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라는 게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꽃마다 피는 계절이 다른 거라,
불안해하지 말라며 다독였지만
조바심이 일었다.
세상은 이미 나를 빼고서도 온통이 꽃 천지라
홀로 뒤처져 평생을 쫓아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으나
이미 허물어진 탄성에 튕겨 오르진 못 했다.
괜찮다던 꽃들이 뒤돌아 수군거린다.
윗동네 장미는 영양제도 맞는데. 비료랑 차원이 다르다더라.
그거야 걔네 얘기고. 저런 것들도 있잖아.
넌 저런 거랑 비교가 되고 싶냐.
관상용 가지치기는 기본으로 안 하는 꽃이 없데.
너도 물이라도 바꿔봐.
말소리에 짓눌려 고개를 숙였다.
세상천지가 꽃잎으로 물들어
봉오리도 맺히지 못한 몸뚱이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
그 '때'라는 게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