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도
예전에 보라카이에 여행 갔을 때,
한낮 줄창 이어진 물놀이에 지친 우리가
현지인들이 탄다는 지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낯선 시선을 한 몸에 받았었던 거 기억나?
작은 시내 가득한 오토바이와
연식 나쁜 자동차들에
코 안이 시커메질 정도로
매연이 가득했었잖아.
너는 젖은 머리칼 그대로 내 어깨에 기대어
독한 매연에 옷깃으로 코를 막고
나는 그저 멍하니
창밖 흘러가는 불빛을 보고 있었지.
그러다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었어.
항상은 아니더라도 한 평생에 걸쳐 문득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고.
네가 내 곁에 없을 어느 미래에도
분명 그럴 거라고.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네게도
그 의미 없는 시간이 알록달록 담겨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라고,
문득 떠오른 날엔 울고픈 마음이라고.
다만 그리 여겨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