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격렬히 지기를
삶의 의미야 부여하기 나름이었고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지더라지만
'왜 살아야만 하는가'는 원초적 고민의 답은
쉬이 내려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배가 불러 그런 고민을 하는 거라 했고,
누군가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으냐며 물었다.
사랑, 우정. 신뢰. 철학. 사상의 덧없음이
못 견디게 슬펐으나 그 허무가
삶의 전부라 말하고 싶진 않았다.
어떤 행동이든, 하다 못해
종일 누워만 있었더라도
그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은 없다며
의기양양하던 스무 살의 내가
환상처럼 무너져 내린다.
시간을 견뎌낼 자신은 없었지만
스스로 목을 그을 만큼 모질지도 못했다.
온갖 부질없음이 마음에 걸려
무기력에 반쯤 먹힌 몸을 내려다 봤다.
선인장처럼 마르는 나를 보며
비명에 삶을 담더라도
격렬히 지는 꽃이 부러웠다.
삶을 태울 열정을 가지지 못했기에
그저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