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이력서는 얼마 짜리입니까?(이력서 편)

by 생각만 하다가

“서류전형이 더 중요할까요? 면접이 더 중요할까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력서, 면접 등에 대한 특강에서 항상 서두에 시작했던 질문이다. 학생들 중 열에 아홉은 면접이 훨씬 중요하다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수년간 기업에서 신입 직원 면접과 입사 교육에 몸담았던 실무자로서 나의 대답은? 단연코, 서류전형이다. 무엇보다도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하면 취업 준비생들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동아리까지 만들어 연습하는 면접 전형은 문턱도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면접의 기회를 가지게 되면, 비록 그 회사에서 고배를 마셨더라도, 다음에 어떻게 면접을 준비해야할 지 감이 잡히게 되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좀더 노련하게 면접에 대처할 수 있는 경험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면접의 기회를 갖기도 전에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고 만다면, 내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할 지 전혀 알지못한 채 봉사 문고리 잡기 식의 취업준비를 반복하게 되기 쉽다.


서류 전형은 대체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구성된다. 이력서는 출신학교, 유관 업계 경력과 각종 자격증 등으로 구성된다. 출신 학교는 전공과 최종 학력 정도만 기술하면 되는데, 해당 기업에서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만한 학력이라면 좀더 구체적으로 입력하면 좋다. 특히, 경력과 자격증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모두 나열하기보다는 지원하는 기업의 업종에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초점을 맞춰 작성한다. 예를 들어, 내가 카페 아르바이트, 영어 학원 강사, 토익850점, 2급 정교사자격증, 워드프로세서 1급 등의 경력과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내가 지원하는 기업이 교육 기업이라면, 이 중 영어 학원 강사 경력과 2급 정교사 자격증이 기업에서 관심을 기울일 내용이 될 것이고, 프랜차이즈 기업의 행정직이라고 하면, 카페 아르바이트 경력과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에 더 관심을 보일 것이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이 이력서 작성을 단순히 자신의 학력과 보유한 자격증을 기술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력서 한 줄 한 줄에 그 사람의 인생이 상술되는 것으로 재 조명해서 작성해야 한다. 응시자의 전공, 경력 그리고 자격증은 그 사람이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응시자가 우수한 학력과 경력을 보유한 내노라하는 재원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이 사람이 우리 기업에 들어와서 기업 문화에 융화하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있다.

또한, 우리는 해외 영어권 대학을 졸업한 응시자의 토익 850점과 국내 전문대학을 졸업한 응시자의 토익850점이 같은 850점이라도 그 가치가 전혀 다르다는 것에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 해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굳이 자격증이 있더라도 영어점수를 기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내 지방의 전문대학을 졸업한 응시자가 2년이라는 짦은 기간동안 성취한 850점의 토익 성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과로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력서 상의 모든 경력과 자격은 최신 순서대로, 그리고, 공인된 시설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함은 말할 것 도 없다.

'00년 ㅇㅇ 대학 졸업' 이 한 줄을 이력서에 적기 위해 당신이 보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라(2019년 한 일간지가 조사한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에 따르면 출생에서 대학 졸업까지 자녀 1인당 총양육비는 3억 8,198만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토익 850점을 한 줄 넣기 위해 다녔던 영어 학원과 스피킹 연습의 나날들(정말 영어에 소질이 있어 토익사에서 제공하는 연습 문제와 단 한번의 시험만으로 가능했다 하더라도 응시료 5만원)을! 이 한 줄 한 줄 안에는 당신을 증명해 줄 최소 5만원에서 시작해 최대 3억원 가량에 이르는 액수로 환산해 볼 수 있는 각종 노력의 결실들이 집대성 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당신의 계량화된 이 한 페이지짜리 이력서만 보고도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적합한 직원"의 입사를 견제하는 장치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력서는 면접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아니라, 입사하기 위한 도전 그 자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 줄 한 줄 응시하는 기업과 관련성이 높고, 자신의 노력과 장점이 돋보일 수 있는 내용으로 심사숙고해서 작성하여야 하는 것이다.(2편에서 자기소개서편이 이어집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만 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