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29
연아, 그날 밤을 기억할런지 모르겠다.
푸둥한 오리털 파카에 몸을 감싸고선
베일 듯 스치는 찬 바람에도
밤바다의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뜨는 해를 보고 갈 거라며 고집을 피웠던,
소금기 가득한 별들이
아무렇게나 널린 하늘로
우리가 내쉰 한숨이 하얗게 가 닿던
그 곳에서
고주망태가 된 우리가
그리운 곳들과 추억에 묻힌 많은 이름을
부르며 새벽을 지새웠잖아.
홀로
그리워하는 것만 같다며 뱉어낸 한숨이
눈가 그렁한 눈물과 함께 올라가
밤하늘도 별 빛 출렁이는 바다가 되던
그곳에서, 우린 추억으로 묻히지 말자
그런 약속을 했었지.
보고 싶다 연아. 너 아니,
나 요즘은 그리운 것들이 다 뭐냐
그리워 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
그리 말하고 다녀. 그래도, 연아.
연아. 보고 싶어, 우습게도
정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또.