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신입 도전기]④구술면접

by gsh

A회사 필기 시험에 떨어졌다. 크게 낙담할 건 없었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시험을 잘 볼 리 없다. 애당초 쉽게 회사를 옮길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기자 일을 1년 했다고 해서 다른 지원자보다 특별히 잘 날 게 없다고 봤다. 같이 지원한 B회사도 내게 남은 카드였다. B회사는 필기 시험이 없는 대신 4일간 출퇴근하면서 실무 평가를 진행한다. 어쩌면 기자로 일했던 내게는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매해 여름은 무덥다. 작년에도 그랬다. B회사의 서류 합격 통보를 받은 건 예비군 훈련을 받던 때였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박달 예비군 훈련장은 위 아래로 길게 늘어서 있다. 산 중턱에 있어서 훈련 코스가 바뀔 때마다 오르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무거운 방탄모 속 땀 줄기가 흘러내릴 때 오른쪽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12발 실탄 사격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어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9월 XX일 오전 9시까지 B회사로 와라. 2차 면접에 응할지 오후 6시까지 답변 부탁한다.


회사를 다니지 않았더라면 아무 생각없이 갔겠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골치가 아팠다. 사실 해당 일에 나는 경남 사천으로 가야 했다. 우주항공청이 개청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만약 개청식이 서울에서 진행됐다면 면접을 보고 부랴부랴 현장을 갈 수 있겠으나 사천은 불가능이었다. 오전 6시 비행기를 타고 아침 일찍 내려가야만 했다.


'B회사를 포기해야 하나' 잠시 고민됐다. 그런데 단순한 행사 하나 때문에 이직 기회를 포기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B회사는 필기 시험이 없는 몇 안되는 곳이라 내게는 승산이 있는 회사였다. 같은 부서 선배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어떻게서든 반차를 써야 했다. 안면식도 없는 머나먼 친척 한 분을 저승길로 보내드려서라도. 다행히 친척 한 분을 저승길로 보내드릴 필요가 없었다. 행사날 사천에서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돼 서울에서 비교적 조촐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날짜도 변경됐다. 갑작스럽게 반차를 쓸 이유가 없었다.


2차 면접은 구술 면접이었다. 세 가지 논제에 1분간 답변하는 구조다. △금리 인하기에 들어섰는데 당신은 영끌해서 부동산을 사겠느냐 △당신이 예비 차량 구매자라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중 어느 차량을 사겠느냐 △어느 CEO 혹은 재벌 총수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겠느냐. 총 세 가지 논제에 대략 이렇게 답변했다.


①영끌은 현명한 투자 방식이 아니다. 할 계획 없다. ②집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다. 전기차가 내겐 효용성이 없어서 내연기관차를 사겠다 ③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랑 먹겠다. 할아버지(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와 아버지(정몽준 회장)이 모두 대선에 도전한 만큼 정치 얘기하겠다. 정치랑 경제는 하나 아닌가.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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