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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Sep 26. 2015

롤모델의 유무

필요에 의한 롤모델


술과 함께 들이키던 네 한숨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하얀 셔츠를

아무렇게나 걷어 부친

네 넋두리를 듣고 있었다.


시팔, 내가. 내가 누굴 존경하든 안 하든

내 마음이지, 그 사람이 좋아서도 아니고

면접때문에 롤모델을 정해야 하느냐고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연관 검색어에 놓인 추천 롤모델을

한껏 비웃던 너는, 그러함에도

다음번 면접 때 혹여나 면접관이 묻는다면

누굴 롤모델로 내세우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술을 들이키지 않아도 입안이 썼다.


평소 롤모델이 꼭 있어야 한다고

지는 않았지만,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겹겹이 쌓아온 시간은

숨이 막힐 만큼 아득할 텐데

그 긴 시간 동안 네 마음을

사로잡을 이 하나 없었다는 게.


그러함에도 필요에 따라

롤모델을 말해야 하는 사회도.

외로운 세상이라 말하는 것 같아서.


온통 외로운 것만 같아.

 널 따라 한숨섞인 술잔만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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