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혼이야기.39

39. 파국

by Jude

나의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듯 하자 그 사람은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했다. 자신이 나에게 준 상처 때문에 난 아직도 아픈데, 그로 인해 결코 여물어지지 않는 생채기가 나서 아직도 피가 흐르는데 자기는 외롭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 도와주거나 가게에 나와 있어 주거나 자신이 충분히 들어올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외롭다고 했다.


난 사느라 아등바등 고객과의 갈등과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 사람의 그런 여린 말이 도저히 와닿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정말 힘든 일이었다.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나 같은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도 힘든 일이었고 여기저기서 책임회피를 하는 부분에서 그냥 내가 손해보고 마는 일이 많았다. 물론 그럴 때마다 내 속은 속이 아니었다.


그런데 외롭다고. 이미 난 나의 독립을 결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외롭다는 이유로 그는 아기를 간절히 원하기 시작했다. 지겨웠다. 항상 그 사람의 요구에 맞춰 며느리 모드일 때는 며느리로 완벽하길 바랬고 친구들 모임에서는 좋은 아내의 모습을 원했다. 가게를 차리라고 차렸더니 이제는 아기를 낳으라고 임신 모드로 바꾸라는 것일까.


난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역할놀이는 지긋지긋했다. 그냥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겨우 일찍 들어온 주말. 그는 또 아기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더는 피할 수 없어. 피하기도 싫어. 난 큰 숨을 마시고 입을 뗐다.


"나 자궁선근증이래. 그래서 아기 갖기도 어렵고 시험관해도 아기 가질 확률도 거의 희박하대. 그런데 나는 그렇게까지 힘들게까지 해서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아."


그 사람은 충격에 빠진 모양이었다. 혼자 자기 방에 가더니 잠시 후 나와서 다짜고짜 자궁선근증이라도 이런 시술을 받아서 아기를 가진 케이스들이 있다며 나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떤 건강에 대한 염려는 한 마디도 없이 오직 자신의 목적만이 있는 그 사람.


나는 그렇게 까지 해서 아기를 낳고 싶지는 않다고, 그냥 지금까지 고양이들이랑 행복했는데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거냐고 말했다. 그 사람은 다시 방에 가서 미친 듯이 소리치며 울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해서 내 때에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내려온 대가 끊겨야 해?! 내가 뭘 잘못해서?!!"


그 모습이 너무 무섭고 안쓰럽기도 하고 난 나도 모르게 다가가


"당신이 나쁜 거 없어. 다 내가 나쁜 거야. 내가..."라고 말하며 그 사람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절망에 빠진 그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상처를 준 적이 없다. 아니, 내가 모르고 준 상처들은 있을 수 있으나 이렇게 큰 상처를 내가 알면서 대놓고 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돌이키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 이렇게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마음이 저며 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넘어야 할 산이였다. 그리고 난 그 사람에게 한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 정말 지옥 같은 날들이었다. 집이 너무나 괴로운 공간이 되었다.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사람에게 난 이혼을 제안했다. 차라리 그럼 빨리 이혼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기를 갖는 게 나을 듯싶었다.


나의 계획은 내년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그것을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반복해서 "난 이혼하지도 않을 거고 너랑 꼭 아기를 낳을 거야."란 말을 할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막다른 높은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좁디좁은 외길을 쭉 걸어와서 몸을 돌릴 공간도 없는 높은 벽 사이를 걸어왔는데 앞에 다시 막다른 높은 벽.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러다 정말 이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 사람이 퇴근하고 오기 전에 집에서 목을 매고 죽어야 이 사람이 포기를 할까? 정말 별의별 생각이 내 머릴 괴롭혔다.


아무 해답이 없는 구석에 몰려 죽음이 내 머릴 지배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난 그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목을 매고 싶다고. 죽어야 이게 끝날 것 같다고. 그 사람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죽기보다 싫었지만 자려고 누웠을 때 그 사람이 갑자기 물었다.


"이혼하면 어디서 살 거야?"

"가게 근처에 오피스텔 얻든가 해야겠지."

"고양이들은?"

"당신이 데려가서 키워."


그리곤 더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상한 진행이었지만 진행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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