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경쟁자들과의 소리없는 전쟁터였을 서류 전형을 거쳐 이제 드디어 면접의 문턱에 다다른 당신! 일단 수고했다. 지금쯤 한숨 돌리자. 앞으로 있을 면접은 그야말로 당황, 민망한 상황을 넘어 수치심, 후회, 자기 환멸의 경험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생전 처음보는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한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가장 무난하게 면접관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자, 구직의 단계에 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질문으로 가장 많이 준비하는 질문은 바로 "자기소개"이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대부분의 면접인들이 이미 철저히 준비했고, 또한 여러 기업의 과거 면접에서 이미 해왔을 이 질문을 첫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쉬운 질문으로 면접인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면접 분위기를 부드럽게 시작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잊지말자. 바로 이 첫 질문에서 당락이 결정된다는 것을. "자기소개"는 앞서 본인이 거쳐 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단계를 토대로 과연 내가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면접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첫번째 관문이다. 하지만 이 첫번째 관문에서 그야말로 곧이 곧대로 어디에서 태어났고, 가족 관계는 어떻고 하는 "신상 소개"를 했다가는 고배를 마시기 십상이다. 면접관의 첫번째 질문이 자기 소개가 됐건, 성격의 장단점이 됐건, 하물며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인가요가 될지라도, 면접인은 반드시 해당 기업에서 찾는 직무역량에 연관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답변에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해외에 본사를 둔 물류회사에 면접을 보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자기소개가 됐건, 장단점이 됐건, 자신의 학력/경력/성격/성장 배경이 물류 업무에 적합하고 해외에 나가 생활하는 데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면 합격점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질문이라면 어떻게 대답하느냐구? 이 또한 무조건 해당 기업과 연관지어 대답해야 한다. "BTS를 가장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20대의 젊은 나이에 전 세계로 뻗어 나가 국적, 문화, 인종을 넘어서 한국의 대표적인 보이 그룹이 된 것 처럼 미국OOO에 본사를 둔 귀사가 미국내 물류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항공 물류의 중심에 설 미래에 저도 동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질문이 되도 답변은 한가지이다. 해당 기업과 나의 연관성, 해당 직무와 나의 적합성. 이 부분만 파고들면 된다는 말이다.
첫번째 중요한 것이 "나"의 적합성을 어필하는 것이라면, 두번째 중요한 것은 "나"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다. 얼마 전 진행했던 온라인 면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지원자는 사실 서류와 자기 소개서 단계에서 이미 탈락이 예정되어 있었던 사람이었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의 내용도 허술했지만, 제출해야하는 자격증 서류들도 다른 서류들과 함께 단정하게 한 화일로 잘 정리해서 제출한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무려 8개의 화일들을 대충 캡쳐해서 제출했기 때문에 면접관의 입장에서 준비도와 열성이 부족한 지원자라고 열외로 점찍어 뒀었다. 그런데 막상 면접에서 이 지원자는 당황해서 중언부언 한다거나, 지나치게 오바하는 면 없이 모든 질문을 자신의 경험이나 회사에 대해 사전에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회사가 채용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사전 경험은 없었지만, 어떻게 성장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3개년 계획까지 내놓아 이례적으로 만장일치로 합격을 하게 된 사례가 있다.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면접인은 이 사람을 채용했을 때 어떤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뚜렷하게 떠오르는 사람이다. 면접을 많이 하다보면, 이 지원자는 영업직을 잘 하겠다거나, IT 신제품 개발팀장의 그림이 떠오른다거나 하는 판단이 오는데, 이는 지원자의 경력과 지원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태도와 드러나는 성향을 통해서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면접관의 호감을 끄는 것은 수려한 외모나 재밌는 유머 혹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면접인의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자신감"의 문제일 것이다. 취업의 기회를 칼날로 쥔 면접관들에 의해 나의 이십몇년의 짧은 인생이 낱낱이 평가받고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는 듯한 이 면접의 특성은 사실 잔인하기도 하고, 비 합리적이기도 하다. 몇 십분 혹은 몇 시간의 면접을 통해 어떻게 이 사람의 적합성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요즘은 인턴쉽을 운영한다던가, 수습기간을 반드시 둬서 실제 업무를 시켜보고 채용을 하는 기업도 많아졌고, 면접의 기법을 기존과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대면 면접의 통과의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조언을 드린다. 자신감? 당연히 자신감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경력이 화려하고 회사에서 꼭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라고 하더라도 채용을 하고자 하는 사람과 채용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면접의 시간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있던 자신감도 쪼그라들 상황에서 굳이 자신감을 보여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긴장은 시작된다. 차라리 내가 상대받으로부터 평가를 받고 재단을 당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거꾸로 인사 전문가에게 나를 컨설팅 받아보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입장을 바꿔보자. 면접의 시간을 서로 컨설팅을 주고받는다는 생각으로 보낸다면 훨씬 긴장이 줄어들고, 면접관을 대하는 본인의 마음자세도 편안해질테니 말이다.
나는 자기 사업을 해보거나 작게라도 창업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를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채용을 해보거나 회계를 처리하는 등 아주 작더라도 경영을 경험해 본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의 입장에서 일할 확률이 높고, 크고 작은 문제 상황에서 개인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물론 이런 경험이 없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직업인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나" 자신을 경영해 온 "나 자신 전문가"임을 잊지 말자. 나 자신을 경영해 온 경력을 큰 자산으로 믿고 지금까지 여러 난관을 헤치고 면접장에 들어선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면접에 임하라. 자부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이야말로 면접관이 그토록 기다려 온 바로 그 직원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