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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력서는 얼마 짜리입니까?(자기소개서 편)

by 생각만 하다가

이력서를 완성했다면 이제 자기소개서로 가보자.

내가 학생들을 지도했던 10여년 전만 해도, 자기소개서는 대체로 이렇게 시작했다. “저는 자애로우신 어머니와 엄격하신 아버지 밑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혹은 “고등학교에서 육상선수로 활약했던 저의 열정 하나만큼은……”. 대부분의 응시자들은 “나”를 어떻게든 돋보이도록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알아두자. 기업이 응시자의 자기소개서에서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사담당자들은 응시자들의 감동적인 인생스토리를 알고 싶어하는 것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명문장의 실력자를 찾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우리 기업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이다. 이력서에서 일단 관심을 끌만한 대목을 찾게 된 사람만이 자기소개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대부분의 인사담당자들은 이력서 단계에서 이미 면접 대상 여부 심지어 당략 여부를 결정짓지만). 따라서, 자기소개서는 앞서 작성한 이력서에 기술된 학력, 경력, 자격증을 토대로 자신이 해당 기업에 적합한 인재임을 관통할 수 있는 일맥상통하는 내용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주로 성장배경, 장단점, 기업에서의 포부 등으로 구성된다. 바야흐로 여기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서류”가 아니라는 것을. 기업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해당 기업에 적합한 사람임을 설명하는 서류”이다. 예를 들어, 국내 지방의 한 전문대학을 졸업한 지원자가 항공사의 승무직에 지원하는 자기소개서라고 하자. 딱히 내세울만한 유관 경력이나, 자격증이 없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격증은 토익850점의 성적증명서 하나이다. 실망하지 말자. 비록 번듯한 학력이나 경력은 부족하지만(대체로 국내 항공사들은 전문대졸 이상, 어학 자격 등을 요구한다), 항공 서비스직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창시절 영어 자격을 위해 쏟은 노력과 결실의 과정이 자신만의 성장 과정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점수 외에 얻은 것, 혹은 해당 승무직으로서의 향후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간혹 단점을 장점인냥 혹은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호하게 쓰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저의 단점은 지나치게 완벽주의의적인 성격입니다." 라거나, "저는 우유부단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오히려 고객에게는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장점과 단점을 철저히 구분해 볼 것이며, 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인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살아왔는지를 기술해 볼 것이다. "저의 단점은 우유부단한 성격입니다.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저는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기분나쁘지 않은 거절이 될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보면, 우물쭈물하거나 정확히 답변하지 못해서 생기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는 과거의 성장과정이 아니라, 해당 기업에서의 미래청사진이 보이도록 작성해야 한다. "지금 저의 영어 성적은 토익850점이지만, 입사 후 영어 실력 쌓기에 더 매진하여 토익 만점에 도전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제선 탑승 승무원으로서 우리 비행기에 탑승하는 외국인들에게 보다 편안한 영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승무원이 되겠습니다"라거나, "영어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어를 보완하여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 승객에 대한 기내 서비스에도 적합한 승무원이 되겠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성장 계획을 기술한다면 높은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입사 후의 성장 계획은 해당 기업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고 있을 때 잘 작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노선이 전혀 없는 항공사에서의 "중국어 능력"에 대한 계획은 무척이나 뜬금없이 느껴질 것이며, 심지어는 중국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타항공사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재활용하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나"의 스토리가 아니라 "기업 속에서의 나"의 성장계획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원하는 기업과 직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공부가 필수적이다. 이력서와 맥락이 일치하지 않는 자기소개서도 문제지만,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이 마치 여태까지 지원해 온 수십개의 지원서를 "복붙"(ctrl c + ctrl v)한 듯한 자기소개서는 탈락 1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이 응시자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 후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뽑는다. 내가 과연 이 기업에서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해 나갈 것인지를 그려보자. 그리고 최소한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해보자. 자신의 성장 과정, 장단점이 입사 후 어떻게 경력과 성장의 단계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될지를 채용을 하는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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