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향과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막은 내렸지만, 음악은 여전히 흐른다.
연주회를 다녀온 후 가장 깊이 남은 순간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2025년의 첫 연주회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로 시작되었다.
서울시향과 츠베덴이 함께한 오늘의 공연은 1월 1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울려 퍼졌다.
홀의 빼어난 음향은 말러의 장엄한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감싸며, 청중을 곡의 깊은 울림 속으로 이끌었다.
말러의 '부활'은 어둠에서 빛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대작이다.
말러가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이 작품은 말러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그의 예술적 정수라 할 만하다. 그의 음악은 인간 영혼의 투쟁과 구원의 여정을 그려내는 한 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오늘 츠베덴의 연주는 강렬함과 드라마틱한 긴장감으로 곡을 생생히 표현한 연주였다.
한마디로 말러의 '부활'을 신의 은총이 아닌, 운명에 맞서 싸우며 스스로 일어서는 초인의 서사로 그려낸 연주다.
약 76분 동안 빠르고 선명한 해석으로 압도적 스케일의 사운드를 추구하며, 말러 특유의 다층적 텍스트를 드러낸다.
1악장에서는 공격적인 템포 변화로 비극적 감정을 날카롭게 드러냈으며, 3악장의 스케르초에서는 민속적인 리듬을 생동감 넘치게 살려내며 곡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5악장, 합창이 울려 퍼지는 순간, 마지막의 폭발적인 승리는 가슴을 울리는 장엄함으로 극적인 해방감의 절정을 이루었다.
특히나 연주 전체에 걸친 금관과 타악기의 강렬한 사용을 통한 강한 사운드의 울림은 극적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키며, 템포와 리듬을 선명하게 살린 대비를 통해 말러가 그린 ‘삶과 죽음의 극적 대비’를 청중앞에 강렬히 그려냈다.
이 모든것은 말러의 음악이 지닌 힘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었으며 청중에게 직접적인 충격과 감동을 안기는 그러한 연주였다.
이러한 오늘 츠베덴의 연주는 자연스레 과거 정명훈의 '부활'을 떠올리게 했다.
정명훈이 서울시향과 함께했던 연주는 츠베덴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DG음반으로 남겨진 그의 해석은 약 87분으로, 전체적으로 느리고 유장하다.
정명훈은 서정성과 부드러운 연결에 중점을 두며, 곡의 서사를 차분히 이어간다. 느린 악장에서는 섬세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5악장의 합창에서는 극적인 긴장감보다는 내면의 평화와 감동을 추구하는 연주다.
그의 연주는 때로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츠베덴과 달리 인간적인 감정과 초월적인 평화를 잇는 종교적 경건함과 엄숙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5년 1월, 서울시향은 츠베덴의 강렬하고도 웅장한 말러 '부활'의 해석으로 청중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며, 새해의 문을 장엄하게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