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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Aug 26. 2015

꽃이 피는 계절

'때'라는 게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꽃마다 피는 계절이 다른 거라,

불안해하지 말라며 다독였지만

조바심이 일었다. 


세상은 이미 나를 빼고서도 온통이 꽃 천지라

홀로 뒤처져 평생을 쫓아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으나 

이미 허물어진 탄성에 튕겨 오르진 못 했다.


괜찮다던 꽃들이 뒤돌아 수군거린다.

윗동네 장미는 영양제도 맞는데. 비료랑 차원이 다르다더라.

그거야 걔네 얘기고. 저런 것들도 있잖아.

넌 저런 거랑 비교가 되고 싶냐.

관상용 가지치기는 기본으로 안 하는 꽃이 없데.

너도 물이라도 바꿔봐.


말소리에 짓눌려 고개를 숙였다.

세상천지가 꽃잎으로 물들어 

봉오리도 맺히지 못한 몸뚱이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 


그 '때'라는 게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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