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뻔했나?
앞이 보이질 않았다. 그냥 자꾸 진흙탕 속으로 빠지는 내 걸음. 한 걸음 한 걸음 애쓰고 걸어가고 있지만 점점 내 몸은 뻘 밭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경제적으로 부족함과, 온전하게 독립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의존적인 모습과, 그런 나를 걱정을 넘어 한심하게 보는 듯한 주위 시선까지.
화가 났다. 눈물이 났다. 그날 밤 제정신이 아니었다. 잔뜩 화가 나선 불 같은 화를 쏟아부은 대상은 나 자신이었다. 나까짓게 뭐라고 나 하나 없어져도 세상은 꿈 쩍 안 할 텐데 그땐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
‘그래, 내가 뭣 같지? 없어져 줄게. 그만 살아 줄게!’
울면서 미친 듯이 과도 칼을 집어 들었다. 평소에도 칼을 무서워해서 요리할 때도 작은 칼 아니면 가위만 쓰던 내가 어디서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 그리곤 퍽퍽퍽
. 내 손목에선 붉고 붉은색의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팠다. 한번 더 찌르고 싶었지만 아파서 그만뒀다. 남아 있던 수면제를 털어 넣고 순금이를 바라보니 너무나 미안했다. 울면서 “순금아 미안해”라고 말하니 더 슬퍼졌다.
나 같은 건 살 필요가 없어. 내 인생은 완전 망했어. 이번 생은 정말 최악이야. 모든 선택이 잘못되었어. 그리고 그 선택을 한 건 나야. 다 나 때문이고 난 구제불능이야. 내가 있음으로 내 주위사람까지 다 힘들고 불행해져.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한참을 울고 있다 보니 약기운이 도는지 잠이 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