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에 대한 단상
몇 년 전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를 읽은 적 있다. 인류사의 큰 전환점이 된 인간의 직립보행에 대한 하라리의 색다른 관점이 흥미로운 책이었다.(물론 농사혁명에 대한 내용이 더 흥미롭지만 글 주제 상 쓰지 않는다.) 하라리는 직립보행을 하고 나니 여성의 골반이 작아져 산도(産道)가 좁아드니 다른 포유류보다 출산 도중 사망하게 되는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안 그래도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머리가 크지 않은가.
DC 코믹스가 1938년 만들어낸 슈퍼맨도 이러한 직립보행의 피해자(?)다. 엎드려 누운 자세로 하늘을 나는 슈퍼맨은 필연적으로 목이 아플 수밖에 없다. 자세가 비슷한 수영을 보자. 한의신문의 2016년 보도에 따르면 올림픽에서 5관왕을 한 수영선수 펠프스도 동양의학기술의 최고 의술인 부항 덕분에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출처: 수영황제 펠프스가 즐긴 부항, 뒷목 통증 개선에 '효과', 한의신문 https://www.akomnews.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2954)
그러나 슈퍼맨은 동양의학에 기댈 수도 없다. 1940년대 당시 한국은 일제에 병합된 상태였고 중국도 중일전쟁·국공내전 등으로 바빴다. 1초에 1조 마일 즉, 지구 3750만 바퀴를 돌 수 있는 슈퍼맨마저 직립보행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우상도 직립보행엔 별 볼 일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전 세계의 영웅이 물리치료랍시고 아픈 부위에 빨간 조명이나 비추는 서양의학에 몸을 맡길 수는 없는 일!...
이런 상황에 슈퍼맨을 '타이즈 위에 팬티를 입는 놈'이라고 하는 놀리는 건 치졸한 행위다. 정의롭고 성실한 마음으로 악당으로부터 인류를 지켜주고 하물며 나무 위에 걸린 고양이마저 꺼내주는데 타이즈 위에 팬티를 입든, 머리 위에 팬티를 쓰든, 노팬티이든 어떤가. 월화수목금토일 팬티를 매일 갈아입는 당신네들보다 낫다!...
영웅은 오늘도 어깨가, 아니 목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