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1)
https://youtu.be/Lf70mJ5nh0Y?si=tuhq5Vu3L78WdfLK
여러분은 어떠세요?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기 전, 커피 한 잔을 받아두고 이 시간에,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아도 되고, 마음을 흔들지 않아도 되는 음악.
이 곡은 어떨까요.
바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라르게토(Larghetto)'입니다.
이 곡은 사랑의 음악이지만, 동시에 일상의 음악입니다.
이 곡은 흔히 19세 쇼팽이 여가수 ‘콘스탄차 글라드코프스카'를 향해 숨겨두었던 사랑의 노래로 읽히죠.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 사랑은 밤의 격정도, 편지의 절규도 아닙니다.
아침에 말없이 건네는 시선, 혹은 아직 말이 되기 전의 감정에 더 가까워요.
이 악장은 처음부터 앞서 나서지 않습니다. 오케스트라는 한 발 물러서 있고, 피아노는 천천히 말을 고릅니다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받아두고,
아직 첫 메일도 열지 않은 채,
잠깐 창밖을 보는 그때처럼요. 두 손으로 따뜻한 커피잔을 쥔 채로 말이죠.
건반 위의 선율은 뜨겁지 않습니다. 막 끓인 감정이 아니라, 손에 쥐기 좋은 온도의 잔처럼요. 그래서 이 음악은 집중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몰아붙이지도, 감정을 흔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가지런히 정리해 줍니다.
그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19세 쇼팽의 사랑도 그랬을 겁니다.
다가가서 고백하지 못한 대신, 마음속에서 조심스럽게 굴리던 감정. 너무 세게 말하면 깨질까 봐, 너무 빨리 움직이면 사라질까 봐, 속도를 스스로 낮춘 사랑이었죠.
그래서 이 악장의 리듬은 늘 한 박자 늦고, 숨을 한 번 더 고릅니다.
중간에 살짝 스치는 장식음조차 과시가 아닙니다.
마음이 살짝 흔들릴 때 생기는 떨림, 커피 향이 순간 더 진해지는 것 같은 느낌. 그러고는 다시 처음의 고요로 돌아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 짧은 떨림이 있었기에, 이 아침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것을.
이렇게 선율은 부드럽게 이어지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습니다. 숨과 숨 사이를 정확히 재며, 한 박자 늦게 들어오고, 한 번 더 머뭅니다. 그 속도는 사랑의 속도이기도 하고, 아침의 속도이기도 합니다. 아직 하루를 밀어붙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순간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아직 어떤 얼굴도 갖지 않은 시간에
이 음악을 틀어두면
사랑도, 일도, 생각도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같은 공기 속에 놓입니다.
쇼팽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가장 조용한 순간에
아무 말 없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이 곡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무대에 올립니다.
최근 내한한 짐머만도, 폴리니도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 어떤 연주도 루빈스타인이 오만디와 함께 한 연주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의 라르게토는 한 음 한 음에서 나무의 섬세한 모습도 또렷이 그려내면서, 동시에 숲 전체의 아름다움, 그 너머 저 멀리 펼쳐지는 풍경까지도 담아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곡에 있어서만큼은, 딱 이 연주 하나만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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