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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하다가

by 생각만 하다가

생각


명사

1.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작용. "∼을 짜내다"

2. 어떤 것에 대한 의견이나 느낌. "내 ∼은 이렇습니다"

3. 머릿속으로 그리는 상상이나 상념. "∼조차 못 했던 일"

4. 어떤 것에 대한 기억. "∼이 안 나다"

5. 마음속으로 작정하거나 각오하는 것. "모든 걸 잊고 공부에 전념할 ∼이다"

6. 사리를 분별하는 것. "∼ 없이 말을 내뱉다"

7.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이나 욕구. ""이리 와서 같이 좀 들지 그래?" "금방 점심을 먹었더니 아무 ∼이 없는데.""

(출처: Oxford Dictionary)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르네 데카르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블레즈 파스칼

한때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결국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된다 - 코난 오브라이언


내가 제목으로 정한 "생각만 하다가"에서 생각이란, 3. 머릿속으로 그리는 상상이나 상념 혹은 5. 마음속으로 작정하거나 각오하는 것의 어디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코난 오브라이언이 말했던, "한때의 생각"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만 하다가의 생각에 가장 가까운 개념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다가 말았던 많은 생각들은 무엇인가 되고 싶고,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던 그 당시의 내가 만들어 냈던 상상, 꿈, 부질없는 망상 같은 것들인 것이다. 그 생각들이 1.사물을 헤아리고 인식하고 판단하는 작용하거나, 2.어떤 것에 대한 의견이나 느낌이 되지 못한 데에는 그 것들을 구체화하고 실체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천을 하지 못한 이유들에는 너무나 뻔하지만 또한 너무나 절실했던 많은 것들이 있다. 생계가 달린 직업에 매달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거나, 자녀 교육과 부모 봉양이라는 현실적인 무게 속에서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거나...하지만, 전혀 시작하지 않고, 상상으로만 그친 생각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 글쓰기 모임을 조직해서 직장인의 애환을 글로 공유해보자는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고(실제로 꽤 여러편의 글을 모을 수 있었으나, 코로나가 끝나고 생활의 전선으로 돌아간 그들은 다시 모이지 않았다), 낯선 유럽의 한 도시에서 화실을 다니며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워보기도 했고, 유튜브로만 보던 달리기를 실제로 시작해서 비록 10km의 단거리이긴 하지만 공식 마라톤의 기록 메달을 받기도 했으니, 정녕 실천이 없는 생각뿐인 삶은 아니었다는 소회도 갖게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드디어 실천에 옮긴 것 중 가장 내세울만한 것은 30년을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퇴사한 것이다. 혹자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비자발적인 퇴사마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 되지 않았냐고 말 할 수 있다. 또한, 뾰족한 대책도 없이 일단 퇴사를 저지르고 말았으니 그것은 생각을 실천한 것 아니라,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으로 사고를 친 것이 아니냐고도 말할 수 있겠다. 아울러, 덜컥하고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감당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이 회사의 문을 나온 이후로 계속 괴롭히기도 한다. 이때 나의 머리를 괴롭히는 "생각"은 걱정과 불안이라는 말로 바꿔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 불안뿐인 생각은 떨치고, 내 앞에 놓인 새로운 길에 발을 들여놓을 때다. 각오와 다짐뿐이 아닌, 오랜 생각 끝에 실천으로 내딛게 된 삶에 스스로 자유로움과 축복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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