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지친 게 아닐까.
마지못해 사는 거지. 늙은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 말이 먹먹해 어물쩌물 말을 웅얼거리다
대꾸 없이 한창 뜨겁다는 예능 프로에만
시선을 뒀다.
따라 웃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은
고생이 치덕치덕 붙어
메마른 고목같이 보였다.
마지못해 산다는 말을
담담히 할 수 있을 만큼의 세월 동안 당신은
원망을, 슬픔을 체념시키다
당신마저 짓눌려
이미 지친 게 아닐까 싶었다.
부모의 가장 큰 낙은 자식이라는데
천성이 무심한 탓에 애교는커녕
살갑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나라도
어머니의 마지못함을
조금은, 덜었던 날이 있었을까.
어머니의 흰머리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