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집안일을 하다가-
며칠간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날이 더워지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미뤄놨던 설거지를 하기 위해
큰 마음을 먹었다.
하나하나 닦아내는 그릇과 수저, 냄비.
먹을 때는 좋았지.
미뤄놨던 일이라 꽤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좋아하는 영화가 끝날까 봐
동동 거리며 설거지를 한다.
다시는 미루지 말아야지.
빨래가 쌓였다.
사람은 한 명인데 왜 빨래는 이렇게도
금방 쌓일까.
날이 더워지니 수건 빨래도 많고
손빨래해야 하는
얇은 옷들도 많아진다.
하나하나 빨아 널으며
다시 다짐한다.
다시는 미루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깨닫는다.
아 인생이란 이런 거구나.
적어도 어른이라면
내가 먹은 건 내가 치우고
내가 입은 건 내가 빨고
내가 있었던 자리는 내가 치워야 하는 것.
그래서 죽음이 왔을 때
적어도 내가 있었던 자리는
깨끗이 머물렀다
떠날 수 있어야 하는 것.
여기저기 아직까지
쌓여있는 짐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차곡차곡 치우자.
떠날 때 머물렀던 그 자리
아름다울 수 있도록.
-아무튼 집안 일은 미루면 너무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