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1) :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 비스펠베이 독주회
어두운 방에 성냥불 하나로 촛불을 밝혀 보았는가?
첼로의 첫음은 그렇게 공간의 숨겨진 구석구석을 밝힌다.
하늘을 가로질러 떨어지는 별빛 하나가 밤의 적막을 깨우며 그 빛이 닿는 곳마다 어둠을 부드럽게 물들이는 것처럼, 첼로의 첫음은 고요한 순간을 열어젖히고, 그 울림이 머무는 곳마다 시간과 공간은 새롭게 태어난다.
거장 비스펠베이의 첼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 단조인 2번 5번의 사라방드 앞에서는 숨조차 내쉴수 없고 나는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이다.
2번 D단조의 사라방드, 나는 옛 성당의 어두운 제단 앞에 홀로 서 있다. 첼로는 애달프고도 경건하며, 시간은 멈춘 듯 느리게 흐르고, 나의 오래된 비밀은 잊혀진 슬픔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5번 C단조의 사라방드, 침묵 속에서 터져 나오다 멈춰버린 나의 절규. 느리고 무거운 선율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처럼, 모든 것을 잃은 자가 마지막으로 붙잡는 희망의 끈처럼 절박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