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나무를 하던 나무꾼이 그만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다. 아무리 도끼를 건지려고 해도 건지지 못하였고, 낙심하고 있던 차에 홀연히 산신령이 나타나 “이 금도끼가 니 도끼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무꾼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산신령이 “이 은도끼가 니 도끼냐?”라고 물었지만 나무꾼은 다시 “아닙니다.”라고 답하고는 “제가 연못에 빠뜨린 도끼는 쇠도끼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산신령은 “마음씨가 참으로 옳다”고 하면서 도끼 세 개를 모두 나무꾼에게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채용을 하는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면 자신이 가진 것을 약간 꾸미거나 그럴 듯하게 보이는 수준을 넘어서 마치 수퍼맨 수트라도 입은 듯 본인의 본 모습과는 매우 동떨어진 모습을 어필하는 모습을 종종 보고는 한다.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야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동안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로 수많은 면접을 봐 왔을 면접관 입장에선 두세 질문만 해 보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도는 금새 밝혀낼 수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채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우리 기업의 기업 문화와 잘 어울리고, 해당 조직에 배치된 이후 위아래 동료들과 융합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지, 어디에 내놔도 번듯하고 모든 문제를 어려움없이 해결할 것 같은 만능 해결사를 찾는 것이 아니다.
피트니스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의 대단한 육체미을 가진 사람이 영업직을 채용하는 면접에서 통과할 확률은? 정답은 반반이다. 그 사람이 본인의 육체미를 어떻게 어필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저의 강인한 체력을 직접 면접관님께 보여드리겠습니다. 팔굽혀펴기 실시!!!” – 0점
(실제 이 대상자는 긴장도 높은 면접장에서 면접관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기에 높은 호감도 점수로 1차 면접에서는 통과했지만, 시종일관 이러한 면접 태도를 보였기에 최종 합격까지는 가지 못했다.)
“저는 경쟁이 심한 영업직에서 체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운동에 매진하여 왔습니다.” – 50점
“저는 어렸을 때부터 병약한 체질로 끈기가 부족했고 빈약한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심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1년이라는 기간 동안 피트니스 대회 우승을 목표로 체력 단련에 매진하였으며,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제 스스로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100점
본인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강점을 면접관에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 스토리와 연결하여 당면한 문제에 임하는 본인의 자세와 목표 선정,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전달함으로써 면접관은 면접인의 가치관, 성장 가능성, 조직 친화도 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의 간절함과 열정을 보여주고 싶은 과욕으로 웃지 못할 장기자랑의 장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나는 차라리 장기자랑을 하는 면접인을 자신의 장점을 지나치게 과신해서 어필하는 면접인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왜냐면 장기자랑은 본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 주지만, 과장과 거짓말은 채용 후 인사 담당자로 하여금 채용 그 자체를 후회하게 만들수 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 그 사람에 대한 능력과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과 자기소개서, 심층 면접, 그룹형 프레젠테이션 등 수많은 장치를 활용해 보지만,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게 되는 이유는 일단 채용을 하고나면, 해고나 계약 해지 등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면접을 준비하는 이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조언은 본인이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준비를 최대한 많이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지원 동기에 대해,
“귀사는 우리나라 일류 항공사이며, 파란 하늘 위를 나는 비행기를 보며 멋진 승무원들이 근무하는 모습을 선망하여 입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저도 선배님들처럼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항공인이 되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 30점
“2020년 코로나19를 맞아 전 노선 여객 운항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귀사는 화물기를 풀가동하고 짐만 실은 여객기를 띄우는 등 화물기 공급 극대화 전략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냈습니다. 제가 인턴 활동을 했던 공항공사의 물류시스템 활용 경험을 토대로 입사 후 화물 본부에서 수요에 따른 화물 좌석 공급을 예측하는 업무를 하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 100점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인에 대해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 몇 분 안되는 시간 동안(대체로 면접의 합격여부는 수 분내에 결정된다) 이 사람이 회사에서 어디에 배치되어 어떤 경력으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 청사진이 한 눈에 그려지는 사람이라면 높은 점수를 안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말했던 나무꾼과 도끼 이야기에서처럼 회사가 항상 연못에서 금도끼를 찾고 싶어 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금처럼 무른 광물로는 돌을 깨지 못한다. 조직에는 금도끼처럼 반짝 반짝 광을 내서 장식을 해야 하는 업무도 있지만, 돌을 깨고 다듬듯이 쇠도끼가 해야 할 궂은 업무도 많다. 한 조직의 성과는 다양한 종류의 업무와 사람들의 협업이 하모니를 이뤄서 창출되므로 굳이 금도끼를 가지려고, 혹은 자신이 금도끼임을 어필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을 담백하게 살펴보고 그 중에서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금,은,쇠 세 개의 도끼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