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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Aug 26. 2015

우리 엄마

당신은 이미 지친 게 아닐까.

                   


마지못해 사는 거지. 늙은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 말이 먹먹해 어물쩌물 말을 웅얼거리다

대꾸 없이 한창 뜨겁다는 예능 프로에만

시선을 뒀다.


따라 웃는 어머니의 주름진 손은

고생이 치덕치덕 붙어 

메마른 고목같이 보였다.


마지못해 산다는 말을

담담히 할 수 있을 만큼의 세월 동안 당신은

원망을, 슬픔을 체념시키다

당신마저 짓눌려

이미 지친 게 아닐까 싶었다.


부모의 가장 큰 낙은 자식이라는데

천성이 무심한 탓에  애교는커녕 

살갑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나라도 

어머니의 마지못함을 

조금은, 덜었던 날이 있었을까. 


어머니의 흰머리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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