하지만 난 사람이니까. 뇌라는 정말 훌륭한 장치가 있으니까. 빛나는 순간의 기억 속에 너만 살짝 블러처리하면 추억은 그대로니까. 아니 사실 너를 블러처리할 필요도 없지만 아직은 조금 불편한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 지금은 그 정도로 하자고.


 어제는 타워-둘째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한 참을 울었다. 째즈는 잘 지내는지. 이렇게 그리움이 터져 버리면 한참을 울게 된다. 보고 싶어. 아직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너희들의 사진들. 미안하고 보고 싶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이 출근하고 침대에서 타워와 째즈를 만지며 누워있던 그 순간이 정말 너무 그리워졌다. 2016년. 8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고달픔과 서러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괜찮다. 괜찮다.

나에게 무엇보다 예쁘고 소중한 추억들로 빛나고 있으니까. 조개가 진흙을 진주로 만들 듯 무엇보다 아름다운 순간들로 빚어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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