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
위에서 내려다본 콜로세움은 거대한 역사책의 한 페이지가 펼쳐진 듯한 인상을 주며, 무너진 콜로세움의 옆모습은 마치 시간의 손길이 남긴 상처처럼 보인다.
피와 모래가 뒤섞인 그늘진 아레나(Arena)는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생명들의 비극을 속삭인다.
아레나의 모래는 그 위를 흐르던 피와 땀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한 알의 모래가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순간, 그 안에는 무수한 검투사의 비명과 축제의 환호가 함께 담겨 있다.
그 기억들은 모래바람과 함께 영원히 흩어지며, 콜로세움의 침묵 속에 잠들어 있는 마지막 기억의 조각조차 사라지고 만다.
천년의 세월을 견뎌 인간의 위대함과 덧없음을 증언하며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환희와 비명이 메아리친다.
얼마 전 다녀온 콜로세움. 보수공사를 마치고 최근 개방한 맨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