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하게, 고민없이

by 꼬르따도

잘 모르겠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게 맞다.

회사 생활도 하면 할 수록 미궁에 빠진다. 오래 했다고 익숙한 건 없다.


신인감독 김연경 관련 숏폼을 보는데 김연경이 인쿠시 선수에게 '나 그래도 괜찮아. 한 번 믿어봐. 나 배구 좀 했어.' 라고 말 하는게 마음에 확 와 닿았다.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배구계에서, 김연경 선수가 뛰어난 선수인 거 모르는 사람 있냐고. 근데도 저렇게 본인을 낮추고 말하니 와 닿는 느낌이 배가 됐다.


나는 뭐가 있을까.


"얘들아 시작 할 꺼면 제대로 각 잡고 해야지. 절차와 규칙이 복잡하더라도 기본은 준수하는 게 맞아. 얼렁뚱땅 수쓰면 나중에 꼭 들통나서 그거 대응하는데 두 배의 시간을 써야 하더라."


이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원치 않는다. 친한 주위 사람들도 만류한다. '그냥 내비둬. 모른 척 해.'


그런 말을 하기 위해선 내가 더 철두철미하게 규칙을 준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내로남불 되어서는 안되니까. 본인도 지키지 못할 말들을 내뱉는 사람이 되어선 안되니까.


말 할까 말까 고민

규칙을 지키자고.


결국

고민되면 하지 않는 걸로.


*


아침에 네살짜리 아들 등원시켜야 하는데 세수랑 이 닦기를 거부한다. 온 몸을 비틀며 거부를 해서 진땀이 났다. 힘은 오죽이나 센지. 나야 일주일에 한 번 상대하지만 아내는 일주일에 4일 상대하는데 얼마나 힘들까.


나는 짐짓 찬이 어린이집 여자 친구 애들에게서 전화 온 척 흉내를 낸다.


"우주야 안녕. 아 찬이 지금 뭐하고 있냐고? 양치 하고 있지. 윤아도 있구나. 윤아도 찬이랑 대화하고 싶다고. 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리면서 얼마나 찬이가 멋지게 양치하는지 몰라. 어린이집에서 윤아랑 우주랑 대화하려고 구취 제거도 하고 벌레도 잡고 있단다."


라고 말하면 거짓말처럼 찬이가 입을 크게 아 벌린다.


아이들은 얼마나 순수한지.


오늘도 우리 아들은 세상 무해하게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이모님께 하루종일 종알종알 대겠지. 쉴 새 없이 참새마냥 떠들겠지. 잠들기 직전까지 알아들을 수 없는 공룡, 참새 얘기를 종알종알대다가 잠들겠지.


구취없이,


할까 말까

고민없이.









화요일 연재
이전 10화가진 능력에 비해 위를 보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