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같은 시간에 사라지는 이유

by 꼬르따도

어떤 일들은 사이클이 있다.


3주전 토요일 새벽 2시에 우연히 잠에서 깼다. 사실, 우연은 아니고 나이가 들어 야뇨가 있어 잠을 깬 것이다. 요의를 해결하고 화장실에서 급히 돌아와 바로 잠을 청했다면 좋았을 것을, 옆에 핸드폰을 꺼내 들어 빗썸에 접속 했다. 내일 토요일이니까 늦게 자도 괜찮다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든 게 화근이었다.


코인이 거의 10% 가까이 수직 낙하하고 있었다. 나는 물을 탈까, 손절할까 고민하다 조금씩 물을 타다가 떨어지는 칼날의 끝을 끝내 잡지 못했다. 칼날의 끝이랄게 없는게, 그날 밤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계항진이 왔다. 그제서야, 새벽 다섯시가 되어서야, 내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모두 손절을 쳤다. 40대 중반이 되면 코인 같이 변동성이 큰 자산은 손을 대지 않는 게 낫다. 심장 박동이나 맥박, 혈압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코인이 거대 낙폭이 시작되었다면 손절을 치고 2년을 기다리면 된다. 이건 경험이 알려준 소중한 교훈이다. 코인은 코인만의 사이클이 있고,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주식은 주식대로 본인들만의 흐름이 있다. 그 거대한 우주의 흐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순리를 거스리면 안된다. 그리고 블라인드 코인방이나 코인 커뮤니티에 글 리젠 수가 하루 10건 미만으로 떨어지면 그때 다시 조금씩 매수를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것, 즉 인간지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근데, 그렇게 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내 경험에 근거에 답하자면 No!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익절 타이밍을 항상 놓치고 만다. 익절 타이밍을 잡을라 치면, 거대 낙폭을 만난다. 손을 쓸 수 없는 낙폭. 그리고 손실을 만회하고자 물을 타지만 손실은 계속 늘어난다. 가슴은 답답해지고 심장이 뛴다. 그래서 아예 코인은 손을 대지 않는 게 낫다라고 표현했다. 돈도 잃고 건강도 잃기 십상이다. 돈을 번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게 행운이 오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내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믿도록 하자.


올해는 누가 뭐래도, 주식 사이클이다. 미국 주식도 아니고, 무려 한국 주식. 한국 주식 하는 사람을 바보, 멍청이에 빗대기도 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시절이 바뀌었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훌쩍 뛰어 넘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아름다운 차트를 보자. 거의 지수함수 모양이다. 나는 8만전자를 잘 버티다가(당시에는 8만전자로 내 능지 수준을 표현하기도 했다) 10만원이 오자마자, 오예 개꿀 하면서 삼성전자 주식을 다 팔아버렸다. 익항옳 익항옳 신나는 노래 부르면서 치킨 사먹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보니, 16만 전자가 되어있다. 세상에 마상에. 그리고 16만원에 다시 주식을 산다.


시장에서 만나는 할머니, 전철에서 만나는 할아버지들 모두 주식 이야기를 한다. 예전 2014년 이때쯤인가 할머니들이 코인 계좌를 만들기 시작했었는데 그와 같은 양상이다. 전철에서 할아버지들이 유튜브 안보고 업비트를 들여다보는 시절이 있었다. 나는 또 한 발 늦게 국장 시장에 뛰어들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증권 계좌를 만들러 증권 매장을 찾기 시작한 이 때, 국장에 뛰어들었다. 코인에 투자해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돈뭉치를 주식 계좌로 옮기고 바로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16만 전자에 손을 댔다.


반도체 sector, 조선 sector, AI Sector 등등 ETF에 골고루 투자했다. 직접투자는 무섭다. 모두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으니까. FOMO가 심하다. 나는 왜 한국 주식을 진즉 들여다 보지 않았을까. 누가 이 시점에 코인을 한단 말인가. (그건 바로 나!) 나는 40대 중반이 넘도록 이토록 바보 같은가.


출근하고 9시 가까운 시간이 되면,

화장실이 만원이다. 그 시간대에만 급똥이 마려운 건 아닐텐데 이상하게 9시만 되면 사람들이 사라지고 화장실문은 굳게 닫힌다. 진짜 급똥인 사람들은 1층부터 12층 까지 모든 화장실을 들러 빈 변기를 찾아야 한다. 가짜 급똥인들 덕에 진짜 급똥인 사람들은 바지에 똥을 지리게 생겼다. 가짜 급똥인들은 지리는 계좌 수익을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


오늘도 갑자기 같은 시간대에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앞에 신입사원은 "엥, 또 담배 피러 가시나?" 하고 말지만 나는 그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안다. 나는 추리력이 굉장하고 직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다시 내 정체를 밝히는게 인지상정. 나는 서얼록이다. 서는 내 가문의 상징이고, 얼록은 셜록 홈즈에서 따온 이름이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광경을 가끔 목도했다. 2014년, 2018년, 2022년 그리고 올 해. 사실 2014년하고 2022년은 확실한데 2018년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2026년까지 월드컵 시즌마도 사이클이 온다는 논리를 맞추기 위해 4년 주기로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도 든다. 그니까 4년마다 자산 증식의 사이클이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9시에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오면, 곧 끝물이라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친구는 오프라인 증권회사에 할머니들이 주식 계좌를 만들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내게 빨리 주식을 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점에 주식 계좌를 열고, 주식을 모은다. 서얼록은 관찰과 추리는 잘하지만, 그 결과를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도 내 계좌는 살살 녹고 있지만, 믿는다고.

믿는다고가 믿고 있었다고로 곧 바뀐다는 걸 믿고 있었다고.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